우리들의 블루스와 나의 해방 일지

by 수다쟁이

한동안 드라마에서 눈을 떼었다 다시 눈독 들이며 마음을 뺏긴 드라마가 두 편이 있다.

하나는 우리들의 블루스이고 하나는 나의 해방 일지이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극본이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라 손꼽아 기다리며 보게 된 드라마였고, 나의 해방 일지는 친구의 추천으로 뒤늦은 호기심에 발을 담근 드라마이다.

근데 얼마 있지 않아 남편이 나에게 나의 해방 일지를 추천했다.

나의 아저씨를 쓴 작가의 드라마라고..(박해영 작가)

나 같은 아줌마나 드라마에 홀릭하는 줄 알았는데 영화를 즐겨보는 남편은 핫하다는 드라마도 다 챙겨보고 있었다.

나는 말로만 듣던 나의 아저씨는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말이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시작부터 몰입도가 높았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진짜 같은 연기와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대사들은 속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속으로 내숭 떠는 대사가 없어서 참 좋았다.

살면서 내뱉지 못하고 참아가며 사는 말들이

배우들의 입에서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가식적인 사람들에 대한 경고처럼 은희는 친구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누가 조연인지 주연인지 알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는 드라마를 보는 내내 흥미로웠다.

삶은 삶대로 흘러가고 그 속에 사랑은 사랑대로 남아있는 듯했다. 삶과 사랑이 서로 어우러져 애틋하거나 아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옴니버스식 구성은 스토리와 스토리를 연결하며

또 다른 스토리를 기대하게 만들었고,

극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주인공 은희 씨가 짬짬이 얼굴을 보이며 감초 역할을 해주는 것도 재미있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대사가 참 직설적이지만 솔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나 한 꺼풀 가식이라는 껍질 속에 가려져있는데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그런 가식을 벗겨낸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차츰 더 좋아질 같다.




드라마의 중반부터 합류하게 된 나의 해방 일지는

남편의 말에 의하면 별 내용은 없는데 그냥 보게 되고 좀 특이하단다. 대사가 많아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을 때도 있단다. 나는 남편에게 그랬다. "당신이 늙어서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거 아니야?"^^


그렇게 보게 된 나의 해방 일지는 특별한 스토리가 없는데 무념무상으로 작가의 대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깊은 내면을 표현하는 말들이 많아서 집중하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때때로 놓치게 된다.

말을 듣긴 했으나 잘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하지만 다시 돌려보게 되고 곱씹게 되는 대사들이 많았다. 가볍게 시작했는데 자꾸 깊은 수렁 속으로 빠진 발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가 또 코미디처럼 재밌기도 하다.

염기정 때문에 많이 웃는다.^^ 그리고 염창희의 세상 불만 가득한 표정도 귀엽다.

어쩌면 부자라서 밉상인 상사를 더 미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친구의 말이 왠지 모르게 정곡에 와 박힌다. 작가는 참 예리하다.


드라마를 히트 치게 한 대사 '추앙'이라는 말은 실제로도 가능한 걸까?

염미정과 구 씨 커플에겐 어울리는 대사이기도 하다.

사랑을 말로 하고 있는 것 같은 커플.

내가 알지 못하는 깊은 심연의 생각이나 말을

염미정은 계속 쏟아내고 구 씨는 계속 들어준다.

그리고 눈빛이 모든 것을 다한다.

저 마음은 뭘까? 뭘까? 하고 계속 추궁하게 된다.

나라면 저 상황 속에서 구 씨를 사랑하게 될까?

하는 재밌는 상상도 해본다.


가끔 나도 대사가 안 들려 남편에게 물어보면 자기도 못 들었단다. 둘 다 나이를 못 속이는 건지

정말 남편 말처럼 대사가 많아 우리가 못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말이라서 알아들을 수 없는 건지..


드라마를 보다가 남편에게 슬쩍 농담을 던졌다.

"우린 추앙은커녕 나중에 서로 봉양해야 할 듯 해"

^^ 남편도 나도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다.




오래간만에 몰입하게 된 두 드라마 덕에 시들했던 주말 오후가 생기가 돌았다. 친한 친구가 밤 9시가 넘어 '짠'하고 나타날 것 같은 기분이다.

말할 거리가 부족했던 남편과도 은희 씨와 '추앙'이란 단어로 한동안 얘기를 나눴다.


두 드라마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외향적인 성격의 우리들의 블루스와

내향적인 성격의 나의 해방 일지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깊은 친구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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