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by 수다쟁이


오래간만에 따뜻한 소설을 만났다. 그리고 위로를 받았다. 왜냐고 물었더니 내가 지나온 길이었고 앞으로 내가 살아갈 길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서였다.


불안한 청소년기를 보내는 짜몽과

취업과 싸움을 벌이는 평범한 아싸인 20대의 시현 씨

꿈과 현실의 기로에서 방황하는 30대의 인경 씨

현실의 끈을 간신히 쥐고 있는 40대의 무기력한 가장 참참참 아저씨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는 50대의 선숙아줌마

퇴직하고 노년이 불안한 60대의 곽 씨 아저씨

속 썩이는 자식 때문에 고민인 70대의 우아한 염여사를 비롯해

다른 이들의 도움 없이는 모든 게 불편한 80대 어르신들의 모습까지..

반은 내가 겪어온 길이고 나머지 반은 내가 살아갈

길이었다.

그 모습들이 특별하지 않아서

나이기도 하고 나의 이웃 같기도 해서 책을 읽는 내내 반가운 마음을 내어주었다.


하지만 독고라는 알 수 없는 정체가 계속 불안한 마음을 일으켰다.

누구일까? 어떤 사람이었을까? 왜 노숙자가 되었지? 그리고 그는 왜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까?


하지만 책을 덮을때 쯤 독고라는 사람의 정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소설 속의 독고는 자기 삶을 포기해야 했던

비정한 인물이었지만

새로 태어난 독고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 나타난 히어로이기 때문에..


신기한 건 그 위로가 그리 대단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삼각김밥 하나, 지나칠 법한 작은 조언들,

옥수수수염차 한잔 같은 별 것 아닌 것들로

부터의 위로이다.

작은 형식으로 큰 진심을 담아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독고 씨.

그 스스로가 아파봤던 사람이었기에 진심을 담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진심이 누군가의 인생의 행로를 바꾸고

새로운 삶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인생은 늘 내가 정해놓은 길로만 가라는

법은 없다고 알려주었다.

인생은

준비된 것들로 인해

혹은 준비되지 않은 것들로부터

내가 모르는 길들로 나를 안내하기 때문이다.


살다가

인생 속에서 길을 잃는다면 책 속의 인경 씨처럼 삶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는 말을 기억해보자.

그리고 그 문제 속에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해보자.



마음속에 담고 싶은 책 속의 한 줄!

P266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부끄럽지만 살기로 했다. 죄스러움을 지니고 있기로 했다. 도울 것을 돕고 나눌 것을 나누고 내 몫의 욕심을 가지지 않겠다. 나만 살리려던 기술로 남을 살리기 위해 애쓸 것이다. 사죄하기 위해 가족을 찾을 것이다.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면 사죄의 마음을 다지며 돌아설 것이다.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
기차가 강을 건넜다. 눈물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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