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남쪽, 마지막으로 동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여정으로 잡긴 했는데 중간에 숙소 때문에 서쪽을 제대로 보진 못했다.
그리고 제주의 동쪽을 하루에 다보기에는 일정이 너무 빠듯했다.제주는 볼 것도 체험할 것도 느낄 것도 많은 곳이다.
아침도 거른 채 우리는 예약을 해 놓은 레일바이크를 먼저 타야 했다.
레일바이크는 강원도에서도, 경기도 의왕에서도 체험을 했지만 제주의 넓은 초원의 풍경도 감상하고 싶어서선택한 여정 중 하나이다.
레일바이크에서 본 초원
다른 지역의 레일바이크는 거의 수동이었는데
이곳의 레일바이크는 반자동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있어도 저절로 움직여서 편히 주변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멀리 보이는 곳에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는데 말이 아니라 소가 있어서 좀 의외였다. 딸은 소들이 어디에 갇혀있지 않고 푸른 초원에 있으니 행복해 보인다고 한다.어딘가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짠하다.
느리게 움직일 것 같았던 레일바이크는 생각보다 다이내믹하게 움직여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간혹은 아이 때문에 계획한 일정에 내가 더 신나기도 한다.아이를 키우는 건 힘든 여정 속에 내가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즐겁고 행복하기도 하다.
레일바이크 타는 곳에는 작은 동물원도 있었다.
흑돼지와 조랑말
아기 돼지와 조랑말들 그리고 토끼와 공작새 닭들도 있었다. 닭들이 너무 심하게 꼬끼오를 외쳐 여자의 비명소리처럼 들려 웃음이 나왔다.^^ 예전에 아이가 어릴 때는 일부러 동물 있는 곳을 찾아다녔는데 이런 데서 작은 동물들을 보니 귀여웠다. 특히 작은 흑돼지가..
그래서 속으로 기도를 했다. 내 꿈속에 놀러 오라고..^^
작고 귀여운 흑돼지
1시간의 여정을 마치고 우리는 늦은 아침을 먹으러 갔다. 메뉴는 성게 미역국과 전복 비빔밥이다.
나름 맛집이라 해서 찾아간 곳이었는데 생각만큼
맛있지는 않았고, 제주의 비싼 물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전복비빔밥과 성게미역국
시간이 바빴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끝내고
우리는 두 번째 목적지 아쿠아플라넷으로 향했다.
아쿠아플라넷은 공연 그리고 물고기 관람으로 이루어졌는데 외국사람들로 구성된 공연이 참 볼만했다. 딸아이는 공연을 보며 감탄했지만
"엄마 저런 공연을 하루에 몇 번씩 하려면 참 힘들 것 같아"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능숙하게 보이는 공연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공연의 뒷모습을 짐작할 정도로 아이는 많이 자라있었다.
물개와 돌고래와 공연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훈련된 동물들이 좀 안쓰럽게 느껴져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쿠아플라넷의 공연모습
아이가 어릴 때 아쿠아리움은 몇 번 갔었지만
오랜만에 보게 되는 제주에서의 수중생물은 처음 보는 낯선 물고기들도 많았다.
수족관 가까이에 다가가 물고기를 보고 있으면 내가 제주 바닷속으로 들어가 스노클링을 하고 나온 듯한 생동감이 드는 곳이었다.
푸른 바닷속 세상은 신비한 느낌을 갖게 하는 세상이다.
아쿠아플라넷 상어와 해파리
바다를 끼고 있는 아쿠아플라넷은 실내의 다양한 모습처럼 주변 경관도 참 볼만했다. 그냥 넋 놓고 아무 곳에나 앉으면 그곳이 바로 핫 스폿이 되었다. 너른 바위 위에서 바다낚시를 하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은참 평온해 보인다.
바다낚시도 언젠가는 한 번몸으로 직접 느껴보고 싶은 일이다.
바깥 풍경을 보며 잠시 쉬었다 세 번째 여정인 섭지코지로 향했다.섭지코지는 완만한 산책로처럼 조성되어 있어 어르신들도 많이 찾는 곳인 것 같아사람들로 붐볐다.
섭지는 재사(才士)가 많이 배출되는 지세란 뜻을 지니고, 코지는 곶을 뜻하는 제주방언이라고 한다.
잘 몰랐었는데 이름이 새롭다.
이곳은 원래는 육지와 가까운 기생화산인 섬이었는데 퇴적작용으로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라고 한다. 형성된 원리를 알고 나니 좀 더
신비하게 다가오는 곳이었다.
섭지코지해변
섭지코지에서 본 바다풍경
섭지코지는 해안을 끼고 있는 산책로라 더 멋지게 다가오는 섬이라 걷는 내내 햇볕을 받으면서도 시원했다. 가끔 답답할 때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종종 지금의 이 산책로와 바다가 그리워질 것 같았다.
그리고 바다 풍경을 뒤로하고 사진을 찍으니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나를 이쁘게 만드는 바다 풍경이라 고맙기도했다.
한참을 걸었으니 잠시 쉬어갈 타임이다.
섭지코지의 끝자락엔 쉬어갈 수 있는 넓은 카페가 있다. 유채꽃은 아니지만 노란 꽃들과 바다가 어우러져 한동안 멍 때리며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인생도 여행도 언제나 쉼이 필요한것 같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다녔는지 남편도 나도 아이도 살짝 지쳐있었다. 그래서 네 번째 코스인 성산일출봉을 갈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남편은 가 본 곳이었고 나는 꼭 가봐야 할 곳이었기에 결국은 차를 성산일출봉으로 돌렸다.
성산일출봉은 멀리서만 바라보아도 좋았다.
저길 오르면 얼마나 더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했다.
성산일출봉도 화산이다. 거대한 성과 같다해서 성산이고, 일출이 유명하 다해서 일출봉이라고 지어졌다고 한다.
성산일출봉
더운 날씨였지만 멀리 서 본 성산일출봉의 멋짐에 빠져 반드시 저길 오르고 싶다는 욕망이 차올랐다.
25년 전 한라산을 올랐던 집념이 새롭게 되살아났던 곳이다.
오르는 길은 계속 계단으로 이어져 있었다.
다리에 돌을 메단 것처럼 오르는 길은 힘들었지만 오를수록 눈에 들어오는 경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좋았다.
그냥 멋지고 좋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는 곳이다.
성산일출봉을 오르며 본 경치
정상에 올라 내려다본 바다 풍경은 장관이었다.
바다 위에 불쑥 솟아있는 봉우리에서서 잠시
숙연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자연 앞에 사람은 늘 작고 초라해진다.
성산일출봉정상에서 바라 본 바다
성산일출봉의 감흥을 품고 내려오니 모터보트를 타는 곳이 있었다. 어릴 때 탔던 모터보트가 생각나서 한 번 타보기로 했다. 기다리는 데 꼬마 친구들이 내리면서 "짱 재밌어"라고 했다.
그 말에 웃음 지으며 배에 올랐는데 배의 앞머리에 앉게 된 우리는 날아갈 듯 빠르게 달리는 모터보트를 정말 짱 재밌게 탔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은 장엄하고 바위의 결이 참 곱다고 느껴졌었다.배를 안 탔으면 정말 큰 일 날 뻔했다.^^
성산일출봉을 뒤로하고 나오며 우리는 오늘 우리가 할 일은 다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배가 고팠다.
고픈 배를 참고 마지막 일정인 함덕해수욕장으로 차를 돌렸다. 숙소가 그 근처에 있었다.
차에서 딸은 잠이 들었고 나는 다시 열심히 맛집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전복물회와 오분작뚝배기
제주에 오면 꼭 먹고 싶었던 음식이 물회였다.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양념이 쫄깃한 해산물과 어우러져 지친 몸에 비타민을 넣어 주는 것 같은물회와 처음 먹어보는 오분작 뚝배기는 국물 맛이 끝내줬다. 전복뚝배기보다 오분작뚝배기를 먹어보라는 리뷰를 보고 선택한 오분작뚝배기의 맛은 대성공이었다.
아! 이제 오늘의 일정은 끝인가?
하고 동네를 산책하듯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을 때쯤 우리는 예상치 못한 함덕해수욕장의 일몰과 마주했다.
함덕해수욕장의 일몰
이런 풍경을 본 적이 있던가?
처음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일몰은..
바다 위로 잠시 얼굴을 내비치고 바다 물결을 서서히 붉은빛으로 물들이고 주변의 공기를 다 빨려 들어가게 하는 해의 붉은 기운은 오로라를 보는 것같았다.
해가 바다로 가라앉는 모습
함덕해수욕장의 일몰은 계획된 여정은 아니었다.
우연히 만난 붉은 해의 스펙트럼은 힘든 제주 여행의 고단했던 여정들을 모두 행복한 빛으로 물들였다.제주에서 만난 가장 황홀한 순간이기도 했다.넋 놓고 해가 사라지는 모습을 끝까지 다 보았다. 아이는 해를 붙잡고 싶어 했지만 새로운 내일을 위해 양보하자고 했다. 나도 같이 붙잡고 싶은 시간이었다.
외국의 멋진 해변 같았던 함덕해수욕장은
언젠가는 한 번쯤은 다시 와서 아이와 물놀이를 해보고픈 낭만적이고 인상적인 곳이다.
함덕해수욕장의 풍경
하루의 해가 다 저물었다.
밤부터 시작된 제주에서의 5박 6일의 시간들이 짧고도 길게 느껴진다.
빡세게 여러 곳을 다니느라 제주를 깊게 느끼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도남는다. 하지만 제주의 산과 바다 그리고 숲과 바람들은 아마도 내 몸 어딘가에 숨어들어 종종 들추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