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는 굉장히 까맣다. 새까맣기에 검은색으로 염색했냐고 묻는 사람도 간혹 있다.
약간 노화가 늦는 편이라고 자부하며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세수하다가 거울 속 내 모습에 자꾸 눈길을 잡는 게 하나 있다. 보일 듯 말듯한 한 가닥의 흰머리
방향 따라 보이기도 안보이기도 한 그 흰머리
난 집중해서 어렵게 뽑았다. 15센티 정도 되는 길이의 하얀 머리를 양손으로 잡으며 한참 봤다.
내가 이렇게 나이 들었구나.
무한한 삶이 아니니 노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연스럽게 노화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겠노라.
내가 20대 때 그 젊음이 치열했음에도 청춘이 좋아 40대 되면 빛나는 시기는 끝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이 드는 게 슬펐지만 지금은 아니다. 40대가 되어야 비로소 자기 인생을 오롯이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진짜 인생을 살게 되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도 나다. 흰머리는 치열한 삶을 40년 넘게 살아온 내게 주는 '훈장'이라고 생각하며 내 모습을 더 사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