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부럽네
여름밤 기온, 약간의 습함도 좋지만, 지금 날씨가 간단학게 걸친 옷을 입고 나와 벤치에 앉아 수다 떨기 좋은 밤날씨가 되었다. 그래서 걸어 다니는 사람도 많고, 바깥에 앉아 술 한잔을 걸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매일 걷는 산책길에서 벗어나 편의점에서 커피를 하나 사서 가까운 놀이터에 앉았다. 낮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 밤이 되면 어른들의 수다를 위한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맥주 한 캔, 커피 한잔을 들고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서로 웃으며 이야기하는 중이다. 나는 빈구석 벤치에 자리를 잡아 앉아 그저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나도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지만, 이렇게 혼자 벤치에 앉아 넓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만으로의 우월감과 늦게나마 놀이터를 들어온 사람들의 자리를 먼저 선점한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는 것도 좋았다. 남들이 보면 고독이겠지만, 난 그게 아니었다.
참 세상을 살면 다양한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난 유치원을 다니진 않았지만, 어릴 때 웅변학원을 다니면서 친구라는 것을 만들었고,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미약하지만 조그마한 사회생활을 했으며, 중학교를 들어가면서 다른 동네의 남자들끼리의 우정과 이성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고등학생 때는 다른 지역(내가 살던 시의 경계에 고등학교가 있었다.)의 남자들끼리의 끈끈함과 영화 친구와 같은 진정한 친구를 알게 되었다. 대학교 때는 이성에 완전 눈을 뜨고 남중, 남고를 나온 나에게 신세계를 보여줬으며, 군대에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있을 수도 있구나라는 의아함을 인간관계를 통해 알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다양한 능력의 사람들과 내가 해보지 못한 경험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을 만났던 것 같다.
이렇듯 내가 살아오면서 많은 집단과 변화되는 환경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신기하게 만나고, 헤어졌던 것 같다.
놀이터에 앉아 많지 않은 벤치지만, 그 벤치에 앉아있는 커플, 친구들, 선후배, 부부, 할머니 등을 바라보며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들은 어떻게 만나 놀이터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뭐가 그렇게 즐거울까?
저 커플은 무엇 때문에 저렇게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걸까?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걸까?
고민을 저 친구가 해결해 주기 위해 말을 하는 걸까?
그저 산책을 하다 잠깐 멈춰 앉아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예전 누군가와 놀이터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던가라는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고 있다. 나의 기억 속에 난 놀이터에 앉아 이야기한 기억이 많이 없다. 일단, 바지가 더러워질까 잘 앉지 못했던 것 같고, 모기가 무서워 바깥에서 오랜 시간 앉아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러한 기억도 많이 없이 혼자서 여기 앉아 내 눈에 보이는 이들에 대해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는 게 웃기다.
날이 참 좋다. 곧 비가 온다고 하지만, 가을밤의 선선함이 참 좋다.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북적되고, 수다를 떠는 모습이 집에 틀어박혀 유튜브를 보는 것보다 재미있다.
단순 나와 관계는 없는 사람들이고, 이야기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예상하고 궁금해하며 나도 이제나마 이렇게 앉아 바깥의 멈춰있는 공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새로운 경험 하나가 쌓였다고 생각했다.
다시 갈길이 있는 사람, 그러고 나의 자리를 다른 이에게 양보해줘야 하는 공간.
가을밤 놀이터의 북적임에 부러움과 새로움을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