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철
요즘 들어 결혼을 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남의 기쁨과 좋은 날을 난 나 자신의 한심함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저 행복하기만 한 사람들이 나에게
"너 뭐 하고 있어? 난 가는데?"
라면 놀리는 것 같은 피해망상과 유사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물론 그 앞에서는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진심으로 행복을 빌어주지만 그러고 난 뒤 집에서는 난 뭐 하고 있는지 혼자만의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청첩장을 받으러 다니는 일은 상당히 귀찮은 일이란 걸 최근에서야 깨닫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따로 청첩장을 줄 정도의 인맥이 이렇게 많구나 하며 나름 잘 산 인생을 칭찬하기도 하고, 그렇게 그들의 행복이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의미로 모든 결혼식에 참석하며 웃음을 보였었다. 축의금도 생각보다 많이 들었지만, 나도 곧 갈 거라는 나만의 믿음으로 다 거둬들이겠다는 굳은 마음을 다졌었다.
대학교 후배가 10월에 두 명이나 결혼을 한다.
한 명은 여자 후배인데 3년 사귄 남자친구랑 결혼하는 친구였다. 고향친구의 동생이라나 뭐 정확한 남편의 이력은 모르지만 꽤 좋아하는 것 같다. 자신을 잘 이해해 주고 오랫동안 같이 살면 무난하고 행복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난 다행이라고 했다. 많은 후배 중에 몇 명 아끼는 후배 중 한 명이라 결혼 잘 갔다고 생각했다. 돈이 많아 평생을 남부럽지 않게 살게 해주는 사람은 아니지만, 평생 딱 맞는 퍼즐처럼 혹은 잘 맞는 수레바퀴처럼 무난하게만 돌아가도 그게 행복일 것이다. 모난 것이 없는 게 최고라는 말이다. 물론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후배는 그러한 확신을 청첩장을 받으러 온 나머지 후배 및 나의 동기들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서울에 아파트를 구해서 살게 되었다 하여 그 자리에서 집들이 선물까지 해주었다. 과거 다른 후배랑 똑같은 선물을 해주는 게 맞는 것 같아 가격은 비싸지만 한번 축하할 일에 돈을 아끼지 않고 과감히 선물을 주었다.
또 다른 한 명은 한번 갔다 온 친구였는데, 매번 그 친구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을 한다. 나보다 한 살 어린 후배이지만, 이성에게 꽤 매력적으로 보이나 보다. 성격도 좋은 편이고 약간 활발한 성격에 뭐 나쁘지 않게 생긴 남자후배이다. 저번에 다른 대학후배가 날 보며, 누구는 2번 가는데 어떻게 난 한 번도 못 가냐고 타박을 한 적이 있다. 그 2번가는 친구가 이 친구이며, 그렇게 난 1번도 못 간 못난 선배가 되었었다.
나도 솔직히 안 가고 싶은 건 아니다. 아니 결혼하고 싶다. 내가 준비가 되어야 나랑 평생을 같이 살 사람도 행복하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마땅한 사람이 있어도 지지부진하다 헤어지길 반복했을 뿐이다. 물론 전여자친구는 그거랑은 다른 부분이 있지만, 나도 여하튼 하고는 싶다. 그래서 요즘 결혼이야기, 연애이야기를 할 때면 늘 하는 이야기가
"한 명만 걸려라."
이다. 내가 준비가 안되었지만, 같이 살면서 충분히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다는 믿음으로 바뀜으로써 결혼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물론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초조해지기 때문도 있지만, 그렇게 강력한 다짐으로 지금은 살아가고 있다. 사실 지방에서 올라와서 곧 죽어도 서울에 살겠다는 다짐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마음도 같이 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2번가는 친구는 중요한 부분이 축의금을 어떻게 할 거냐였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 당사자가 아닌 축하하는 이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청첩장 모임이 있기 전 그 모임에 참석하는 대학교 동기, 후배들의 대호 주제는 축의금 얼마 내지였다. 각자 다른 금액을 낼 수도 있지만 사람마음이 과연 그렇게 될까? 그렇다고 2번 갔던 것에 난 처음에는 많이 냈어 그래서 적게 낼 거야도 막상 어려운 선택이기도 했다. 물론, 결혼식 당일에 남들 내는 것만큼 내겠지만, 그전까지는 금액을 맞추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축의금은 축의금이고, 여하튼 2번째 결혼식을 축하하는 자리인 만큼 남자후배라 말도 서슴없이 놀려 되었다. 참고로 이 친구가 2번 결혼 함에도 부끄럽지 않은 건 우리 모임에서 처음 2세가 태어날 예정인 것이고, 모임에서 아저씨와 아줌마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귀여운 대상을 곧 보기 때문도 있다.
부럽다.
청첩장을 받으러 다니는 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도 이렇게 준비해야지 하며 모든 걸 신기해하고, 공부하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부러움이 귀찮음이 되어 나도 못 가는데 누굴 축하한단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제 모임에서 결혼하지 않은 인원은 두 명이다. 나랑 동기인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진작에 비혼을 외쳤기에 나랑은 다른 노선을 타고 있다. 그래서 막사는 것인지...... 전화 올 때면 내가 잔소리는 하지만, 나의 결혼 다짐을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하여튼 귀찮다.
하지만, 나도 결혼하고 싶다.
정말.... 걸리기만 해라..... 내가 원하는 사람이면 더 좋고.. 정말 머릿속에는 누구보다 행복하게 사는 나와 누군지 모르는 반려자의 모습이 늘 그려져 있지만 머릿속에서 나와 현실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에 부침이 있는 것 같다.
나도 너희들에게 청첩장 줄 거다 딱 기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