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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Sep 13. 2023

남들은 앞으로 가는데
나만 뒤로 가는 기분

마음속 무거운 무게로 뒤쳐짐

글을 쓰고, 나 자신을 돌이켜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곳에 솔직한 나의 이야기를 하자면 어릴 때부터 난 나름 열등감을 가지고 살아왔다. 뛰어난 능력과 큰 키를 가진 형의 삶을 그대로 따라가는 동생의 모습에서 부족했던 나의 모습을 자주 마주쳤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어린 그때 난 무엇을 알겠냐 만은 사춘기를 시작하고, 끝나는 그 무렵까지 가끔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형만 한 아우 없다."

였다. 형은 공부를 잘했다. 그렇게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대학교를 갔고, 그 대학교를 졸업해서 형은 원하지는 않았지만, 집에서의 권유로 대학원을 갔고,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병원에서 사람을 살리는 직업으로 남들에게 자랑이 될만한 삶을 살고 있다. 


그렇다면 난. 

형만 한 아우가 아닌 난. 

누군가에게 자랑할 만한 삶을 살고 있는가? 객관적으로는 아니다. 물론 그 객관이란 것도 내가 판단한 대부분의 동의를 종합해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나만의 생각을 대중화시킨 결과이지만, 어느 누가 모르는 나의 이야기를 들어도 그렇게 좋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난 얼마 전 까지는 주관적으로는 꽤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의 노력과 그 결과물에 따른 약간의 사람들의 인정까지 그건 쉽게 도달하지 못하는 것들이라 생각했다.

늘 겸손하려 노력했고, 하다못해 모르는 사람에게도 감사함을 느끼며, 감사하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렇게 난 뛰어나게 살지는 못해도, 못하게 살지는 않았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나의 부족함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노력해서 한 단계 성장을 해 직업을 바꾸었고, 그저 옷쟁이라는 타이틀에서 디자이너를 거쳐 무언가를 만드는 기획에서 그 기획과 디자인, 개발을 아우르는 프로젝트 관리라는 토털 업무를 배우고 하려고 했다. 그렇게 난 성장을 위해 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쉼 없이 성장하는 도중에 난 간과한 게 있었다. 나만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고, 나만이 노력한 게 아니었다는 생각. 이렇게 치열하게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그저 난 걷고 있었던 것이고, 지금 산책하는 것과 같이 유유자적 생각을 정리하고, 언젠가는 해야지라는 계획만 세우는 그렇게 늦게나마 시도하는 것에 노력과 치열함이라는 단어를 붙이게 되었던 것이다.


사람들과 걷다가 보니 그들과 같이 가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내가 멈춘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그들이 너무 빨랐고, 난 느렸고 그게 멈춰 보이는 상대적 멈춤의 현상에서 난 잘 살고 있었는가를 돌이켜 보게 되었다. 그러다 난 앞으로 가려던 게 아니라 늘 남들과 비교를 하며 뒤로 가고 있었던 게 아닐까. 아니면 내가 가진 이러한 열등감과 계획만이 앞선 노력들의 무게들 때문에 뒤로 밀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목표가 없는 삶을 산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진실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해방된 통쾌함일 것이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긍정과 부정을 오고 가는 삶에 나는 무엇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었을까?


난 지난 30년 동안 목표가 없었던 적이 없었다. 난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어렸을 때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목소리를 높인 날. 

형에 의해 나만이 생각한 열등감의 무게를 벗어던지려 했던 그날. 

난 내가 세운 목표를 형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며 소릴 높인 그날.

사실, 목표가 없었다는 말을 그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몰라 형에게 피어난 열등감으로 포장했었고,

 대학생 때 사귀었던 여자친구의 바람을 1년간 참아주며 바람피운 상대방의 남자보다 내가 더 뛰어나야 한다는 목표로 원래 하고 싶었던 것들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걸 할 때도 그냥 목표라는 걸 말하기보다는 피하고 싶었다고 지금 와서야 생각하게 된다.


난 지난 30년 동안 목표가 없었다. 그게 정답이었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데로 산다. 모든 걸 놓고 그저 그렇게 산다. 형이 잘살아도 난 이렇게 살고, 1년간의 바람을 참아준 여자친구가 잘 살든 못살든, 이제 내 인생의 미련한 한 조각일 뿐이다. 


혼자 뒤처진다.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무게가 늘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뒤쳐짐을 느끼고 있다. 

열등감, 할 일, 성장,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 인정 등등이 만들어낸 그러한 목표 말고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데로 지금은 살아가는 것 같은데 조바심이 든다. 내가 하고 싶은데로 살아서 뒤처지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뒤엉켜 정리가 되지 않는다. 

내가 원래 하려고 했던 게 무엇이었지?

목표가 있어야 하는 건가?

유치한 목표라도 가져야 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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