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가 타는 전기자전거
처음 산 자전거는 MTB 중고였는데 아직 기억하는 건 붉은색에 브랜드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그냥 기본 산악자전거였다. 자전거에 대해 아는 게 없었던 당시에 난 가격 싼 자전거를 사게 되었고, 그걸로 로드바이크 마냥 타고 다녔다. 그러다 MTB의 진면목은 산에서 타는 거라며 한번 나갔다가 일주일 뒤 팔아버렸다.
산에서 크게 뒹굴어서 난 도로에서 타는 자전거가 맞다는 결론을 머릿속에 깊게 박혀서는 미련 없이 팔아버렸던 것이다. 그러고 두 번째로 산 자전거는 "비치크루져"라는 LA 바다에서 타는 바퀴가 두껍고, 형체는 클래식한 형태의 자전거였다. 내가 이걸 산건 단순 이뻐서였다. 자전거를 취미로 타는 사람들의 장비 취향을 잘 모르지만, 난 단순 이쁘면 샀다. 그리고 유니크하기도 했다. 대학교 내에 아니 그 지역에서 비치크루져를 타는 사람은 나뿐이었을 것이다.
"비치크루져"는 아주 단순한 자전거였는데. 브레이크도 원래 페달방향의 반대로 돌리면 멈춰지는 지극히 직관적인 시스템을 가진 자전거였다. 그렇기 때문에 오르막을 편안하게 오르기 위한 기어도 따로 없었는데 그 묵직한 자전거로 오르막을 오를 때면 늘 내려서 끌고 가기 일쑤였다. 그러다 자전거를 바뀌게 된 계기는 친구들이 자전거모임에 초대를 했었는데 나만 묵직한 자전거로 도로를 다 같이 달리고 다녔었다. 그때 나와 비치크루져는 늘 뒤에 쳐져서 속도를 내지 못했고, 그것이 결정적으로 자전거를 또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바꾼 자전거는 "픽시"였다. 이건 자전거 중에서도 굉장히 단순하고, 부품이 많이 없는 아주 가벼운 자전거였다. 온전히 내가 밟는 대로 나아가고, 뒤로 밟으면 뒤로 가는 비치크루져보다 더 직관적인 자전거였다. 무엇보다 자전거 무게가 5kg 내외로 정말 속도에 최적화되어 있는 자전거였다. 단점이라면 바퀴가 얇아 인도로 갈 때면 가끔 바퀴에 구멍이 나긴 했는데 그건 집에서 열심히 키트로 고칠 수 있는 정도였기에 그 당시에 꽤 긴 시간 동안 라이딩을 즐겼던 것 같다. 주황색의 알루미늄으로 된 나의 자전거는 수업을 갈 때도 타고 갈 정도로 자전거에 애착을 가지고 타고 다녔는데, 그러다 비 오는 날 인도에서 크게 한번 구르고 나서 찢어진 바지에 피가 철철 나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몇 킬로를 자전거를 끌고 걸어온 이후로는 자전거를 타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전에는 내리막길을 가다 스마트폰을 떨어트려 폰이 박살 난 적도 있었고, 브레이크가 없는 자전거라 속도를 주체하지 못해 신발로 바퀴를 눌러 멈추는 등 위험했던 일들이 여러 있었다.
그렇게 자전거에 대한 경험을 가진 내가 얼마 전 자전거를 샀다.
10년 만에 사는 자전거를 솔직히 2년 가까이 고민했었다. 주변사람들에게 살까 말까를 가끔 물어볼 정도였으니 사실 사는 게 맞았지만, 2년 가까이 고민을 한 이유는 가격적인 이유도 있지만, 내가 잘 탈까라는 고민이었다. 탈일이 많이 없는데 자전거를 살 이유가 있을까라는 간단한 이유로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최근 스트레스로 쇼핑의 불이 붙어
'그래! 지르고 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결제버튼을 과감히 눌러버렸다.
산책하는 그 시간에 자전거로 대신하리라는 생각에 자전거를 산 것도 있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스트레스로 인해 무언가 해소할 게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전거는 전기자전거를 샀다. 그것도 아주 무거운(사고 나서 알았다. 40kg라는 걸), 조립도 아주 힘든, 하지만, 아주 멋들어진 그건 자전거를 샀다. 과거 지드래곤 및 여타 연예인이 타서 유명한 그 자전거를 샀는데, 도로에서 보기 힘든 그러한 자전거였다.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큰맘 먹고 산 것처럼 보이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그냥 결제 버튼을 눌렀다. 충동적으로.
지금은 밤에만 타고 다녀 자동차나, 사람이 없어 안전하게는 타지만, 속도도 생각보다 빠르지도 않고, 그냥 가끔 타고 다닌다. 브레이크가 가끔 고장이 나긴 하지만, 그건 곧 고칠 거라는 마음을 먹고 있다.(마음먹은 지 일주일째 그냥 타고 다닌다)
그래, 맞다. 난 자전거를 샀다.
산책도 하지만 이제는 자전거를 타고 더 많은 곳을 갈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