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력서를 열심히 작성하여, 내가 밥벌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곳을 찾고 있다. 워낙 몇 년 만에 새로운 곳으로 이동을 함에 있어서 오랜만에 오는 긴장감에 약간은 마음이 무거웠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만족도는 꽤 높았고, 일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이 나에게 아주 잘 맞았다.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부분만 빼면 복지, 워라밸 등등 모든 게 나의 또 다른 성장에 많은 부분 도움을 준 회사라고 생각한다.
오랜 교육기간에서 나와 처음 들어간 회사는 매우 어려운 분야의 기술회사였다. 물론 기술이 엄청 독특하고, 특허 등등을 가지고 있는 그런 회사는 아니었지만, 인공지능을 다룬다는 부분에서는 유독 어려운 분야의 회사였다. 이제는 그러한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어제 퇴직신청서를 작성해 달라는 메일도 왔고, 정말로 영영 이별이구나 싶다.
회사와의 이별은 이별이고,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새로운 회사를 열심히 알아보고 있다. 사실 2개월은 놀았고, 마지막 1개월째에 아주 바쁘게 움직이면서 초조함을 느끼고 있던 때였다. 그러면서 갑자기 여기저기서 면접 일정이 잡혀 그 더운 날 열심히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다.
면접들은 대부분 다 똑같다.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해당직무에 대한 이해와 현재까지 한 업무에 대한 설명, 이력사항에 대한 질문과 포트폴리오에 있던 여러 프로젝트의 궁금한 점 등을 물어보게 된다. 어느 정도 기계적으로 대답을 하면서 적당한 여유로움을 보여줌으로써 신입의 패기가 아닌 경력직의 노련함을 보여주면 그것 또한 반은 성공한셈이다.
유독 요즘 면접을 다니면서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나의 삶의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이다. 삶의 원동력이라... 그냥 시간가는대로 살았고, 합당한 대가에 대하여 지시한 업무를 진행하면 하루가 지나가는 삶이었는데... 나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거리에 면접 볼 때 잠깐 멈칫했다. 회사업무에서 삶의 원동력이라는 부분이 왜 필요해서 물어보는 걸까 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나의 인성을 판단하기 위한 혹은 업무에 지쳤을 때 그것을 이끌어갈 다른 무언가를 물어보는 거라 생각했다.
질문의 첫 대답은 없다로 시작했다. 당장 생각이 안 나기 때문에 없는 것도 있었지만,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은 질문이라 원활하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아 단순히 없다는 답으로 당당하면서 심플하게 답을 마쳤다. 그러다 그 면접이 끝나고 깊게 생각해 보았다.
'난 왜 지금 이렇게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지? 내가 여기 오기까지 움직이게 한 힘은 무엇이지? 그래서 원동력은 뭐지?'
날 움직이는 원동력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정답을 그냥 없다고 단호히 말한걸 지금은 약간 후회하지만... 그럼에도 들키고 싶지 않은 부분이라 생각하며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의 시선"
사람들이 날 쳐다보는 눈빛과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인정이 날 움직이게 하는 힘이며, 그것들을 위해 남들보다 더 긴 교육기간, 여러 행동들을 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날 인정해 줄 때 난 힘이 생겼고, 그 많은 것들을 더욱 잘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물론 그 시선에 닿지 못한 다른 나의 모습은 어딘가에 숨겨둔 채 나 혼자의 시간에만 꺼내놓았던 건 약간의 비밀이지만....
사람들은 가끔 그런 말을 한다.
"다른 사람말을 왜 신경 써~ 너하고 싶은 대로 해~"
라며 타인에게 용기를 주지만, 막상 생각해 보면 그런 말을 해주는 그 사람도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위로를 해주는 좋은 이미지로 보이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을 노리든 노리지 않았든 사람들의 시선은 그 말을 해준 사람에게 '역시 남에게도 선한 사람이구나' 혹은 '역시 당당한 사람이구나'라는 뜻을 내포하게 될 거라 생각된다.
사람과의 소통을 하든, 혹은 직장에서 일을 하든, 연애를 하든 결국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모든 건 나아간다.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무언가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아야 하고, 일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직장에서 다른 팀과 혹은 같은 팀에서도 많은 커뮤니케이션으로 1인분은 하는 사람으로 남아야 하고, 상대방에게 늘 사랑받기 위해 멋지고 착하고 듬직한 연애상대로 남아야 한다.
일단 사람이 사람을 알게 되는 순간 판단이란 걸 하고, 그 판단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게 첫인상이고, 그 인상은 사람을 판단하는 여러 말과 행동에서 나오게 된다. 결국 그건 시선으로 바뀌게 되고 그 시선이 나를 움직이는 인생의 힘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난 지금까지 좋은 시선을 받으며 살았는가?
지금 당장은 좋은 시선을 받기보다는 여러 나의 가면 중에 몇 개는 실패했고, 몇 개는 성공해서 누군가에게는 평판이 좋은 누군가에게는 이별받을 정도의 연애상대라는 갓이 결론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