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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Jul 28. 2023

나에게 "마지막"이란 이런 것이다.

퇴사를 하기 위한 절차

다니던 회사를 드디어 떠난다.

새로운 업으로 들어와 교육받고 첫회사이며, 3년 동안 다녔던 회사.

평생 이런 회사는 없을 거라며 아주 편하게 회사를 다녔다. 놀 때 놀고, 일할 때 일하는 전형적인 회사였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난 회사였으며, 이 회사를 다닐 때 내 인생의 인연들을  만나고 헤어졌던 경험을 했던 회사였다. 

남들이 볼 때는 너희 회사 돈은 제대로 줘?라고 할 정도로 일을 안 하고 여유부리던 회사생활에 약간은 나태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첫회사로서 연봉도 많이 올리고 이렇게 떠나게 되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 사람들과 가벼운 티타임을 가지고 점심때까지 인터넷서핑을 할 때도 있었으며, 점심을 먹고 퇴근 2시간 전에 들어온 적도 더러 있었다. 그만큼 회사의 자유도와 복지는 최고였던 것 같다. 물론 회의도 엄청 많았고, "수평과 공유"라는 회사 철칙에 맞게 마치 구글인 양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나오는 워킹시너지는 나에게 새로웠고, 좋았다.


이렇게 나의 첫회사와 끝을 맺고 있다. 이틀 동안 오랜만에 출근해 회사에 쌓여있던 묵은 짐들을 정리하고, 지난 3년간 작업했던 컴퓨터 내의 여러 프로젝트들의 자료들을 옮기고 지우 고를 반복하며, 깨끗한 상태로 만들었다. 누구나 그럴 것 같다. 나의 손때가 묻은 키보드, 마우스, 컴퓨터, 메모지 등 내 주변의 익숙한 것들이 어느 순간 내가 없었을 때의 모습으로 돌려놓는 기분은 그렇게 기쁘지 만은 않다. 많은 사건이 있고, 내 인생의 3년을 이곳에 허비했지만, 여길 드디어 떠나는구나의 기쁨보다 마냥 아쉽기만 하다. 

기존에 같이 일하던 많은 분들이 천천히 떠나는 걸 지켜본 입장에서(우리 팀에서 유일하게 내가 제일 오래되었다.) 그분들도 이런 기분이셨을까 새삼 느끼게 된다. 


마지막 퇴직신청서를 전산처리하기 위해 입사일과 퇴직일을 쓰면서 시원섭섭하며, 이런 게 정말 마지막이구나 라며 단정 짓게 되었다. 사람들과의 단순한 마음속 안녕이 아닌 명확한 서류가 있고, 증거가 있는 안녕. 그리고 마지막. 

정말 이제는 나의 손때 묻은 회사 내 자리 주변 모든 것들을 이제는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강제적인 서류 한 장(퇴직신청서)으로 이렇게 마지막이라는 도장을 찍고 있다. 


나에게 마지막은 이런 거라 생각한다.

누군가가 단정 짓고 마음을 닫는다 하더라도 내가 용기를 내면 혹은 큰마음을 먹으면 마지막이 번복되는 기회가 있는 행위가 아니라 "이건 마지막이 아니야"라는 외침에 서류 한 장으로 "자 이렇게 증거가 있어."라고 내밀 때 드디어 마지막이구나 슬퍼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마지막이라 생각한다.


오랜 시간 다니던 회사는 아니지만 이렇게 내 인생의 3년의 시간을 멈추고 새롭게 시작할 때가 되었다. 


고맙다. 그리고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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