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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Jul 31. 2023

방금 산 아이스크림이 부서졌을 때

재수 없을 것 같은 예감

매일 산책을 하며 습관 아닌 습관이 있다. 산책을 시작하고 내가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있다면 무조건 적으로 들어가 월드콘 하나를 산다. 그리고 산책 중간에 다시 아이스크림할인점을 들려 메가톤바를 하나 산다. 마치 규칙적으로 산책을 할 때 꼭 지키는 규칙 같은 것이다.


평소 난 아이스크림을 잘 먹지 않았다. 먹고 나면 갈증이 더 날뿐만 아니라 녹았을 때 손에 찐득 거리는 것이 싫어 그냥 편의점을 가더라도 얼음이 들어간 시원한 마실 것을 주로 먹었다. 중독처럼 편의점 헤이즐넛 얼음커피를 먹었는데 6년 가까이 매일 한잔 이상씩은 먹은 것 같다. 그냥 중독이었다. 요즘은 그 커피를 잘 먹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차가운 음료를 선호하는 건 변하지 않았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들리는 건 사실상 그녀가 나에게 알려준 것 중 하나였다. 평소 아이스크림을 안 좋아하니 당연히 할인점을 들어갔을 리 만무했고, 사실 집 주변에 그게 그렇게 많은지도 몰랐다. 정말 먹고 싶으면 편의점에서 먹었지 굳이 몇백 원 싼 것이라는 혜택을 누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와 집 주변에서 데이트 시 할인점을 굳이 찾아 아이스크림을 왕창 사는 걸보고 나도 모르게 혼자 산책할 때 들어가게 되었고, 그렇게 산책할 때마다 규칙적으로 찾아 들어가고 있다.


월드콘을 처음 먹는 것은 산책을 주로 6~8km 정도 하는데 에너지 보충의 명목으로 먹고 있다. 많이 먹지 않는 아이스크림 중에 유일하게 먹는 아이스크림 중 하나였고, 콘을 먹으면서 걸어 다니면 나름 천진난만해 보이기도 해서(밤중에 다 큰 남자가 돌아다니면 날 마주친 사람들이 무서워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선택한 아이스크림이었다. 메가톤바는 단순히 편의점에서 팔지 않아서 선택한 아이스크림이었다. 단종된 줄 알았던 고전 아이스크림이 있길래 먹기 시작한 게 산책중간의 동반자가 되었다.




밤늦은 시단 산책을 나가 지도를 보지 않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면 결국 갔던 길을 또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비가 왔다 그친 후 물안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한 그날에도 산책을 나갔다. 오랜만에 완만한 경사를 걸어 크게 한 바퀴 돌겠다 생각하고, 사람 없는 길로 걸어갔다.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하는 시점에서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없었다.

'지금 안 먹으면 계속 못 먹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편의점을 들어갔고, 몇백 원 더 비싸다는 게 아깝다 생각하며 월드콘을 손으로 집었다. 결제를 하고 편의점 안에서 월드콘을 정성스럽게 벗겨냈다.(깔끔하게 벗겨지는 콘 아이스크림을 볼 때면 약간의 쾌감이 있다)

그 순간, 월드콘이 두 동강 나며 땅바닥에 철퍼덕! 순간의 정적.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의 눈 맞춤. 그러고 안타까운 탄식.

절묘하게 모든 게 딱딱 들어맞았다. 전혀 예상 못한 것에 난 잠시 멈췄고, 다시 이성을 찾은 나는 2개 남은 월드콘 중 하나를 더 샀다. 자연스럽게 이건 예상했다는 듯이....


새로 산 월드콘을 들고 나오며, 많은 생각을 했다. 이런 예상 못한 일, 부러진 아이스크림 등등 을 상당히 불길하게 여기며

"하... 오늘 하루 재수 없겠네"

라는 말을 하며 연신 투덜 되며 걷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는 단지 부서진 아이스크림이겠지만, 나에게는 그 모든 게 뭔가 불길한 무언가 일어날 징조처럼 생각되어졌고, 글을 쓰는 지금까지 아무 일은 없지만 지금 이 하루가 계속 불안에 싸여 요리조리 눈치를 보고 있다.


단순한 징크스일 수도, 그냥 마음속 내면의 불안함일 수도 있지만 그냥 아무 일도 안 일어나면 좋겠다.

그것을 바라며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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