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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Aug 03. 2023

길 가다 만난 정말 사소한 짜증

이놈의 보이지 않는 거미줄

나의 산책루트는 다양하다.

한 달 내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걷다 보니 평소 가보지도 않은 곳까지 가는 경우도 많다. 위험해 보이는 곳, 언덕꼭대기에 더 꼭대기, 숲길, 대학교 캠퍼스 등등 다양한 곳을 이것저것 생각하며 걷고 있다. 특히 위험해 보이는 곳에서는 나도 모르게 귀에 살포시 올려놓은 이어폰 한쪽을 빼는데 어디서 모를 소리를 듣기 위함이라 현실적으로 산책을 하고 있다. 막상 생각하면 이제 6~9km를 걷다 보니 이게 산책인지 운동인지 모르겠지만 그 정도를 걷고 땀을 흘려야만 하루가 정말 끝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산책을 하다면 꽤나 귀찮고 소소한 짜증이 있다. 멍하니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의 몸에 엉켜 붙어 나풀 되곤 한다. 꼭 자동차가 많은 큰길에는 없고 나무가 많은 그런 곳에서 날 소소하게 퍼덕되게 한다.


'그놈의 거미줄'


나에게 엄청난 해를 가하거나 불편함을 주는 건 아니지만, 이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길을 가다 보면 꼭 만나는 어디서부터 어떤 거미가 만든 줄도 모르는 이 줄은 꼭 팔, 다리, 얼굴에 달라붙어 길 가다 말고 허우적 되게 만든다.


꽤 좋은 상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곳에 취업해 2년 뒤, 5년 뒤 를 상상하며 미래의 멋진 나날과 언젠가 결혼해 누구보다 뛰어난 최선의 남편이 되어 매일 출근 전에 아내를 안아주고, 퇴근 후에 아내를 안아주고 수고했다며 말하는 혹은 당당히 저녁밥은 외식! 을 외칠 정도의 평범하지만 소소한 행복으로 늘 웃음이 나는 그런 결혼생활을 막 떠오르는 대로 상상했다.

좋은 생각을 할 때 아이러니 하게도 꼭 누군가 훼방을 놓거나 전화가 오거나 무언가가 방해를 하는 클리쉐가 있던데 이번에 이 하찮아 보이는 나풀거리는 거미줄이다. 보이지도 않으면서 나의 행복한 상상을 방해했다.

'휘적휘적'

그러고 10걸음 다시 거미줄

'휘적휘적 휘적휘적'


세상에 방해할 게 없어서 거미줄 따위도 날 방해한다고 생각하니 소소하게 짜증이 났다.

쉽게 떼어지지도 않는 이놈의 거미줄이 점점 더워지고 습기가 많아지는 이날. 나의 행복한 상상을 방해하는 훼방꾼이 되었다.


더 걸어야겠다.

행복한 상상을 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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