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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Aug 25. 2023

이런 곳이 있었네

멍하니 바라볼 수 있는 곳

요즘 밤날씨가 시원해졌다.

물론 땀은 나지만, 땀에 옷이 젖는 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일부러 평지를 피하고, 높은 언덕을 오르는 경우가 많다. 힘들게 올라갔을 때 약간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생각 없이 걷다 보면 한 번도 안 가본 곳을 지나칠 때가 있는데 그것 또한 밤에 산책하는 또 다른 재미였다. 낮에는 너무 밝아서 운치 없던 곳이 밤이 되면 약간의 조명으로 운치 있게 변하는 장소를 지날 때면 혼자서 궁시렁되며 걷기도 한다. 여름밤의 거리의 모습은 눅눅하기 그지없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생각을 정리하게끔,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끔 하면서 매일 나가는 산책의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집 주변은 높은 빌딩과 오피스텔 밖에 없다. 아니면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어 높을 곳을 올라가도 멀리까지 보지 못하는 곳이 많다. 그래서 높은 곳을 오르는 건 그저 땀을 흘리기 위한 루트로 활용할 때가 많았다. 땀을 흘리면 과거에는 얼른 씻고 싶은 찝찝함이 더 묻어났었는데, 지금은 땀을 흘리면 오히려 상쾌함을 느낀다. 내가 이만큼 걸어왔구나, 이만 클 올라왔구나를 느끼며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땀을 흘리며 어느새 하늘밖에 안 보이는 새로운 곳에 도달했다.

어두컴컴한 하늘에 희끗하게 보이는 별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다 보니 내 눈에 장애물이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한 달 넘게 산책을 하면서 한 번도 안 와본 곳이었다. 집 주변에, 그것도 걸어서 20분 내외로 이런 곳이 있었다는 것에 감탄하며 멍하니 내 발아래에 약간의 도시를 바라보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조명들과 분주히 움직이는 자동차들,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난 정지해 있었다. 


속이 뻥 뚫리진 않았다. 

열심히 걸어와서 그런지 멈춰있는 동안에 땀이 많이 났다. 상쾌함이 밀려와야 하는데 그저 뭔가 먹먹해졌다. 슬프진 않았지만 답답했고, 그저 왜 이러고 있을까 가 왜 연신 생각이 났다. 

잘 살진 않았지만, 나름 못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내가 살아온 시간에 대한 후회만 되었다.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는 마음이 마냥 기쁘지 만은 않았다.


그저 후회스러움 에 멍해지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곳을 자주 와야겠다. 반성할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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