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덥던 여름이 서서히 물러나가고 있는 듯하다. 매년 여름의 마지막 소나기가 내리면 가을이 다가온 것을 느끼며,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에 놀랍게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번 해도 특별한 해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여름은 다른 해와는 다르게 여름의 기억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잊으려고 애를 쓸 것이다.
이번 여름은 나에게 이전의 여름만큼이나 힘든 날들 이였다. 지금까지의 내 생애에서 이렇게나 막막함과 무기력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 엄청난 자괴감과 함께 이 시기의 기억을 지금도 묵묵히 안고 있다. 그래서 여름의 무더운 온도보다는 더 큰 힘듦과 복잡한 감정들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고, 방향을 잃은 듯한 느낌, 목표를 잊어버린 듯한 느낌에 이 여름을 보내게 되었다. 다음 연도의 난 지금을 어떻게 생각할까 가 궁금하다.
사람들은 이런 상태를 흔히 '슬럼프'라고 부른다. 나도 인생의 여정에서 여러 번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겪어왔다. 국민 MC 유재석의 무명시절이야기가 생각난다. 기회가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아 기다림의 힘듦, 기회가 주어졌어도 준비가 되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들 그 무명시절의 기억들이 지금의 유재석을 만들었을 것이다.
슬럼프를 경험하며 나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누워 있는 모습만 기억하고 있다. 내게는 그만큼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이루기 위한 동기가 부족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나는 무기력한 채로 무더운 여름을 보내게 되었다. 힘든 이별의 아픔도, 일자리를 잃는 고통도 그냥 나 혼자가 알고 있는 비밀로 남아 있었다.(누구에게 말하지 못했다.) 때로는 누군가와 만나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다시 혼자만의 아픔을 안고 고요한 집 안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렇게 어두운 방 안에서 천장을 응시하며 나 자신을 돌아봤다.
한 번쯤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별의 아픔,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 레벨업을 위한 끊임없는 시도. 이 모든 것들은 항상 목표가 분명했고, 그 목표를 향한 동기가 존재했다. 그래서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나는 이겨낼 수 있었다. 과거에는 자신감과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 자신과 무명시절을 벗어나 최고의 자리에서 계속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민 MC 유재석 사이에는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바로 현재 목표의 부재와 동기의 상실이다.
목표가 사라져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잃은 지금. 나는 여름이 서서히 저물어 가는 틈에도 아직도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어수선한 감정에 떠밀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