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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Aug 29. 2023

난 사랑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다

누군가가 날 버릴 것 같다

누구에게나 접하기 싫은 게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멈칫하고 동작이나 말이 멈추는 상황이 있는 것 같다.

정신적 문제로 인해 혹은 아픈 기억으로 인해 다시 그때로 되돌아가면 어쩌나 싶은 걱정으로 마음이 아파오고, 몸이 저릿해지는 그러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20대의 연애의 대부분이 그랬다. 많은 사람들을 만난 건 아니었지만, 버림받았다는 기분으로 누군가를 만나면 뭔가 나 혼자 간절함과 초조함으로 만남을 지속해 왔던 것 같다. 물론 나도 누군가에게 아픔을 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기적인 동물인 사람으로서 자기에게 상처를 준 기억만 간직한 채 똑같은 상황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소개팅 요청을 받으면 난 겁이 났다.

처음 만나 이야기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후에 나라는 사람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으로 소개팅의 결과가 좋든 싫든 나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좋았고, 기억에 남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생각을 바랐다. 그래서 소개팅을 많이 해본 적이 없다. 그러한 걱정으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상대방에게 나를 거짓으로 보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날 어떻게든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시키기 위해 난 연기를 해야 하는 것 자체가 거짓이 아닌가.


나에게는 트라우마가 있다. 버려지는, 혹은 날 안 좋게 보는 사람들에 대해서 난 피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사회생활을 못할 정도의 트라우마는 아니지만, 집에 혼자 있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혼자 걷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걱정에 이것저것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녀가 물론 이러한 부분을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되도록 그녀에게는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내가 바꿔야 하는 부분이라면 혼나더라도, 혹은 싸워서라도 바꾸려고 했다. 물론 지금은 그건 상관없는 무용지물 그 자체가 되었지만 처음으로 연애하면서 나라는 사람을 꾸밈없이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물론 , 트라우마에서 나오는 좋은 사람연기를 싫어진 않았기에 가끔 연기도 했었기도 했다.


과거 연애에서 난 저울질을 당한 기억이 있다. 한 여자의 저울에 올려져 다른 남자와 싸우는 모습으로 판단을 내려지게 되는 그러한 기분은 꽤 좋지 못하다. 상대방의 남자는 나이도 있었고(성숙), 좋은 회사에, 자동차도 있었고, 나름 아파트도 전세로 살고 있는 그러한 준수한 남자였다. 난 그 당시에 1년 다닌 첫회사에 나와 실패를 경험한 20대였고, 백수였으며, 뚜벅이였고, 6평 원룸에 월세로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단지 그 남자보다 앞서는 건 착했고, 스타일리시했고(지금 생각해 보면 별로다), 오래 사귀었던 것 밖에 없었다. 그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헤어짐을 먼저 말했고, 추운 겨울 눈을 맞으며 이별을 맞이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트라우마라는 것이 생긴 것이.


누군가를 만나면서 나라는 사람과 누군가를 비교하지 않을까? 그래서 날 포기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생긴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것 같다.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아픔을 겪고 아물기를 반복하지만, 난 아직까지 덜 아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난 잘 살고 있는가?

아무런 고통 없이 사랑을 하고 있는가?

네가 원하는 사랑을 하고 있는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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