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이 궁금해서 본 과거의 인생 통계학
사람의 인생에서 정해진 대로 흘러가면 그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라는 단편적인 생각으로 살아오고 있다. 물론 사람이 운명이 정해졌다고 해서 당사자들은 그 정해진 루트를 모르기 때문에 별반 차이가 없지만, 인과의 의한 삶을 살아오는 건 여전히 재미가 없다.
당연히 노력하지 않으면 준비된 기회를 잡을 수 없고, 나를 꾸미지 않으면 좋은 인연을 만나기 힘든 건 당연하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더라도 로또에 당첨이 될 수 있고, 꾸미지 않더라도 이쁘고 잘생긴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들을 아주 많이 본다. 인생이 정해져 있다거나 정해져 있지 않다거나 그건 잘 모르겠지만, 당연한 인과를 벗어나는 상황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한편으로는 그런 행운에 편승하게 되는 것 같다.
난 매년 4월이 늘 재수 없는 달이였다. 4월에 나의 생일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만, 늘 생일이 있는 그 달은 뭔가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크게 아프거나, 바라던 일이 의아하게 이루어지지 않거나 등등 별 좋은 일이 안 일어났다. 그래서 4월이 되면 늘 긴장을 하고 있다. 징크스 같은 느낌인데, 뭐 어차피 그런 것은 믿지 않지만, 안 좋다고 하는 것은 안 하는 게 맞다는 주의라 4월을 싫어하면서도 조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뭔가 안 좋은 일만 연속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별을 겪었고, 회사를 나왔으며, 새로운 시작을 아직도 적응 못하고 있고, 꾸물 정 이번 연도 반이 지나갔다. 물론 내가 노력을 안 한 것도 있다. 무슨 계기가 있다면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고, 생각했을 나이지만, 그 계기가 없는 상태에서의 나는 그저 불운만을 불러오는 것 같다. 이렇게 나를 부정적으로 보는 건 내가 그렇게 보고 싶은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날 그렇게 보도록 유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해 초가 되면 사람들이 운세를 본다. 1년의 운세를 봄으로써 그 연도에 일어날 다양한 일을 예측해 보거나 새해부터 그냥 기분이 좋으려고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회사를 다니면서 그러한 운세를 보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나랑은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저 관심이 없었기에 흘려들었다. 그녀와 헤어지고 난 후 그리고 퇴사를 하면서 연달아 안 좋은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난 나 자신을 분석하다가 운세이야기를 하던 그분들이 떠올랐었다. 그렇게 운세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즉, 나의 인생살이에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길에서 나의 위치를 한번 알아보고자 하는 편법에 대해 궁금했다.
운세를 알아보는 건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아주 정확하다는 평을 들은 사주풀이를 해주시는 분을 수소문해서 연락을 했다. 이게 지금으로부터 2달 전이다. 지금에서야 예약이 비어 얼마 전 나의 태어난 날과 시간을 전달했다. 그렇게 전화로 나의 사주풀이를 하게 되었다.
사주풀이는 통계학 어디쯤에 위치한 거라 생각한다. 물론 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서의 생각이라 이렇게 말하는 것일 수 있지만, 내가 느끼는 건 나와 같은 사주를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보니 평균적으로 이렇게 살아오더라 라는 인생데이터를 통해 나에 대한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다른 삶을 살았지만, 큰 틀로 보면 대략 같은 인생의 길 위에서 북적되기도, 싸우기도, 웃기도 하는 그런 삶을 살아온 나와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이 난 궁금했다. 그 사람들은 지금 이후에 어떻게 살아왔을까. 나의 나이에 이렇게 힘든 삶을 살았을까 등등 힘든 점의 이유를 찾기 위한 투정을 해보고 싶었다.
운세를 본 결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사람들은 대운이 오는 시기가 있고, 인생에 딱 한번 대운이 오는 데 그 대운이 오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 대운이 난 아직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직이구나. 그럴 것 같았어.'
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늦는 거 아니냐는 마음속 투정을 해보았다.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이라니.... 아직이기 때문에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 뻔한 이야기 지만, 이상하게 수긍이 되었다. 운명에 믿음이 없는 내가 전문가의 말 한마디에 빠르게 수긍하고 인정하게 되었다.
운세를 보면서 다양한 걸 물어보았다. 결혼은 언제쯤 할 것 같은지, 인생이 언제 탄탄대로를 걸을지, 누구랑 잘 맞는지,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학업을 이 나이에 더 이어가도 되는 건지, 등등 많은 질문들을 했고, 결국 이 모든 답의 밑바탕에는 아직 대운이 온 시기가 아니다. 대운이 왔을 때 그 기회를 잡는 건 나이고, 그것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으면 그 운도 지나갈 것이라는 말이었다.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나는 노력했고, 아득바득 살아 감에도 내가 원하는 건 하나도 내 앞에 얌전히 오는 법이 없다. 유지하려 했던 것은 어느새 끝을 보았고,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행동들도 어느 순간 다시 바닥으로 내려와 고개를 들어 보게 된다.
나와 같은 삶을 살아온 과거의 사람들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살아왔을까?
나와 같은 사주를 타고난 이들은 미래에 그들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까?
참 인생 제대로 풀리는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