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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Aug 22. 2023

아득히 먼 것 같은.... 나의 이른 바람

결혼하기

그저 나를 부정적으로 투덜 되고 싶다.


난 결혼은 빨리 하고 싶었다.

여러 현실적인 조건보다는 그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으로 평생 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처음 결혼을 생각한 여자는 사랑이라는 조건을 깨버렸다.

내가 가진 조건을 훨씬 상회하는 사람을 원했고, 그 저울질에 난 무너졌다. 그 이후 난 사랑이라는 조건을 과감히 후순위로 미루고, 나의 현재 처지를 높게 올리기 위해 몇 년간 쌓아온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블록을 쌓았다. 옷이 좋아 평생 패션디자인이라는 분야로 먹고살 수 있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분야를 바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걸 선택하고, 처음부터 다시 쌓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레벨을 한 단계 높였다.


두 번째 결혼을 생각한 여자는 나의 레벨에 만족하지 못했다.

난 30대가 되어서야 교육이 끝나고 패션 쪽에서 받는 연봉보다 훨씬 높은 연봉으로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20대 나의 경제적 모습보다 만족하고 있었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긴 가방끈으로 시작은 늦었지만, 시작하는 경제적인 위치가 달라져서 그것이 나의 레벨이 한 단계 높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30대의 나이에서 그건 오래전부터 시작이 나보다 높은 사람과의 비교에서는 난 똑같은 레벨이었다.

학벌이 좋아진 것도 아니었고, 대기업에 다니며 남들에게 자랑하고, 미래가 어느 정도 그려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걸 배움으로써 시작이 달라진 것뿐 레벨 3이 되어도 이미 좋은 학벌과 좋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레벨 10이 훌쩍 넘는 시기였다. 20대는 남들과 비교를 통해 나를 바라보았다면 30대는 20대의 나와 비교해서 나를 바라보아 만족한 것이다.

그렇게 두 번째의 그녀는 고민했을 것이다. 부모의 생각과 나의 조건 등등을 현실이라는 벽 앞에 날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녀가 가진 조건은 나와 동등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결혼을 생각했지만, 그게 헤어짐의 이유가 될지 몰랐다.


세 번째 결혼을 생각한 여자는 나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것 같다.

나에 대한 사람의 믿음의 부족. 그래서 지금은 믿을 수 있지만, 나중에 믿을 수 있을까라는 용기. 그 불안함에 상처를 받지 않을 까라는 걱정 등이 헤어짐을 불렀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게 현실적인 조건이 아니었다는 것에 안도했던 기억이 있다. 아직 앞서 말한 모든 조건등을 내가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믿음은 내가 시간을 들이고 변화되는 모습으로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련이라는 것이 남았고, 아직도 그것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난 현재 대학원을 준비 중에 있다.

남들처럼 이름난 학교의 타이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발전을 위해 더 높은 교육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저 나를 돋보이게 할 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보면 한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아닌 남이 이런다고 했을 때 한심하다고 욕을 한 바가지 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이 이런 거라 난 느꼈다. 지금은 남들이 볼 때 완벽에 가까운 남자로 보이는 조건으로 옷을 입어야 실패를 하지 않을 것 같았고, 그 옷 안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본질을 더욱 다듬어야만 지금을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 하나의 생각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성숙해지기보다는 그저 눈에 보이는 바로 앞의 해결방법을 찾으려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정답이 아니다.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나만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까?라고 한다면 그건 의문이라고 생각이 든다.

남들도 이렇게 살지 않을까?

대학교의 이름이 중요하고, 그 이름 별로 사람을 판단하고 있지 않을까?

스타트업에 다니는 사람보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을 더욱 선호하지 않을까?

결혼을 할 때 사랑보다는 조건을 따지지 않을까?

그래서 나의 인생의 성장보다는 사회적 평가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 눈앞에 보이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을 하지 않을까?


난 결혼을 일찍 하고 싶었다. 나의 모습이 비참하여, 조건이 맞지 않아서, 믿음을 주는게 부족하여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만, 한심하게도 난 그 모든 것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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