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장면을 목격한 아들을 바라본 록의 시선에서 아버지의 살인을 목격한 아들을 보는 관객의 시선
<흑사회1>(두기봉, 2005)
★★★☆
<흑사회 1>은 삼합회의 맹세로 시작한다. 여러 인물이 동일한 문장을 발화하며 삼합회라는 단일체를 강조한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균질하지 않다. 차이를 지우려 하지만, 그 틈으로 쌓이고 쌓인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비집고 나온다. 하나를 강조하지만, 결코 하나일 수 없는 삼합회의 맹세 이후 이어지는 쇼트는 마작 패를 뒤섞는 여러 사람의 손이다. 이 혼돈의 이미지가 지나고 삼합회 회장 선거의 두 인물인 록(임달화)과 따이디(양가휘)가 등장한다. 누가 삼합회를 이끌 것인가는 <흑사회 1>의 서사의 중심축이다. 모든 면에서 다른 록과 따이디는 이 축의 자장 아래에서 밀고 당기며 영화를 이끌어 간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이들의 힘겨루기는 싱겁게 끝난다. 2년 후 회장 선거에 따이디를 밀겠다는 록의 제안은 그들의 충돌을 쉽게 봉합한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은 서사의 중심축에서 멀어지면서 지연된다. 이는 영화 초반부터 충실하게 따라오던 1990년대 홍콩 느와르의 문법에서 빗겨 새로운 지점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록과 따이디의 힘겨루기가 양산한 90년대 홍콩 느와르의 흔적 위에 마련된 새로운 자리에서 이야기는 다시 시작한다.
영화 마지막에 록과 따이디는 가족과 함께 낚시터에 간다. 봉합되었다고 생각했던 충돌이 틈을 비집고 나온다. 러닝타임 10분을 남기고 영화가 다시 시작으로 돌아간다. 록의 아들과 따이디의 아내가 자리를 떠나고 록과 따이디는 대화를 이어간다. 그들은 낚시터 이전 충돌의 서사를 반복한다. 록은 따이디를 돌로 내려친다. 그리고 록이 다이디의 아내를 죽인다. 그리고 록은 평온하게 뒤처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불균질 하게 삽입된 것이 있다. 그것은 록과 아들의 마주 봄이다. 록이 따이디를 돌로 내려 칠 때 록은 정면을 보지 않는다. 쓰러져 있는 따이디에게서 눈을 거두지 않는다. 즉, 록은 따이디를 죽이는 일에 몰두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카메라는 돌로 내려치는 행위 자체를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록의 폭력은 멈추지 않는다. 다 끝났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록은 멈추지 않는다. 록은 돌을 더 높이 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때리는 행위에 집중했던 카메라 역시 록의 거대한 몸짓을 담아내기 위해 미디엄 쇼트로 전환한다. 이때 폭력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록이 따이디에게서 눈을 거둔다. 그리고 어딘 가를 바라본다. 이어지는 쇼트에서 록의 살해 장면을 바라보는 아들이 보인다. 록의 시점 쇼트이다. 그런데 카메라가 록의 시점 쇼트에서 벗어나 점프 컷을 하여 아들에게 더 다가간다. 이 쇼트의 시선은 자신의 살은 장면을 목격한 아들을 보는 록의 시선이 아니라 아버지의 살인을 목격한 아들의 표정을 보는 관객의 시선이다. 관객이 유지하던 장르적 쾌감을 찢어놓기 때문에 이 쇼트는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