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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ture film Nov 29. 2020

<네트워크>

보여지는 상황이 다다르는 지점에 대한 주목



<네트워크>(시드니 루멧, 1976)

★★★★     


서사를 추동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네트워크>의 주인공은 생방송 무대에 선 하워드 빌(피터 핀치)이 아니다. 오히려 생방송 무대 뒤편에 있는 다이아나 크리스텐슨(페이 더너웨이)이 주인공이다.      


물론 <네트워크>의 가장 통쾌하고 매력적인 장면은 하워드 빌이 광기에 찬 언사들을 필터 없이 쏟아낼 때이다. “너무 화가 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라는 하워드 빌의 말이 방송을 통해 퍼져나가고, 시청자들은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하워드 빌을 따라 외친다. 불만의 층위는 다르겠지만, 이들은 모두 큰 목소리로 자신을 드러낸다. 목소리에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천둥소리마저 집어삼킨다.      


발산하는 거대한 힘을 보여준 다음 쇼트의 사운드는 이전 쇼트의 광적인 발산하는 목소리도, 이미지로 보이는 비행기의 굉음도 아니다. 모든 소리를 잠재우는 차분한 나레이션이 “다른 방송국 뉴스 시청률을 모두 합친 것보다 높은 42%의 시청률”을 언급한다. 그 결과 다이아나는 서부연안지역 방송국 중역들과 회의를 한다.      


이러한 쇼트의 진행은 영화가 하워드 빌의 말이 혁명가의 목소리인지, 혹은 미친 사람의 광기인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음을 말한다. 즉, 이후 서사는 하워드 빌의 말이 아니라 이후 발생하는 시청률(그리고 다이아나)를 중심으로 추동된다.      


이것이 <네트워크>에서 보여진 상황이 아니라 이 상황이 미끄러져 다다르는 지점을 살펴야 하는 이유이다.


(202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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