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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ture film Dec 13. 2021

한정된 공간의 캐릭터 운용 방식

<해피니스> tvn 2021

 

<해피니스>의 시작은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는 한적한 도시이다. 경찰이 달려간 학교 입구 플랭카드에는 “세양고등학교의 자랑 정이현”이라는 문구위에 붉은색 락카로 휘갈겨 쓴 “무릎아작! 개망”이 보인다. 희망이 절망으로 급변하는 순간에서 <해피니스>는 시작한다. 지상은 소란스럽지만, 옥상 난간에 앉은 이현(박형식)은 예상외로 덤덤하다. 이 덤덤함을 가중하는 것은 교실 안에 엎드려 있는 윤새봄(한효주)이다. 선생은 “심적으로 위태한 이현”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하교를 막는다. 이현이 옥상에서 내려오면 하교한다는 선생의 말에 새봄은 옥상으로 올라가 이현을 만난다. “앞으로 뭐를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현에게 새봄은 “우리의 미래가 무궁무진하다는 거지, 괜찮으니깐 그냥 저질러, 아님 말자하는 마음으로”라고 말하며 이현을 난간에서 민다. 쿠션 위로 떨어지는 이현의 표정 변화는 이 드라마의 서사 축인 ‘절망에서 희망을 본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옥상에서 시작한 <해피니스>는 12년 후 다시 한정된 공간을 찾는다. 새봄과 이현은 어렵게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한다. 희망의 순간에 휘갈겨 쓴 붉은색 락카 같은 핏자국이 새봄과 이현의 아파트를 잠식한다. 정체모를 감염병인 광인병이 퍼지고 아파트는 봉쇄된다. 한정된 공간은 캐릭터의 다층적 측면을 보여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이다. 한정된 공간의 개별 인물들은 동조하며, 배신하며, 혹은 이 모든 것을 숨기며 지내야 한다. 그러기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있어야 하는 순간은 매력적이다. <해피니스>는 임대와 일반 분양, 그리고 그곳을 청소하는 외주 업체 직원들, 편의시설 직원들 등 다양한 인물군들이 얽혀 있다. 이들이 가지고 있던 조건들은 절망 앞에서 무용지물이 된다. 이제 감염 여부가 새로운 조건으로 적용된다. 일군의 좀비물, 예를 들어 <지옥>, <스위트홈>이 보여준 공포의 스펙터클은 <해피니스>에서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외부에 차단되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오히려 내부 인물의 다층적 변화에 주목한다. 숨기고 있었던 속물근성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서사가 진행된다.      


그러나 <해피니스>가 이러한 측면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는지는 의문이다. 드라마가 중반을 지나면서 즉, 인물의 캐릭터가 구축되고 나서부터 그 변주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오히려 캐리터의 반복이 서사 전개를 지지부진하게 만들었다. 대신 서사는 윤새봄(한효주)과 정이현(박형식)이 끊임없이 밖의 한태석(조우진)과 연결에 주목한다. 이는 결국 <해피니스>가 내부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상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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