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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ture film Dec 13. 2021

<구경이>는 이경의 리듬으로

<구경이> jtbc 2021

<구경이>는 케이/이경(김혜준)으로 시작해 구경이(이영애)로 끝난다. 고등학교 실험실에서 정체불명의 액체를 만들고 있다. 이때 케이의 등장은 포커스 아웃, 뒷모습, 클로즈업을 통해 지연된다. 잠시, 고양이와 함께 있을 때 케이가 자신을 드러내지만 이도 잠시이다. 드라마는 극도로 케이의 얼굴을 가린다. 그리고 음산한 분위기만을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이는 “죽어! 죽어!”를 외치며 게임에 몰두하는 구경이에게로 이어진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바퀴벌레와 함께 살며 게임에 몰두하는 은둔형 외톨이 이영애는 우아하고 단아한 ‘산소 같은 여자’가 아니다. 오히려 우아하게 살벌한 금자씨에 가깝다. 그러나 구경이는 금자씨에게 남아 있던 그 우아함 마저도 없다.      

서로 다르면서도 연결되어 있는 두 인물의 대결은 최근 장르물이 그려낸 그 어떤 대결보다 매력적이다. ‘죽일 놈만 죽인다’는 이경의 살인은 명증한 선/악의 구도로 나눌 수 없다. 그것은 용숙(김해숙)의 존재 때문이다. 이경-구경이의 대결이 가질 수 있는 평면성을 용숙이 이 둘을 이용하면서 입체적으로 전환시켰다. 경수(조현철)의 말처럼 케이를 잡으려 할수록 악당을 구한다는 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   

<구경이>의 마지막은 구경이(이영애)가 이영애를 맞이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역설적으로 구경이가 이 드라마에서 얼마나 힘이 약했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구경이는 그간 이영애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이영애는 구경이를 통해 시종일관 지속되는 그 벗어남에 머문다. 반면, 케이/이경(김혜준)의 마지막은 구경이의 마지막 전에 놓인다. 감옥 창살에 매달려 끊임없이 보고자하는 그의 눈빛과 손동작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케이는 하나의 얼굴로 설명되지 않는 리듬을 보여주면 극 전체를 이끌었으며, 구경이에게도, 용숙(김해숙)에게도 밀리지 않으며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결국, <구경이>는 구경이의 드라마가 아니라 이경이의 드라마이다. 그의 얼굴의 리듬이 이 드라마를 지탱한다. 드라마 후반부 무게 중심이 구경이에 놓이면서 극적 긴장과 흥미가 상쇄된 것은 이 때문이다.      


굿바이 케이/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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