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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ture film Dec 14. 2021

절망을 줄이며 '힘겹게'

<아이를 찾습니다> jtbc 2021

균열은 일순간에 일어났다. 조윤석(박혁권)이 휴대폰 매장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강미라가(장소연)이 화장품 매장에 가지 않았다면, 성민(오자훈)은 이전처럼 아빠, 엄마와 함께 살았을 것이다. 성민이가 사라진 후 윤석과 미라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성민을 찾는다. 이러한 서사의 관습적 전개는 아이 찾기의 힘겨움이 양산한 윤석과 미라의 갈등으로 진행된다. 물론 <아이를 찾습니다> 역시 이 패턴을 유지한다. 미라는 성민을 잃어버린 이후 조현병에 시달리고, 윤석은 성민 찾기와 미라 돌보기에 점점 지쳐간다. 그리고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반복되는 실패가 윤석을 힘들게 한다.      


<아이를 찾습니다> 이 관습적 서사를 지속하지 않는다. 드라마 중반 성민이 돌아온다. 이 드라마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자신이 유괴된 사실을 모르고 자란 성민과 성민만 돌아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던 윤석에게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지속된다. '보통 엄마'였다고 말하는 성민과 그저 '아기가 필요한 유괴범'이었다고 말하는 윤석 대화가 관객을 상봉 그자체가 아니라 이후의 시간으로 끌고간다. 오히려 윤석은 자신이 유괴범, 그것도 무능한 유괴범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이후 드라마는 희망을 기대하는 대신 절망을 줄이며 ‘힘겹게’ 그들의 교차점을 만들어 간다. 이 힘겨움 속에서 시청자는 성민에게도 윤석에게도 그리고 미라에게도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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