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경이었다. 지방에서 누릴 수 없던 플랫폼을 이용할 생각에 부푼 마음을 안고 올라왔다.
1년 정도 지났을까? 풍선처럼 부푼 마음은 힘없이 빠지기 시작했다. 갖고 있던 조그마한 여유로움마저 사라져 갔다.
매 순간을 초조하게 보내야 했고 고독함만 쌓여갔다. 온갖 소음으로 가득 찬 길거리는 내 마음을 위로해 주지 못했다. 오히려 답답함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마음을 알아차린 걸까. “서울외곽으로 데이트 가볼래?” 그녀의 말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였다.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바로 실행에 옮겼다.
목적지가 없어도 서울만 벗어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았다.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로 진입하는 순간 신호 없는 교차로를 벗어난 기분이었다.
북한강을 끼고 있는 주변풍경과 한적한 도로는 잠시나마 여유를 만끽하게 할 수 있게 도와줬다.
도로 위를 달려 도착한 곳은 남양주 조안면에 위치한 물의 정원이었다. 차에서 내리니 숨 막힐 듯한 공기가 반겨준다. 온도는 33도를 가리키고 있었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그녀와 손을 잡고 정원으로 향했다. 탁 트인 산책로가 있고 데이지꽃, 양귀비꽃이 사방에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걷고 또 걸었다. 공원을 걷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평소 같으면 여름더위에 쉽게 지치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았다.
더위로 인해 생기는 불쾌감보다는 해방감이 컸다. 땀이 멈출 생각 없이 흘러내려도 이 순간이 좋았다.
복잡하고 사방이 막혀 있는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었다.
멀지 않은 40분 거리의 드라이브였지만, 이 안에서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는 않더라도 내가 느꼈던 감정처럼 해방감이 줄 수 있는 대체불가능한 치유력이 있다. 행복하기 위해 이 치유력을 종종 사용하려고 한다. 뜻밖의 행복은 언제나 존재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