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슈 Jul 04. 2024

레인부츠보다 여자친구

어린아이 같은 미소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오늘 세상 제일 이쁜데?' 이 멘트는 여자친구를 만날 때마다 단골 멘트로 등장하는 표현법이다. 단골 멘트라 식상해 보일 수 있으나, 진심을 담은 찐 멘트다.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처럼.

주말은 둘만의 시간이다. 외부 압력이 들어와도 쉽게 깰 수 없는 강화유리와 같다. 이 시간 동안은 외부 소리가 고요하게 들린다. 여자친구의 말소리만 들릴 뿐이다.

 


 지난주 주말에도 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약속 장소로 향했다. 이슬비가 내리고 공기는 습했다. 찝찝함을 날려버리기 위해 계획대로 쇼핑몰로 들어갔다. 모든 쇼핑몰, 백화점, 아울렛이 그렇듯. 들어온 쇼핑몰도 주말에는 사람들로 붐빈다. 자주 오는 곳이 아니다 보니 온 김에 모든 매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주위를 둘러봤다. 다른 매장은 잠잠한데 유독 한 매장만 시끌벅적하다. 궁금함을 못 참고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보니 레인부츠를 판매하는 매장이었고, 다음 주부터 장마 시작이라는 소식에 구매하러 온 손님들이었다.


 "에이 뭐야, 장화 파는 매장이 자나. 시골에서 어르신들이 신는 파란 장화가 최곤데!" "다른 데 가보자." 장소를 옮기려고 보니 여자친구가 없었다. 진열대 앞에 쭈그려 앉아 부츠를 보고 있었다. 쭈구려 앉아있는 모습이 웃겨서 다가가 말했다. "한 번 신어봐." 말하는 순간 여자친구는 행동에 들어갔다. 부츠를 신었다 벗었다 10번정도 반복했다. 이쯤 되면 모든 남성들은 알아채버린다. '여자친구가 부츠를 사고 싶구나'라는 걸.

가격은 149,000원. 누군가는 싸다고 느낄 테고, 다른 누군가는 비싸다고 느낄 가격이다.


 우연히, 이 날은 기념일이었다. 기념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물건을 뚫어져라 보는 행동, 사고 싶어 안달 난 행동을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처음 봤다. 그 모습이 어린 조카와 겹쳐 보였다. 땡깡피우는 모습과 유사하지만 이런 모습조차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원하는 색상과 사이즈를 사장님께 새상품으로 달라고하여 신어본 뒤 카드를 꺼냈다. 결제하는 순간까지 여자친구의 표정은 어린아이 저리가라 였다.

 

 사실 쇼핑몰에 들어간 이유는 나의 여름 신발을 보기 위해 들어갔다. 물욕이 없던 나로서는 '굳이 볼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여자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하는 수 없이 보러 갔다. '여름 신발이 없는 내가 불쌍해 보였나...' 결국 여름 신발을 여자친구가 선물해 줬다. 선물 받은 여름 신발. 없던 신발이 생기니 기뻤다. 그러나 주는 행복은, 받은 기쁨을 압도해 버렸다.

 


 창문을 보니 이슬비는 장대비로 변해 있었다. 신이 난 여자친구는 부츠로 갈아 신고 당당히 앞장선다. "오빠, 강한 비가 와도 내 발은 이제 안 젖어. 부럽지? 내가 앞장설게!"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이 모습을 보니 아빠미소가 지어진다. '너 너무 귀여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