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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슈 Jul 23. 2024

늦깎이 사랑

소중함을 배우고 있습니다.

 방 안은 숨소리만 존재한다. 고요함을 깨어보려고 영상을 틀어보지만, 영상 하나로 방 안에 생기는 채워지지 않는다.

몇 시간 전만 해도 깔깔거리며 웃고, 생기가 가득했던 방인데.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면서 생기도 가져갔다.


방금 전까지 같이 있었지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른거림이 가시지 않아 사진을 꺼내 본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피식 웃는다.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사용한 물품이 보인다. 보고 싶은 마음이 가슴속 깊이 박히기 시작한다. 이런 게 사랑인 걸까. 어릴 땐 몰랐던 사랑을 배우고 있다. 사랑을 배우고 있다는 건 내면이 단단해지고 성숙해 지고 있다는 증거겠지.


고요한 방과 달리 밖은 요란법석 하다. 천둥소리와 빗소리가 섞여 방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창문을 열었다. 비는 바람결에 따라 사선으로 춤을 추고 있다. 춤을 추다 대열에서 이탈한 한두 방울이 창문을 툭툭 건든다. 빗방울들이 지금 이 심정을 잃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변하지 말라고.


먼 훗날 사랑을 하고 있음을 어떻게 아는지 물어본다면 다음과 같이 말해주고 싶다.

‘사진을 보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나의 모습’

‘그 혹은 그녀가 사용하던 물품을 보면 보고 싶어지는 마음’

‘손잡고 같이 걸었던 골목을 혼자 걸을 때 느껴지는 허전함’

'나 이외에도 소중히 여길 존재가 생겼다는 확신이 들 때'

이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면 사랑을 배우고 있는 증거라고 말하고 싶다.


밤 하늘을 보니 보름달이 떠 있다.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그녀를 만날 내일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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