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한 친구”
칠흑 같은 밤. 곤충 소리만 귓가에 맴돈다.
펜션 내부에 사람들이 있지만, 말소리는커녕 숨소리조차 새어 나오지 않는다.
나만의 시간을 가지라는 뜻인 걸까. 미지근한 밤공기를 돌려보내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가방을 열어 편지를 꺼냈다.
여자친구가 1주년 기념으로 쓴 편지.
편지에는 내용물과 함께 추억이 담겨있는 사진이 줄을 이루고 있다.
추억이 깃든 사진에 몇 분간 눈동자를 고정시켰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고정시킨 눈동자를 간신히 풀어 내용으로 돌렸다.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중에 문장 하나가 눈동자를 다시 멈추게 했다.
“연인이자, 가장 친한 친구.”
평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주 던지곤 했다.
'속 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
'기분전환을 위해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친구.'
'가끔은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친구.'
'이런 친구 1명만 있다면, 외롭지 않은 인생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돌이켜보니 여자친구를 만난 뒤로 그녀가 가장 친한 친구였다.
잔소리 같지만 진심 어린 조언을 하던 여자친구.
여자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던 기억.
여자친구와 맥주 한 잔 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던 날.
모든 게 가장 친한 친구라서 가능했다.
하나의 문장 덕분에 알게 됐다.
여자친구는 언제나 내 편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라는 사실을.
현재 연인이 동반자가 된다는 생각을 하자 알 수 없는 설렘이 온 몸을 휘감았다.
방안에는 두근두근 뛰는 심장소리만 가득했다.
"나도 옆에서 든든한 가장 친한 친구가 될게."
편지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