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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Aug 11. 2016

<가상현실을 말하다> 리뷰

가상현실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

#트레바리 

#트레바리뇽 8월의 책



트레바리 뇽 2번째 시즌의 마지막 도서는 <가상현실을 말하다>였다. 포켓몬 고 를 통해 높은 관심을 받는 가상현실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기 위해서 고른 책이다. 


책은, 한 이야기를 쭉 늘어가기보다는 현재 학계, 업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여러 가지 가상현실의 응용에 대한 리포트에 가까웠다. 게임, 영상물 등등. 때문에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약간 더 깊은 논의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러 저자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가상현실을 바라보는 모습을 배우기에는 좋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보기에는 너무 글들이 떨어져 있었다. 사실 인터넷에서 보는 인사이트 있는 가상현실에 대한 글을 모아놓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금의 가상현실에 대한 논의도 이 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대다수가 HMD 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내게는 사실 HMD라는 폼팩터는 중요하지 않다. 그건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는 거니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상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십수 년도 전에 SF 소설이 한국에서 나왔다.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가상현실에서의 세뇌가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이다. 편협한 연구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게임을 통해서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폭력석을 학습한다는 주장도 있고. (그리고 넓은 의미에서 지금의 비디오 게임은 충분히 가상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다중접속 역할 수행 게임( MMORPG) 리니지 2의 바츠 해방 전쟁 같은 사례도 흥미롭게 볼 곳이 있다. WOW의 전염병 사태도 마찬가지. 왜 자꾸 게임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이미 우리는 가상현실을 만들었고, 거기에서 유의미한 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비디오 게임의 세계도 가상현실이다.


지금의 HMD나 다른 기기와 과학기술을 통해 접근하는 것은 그 가상현실을 조금 더 실감 나게 하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머리 속 상상을 그림이라는 차원으로 옮기는 것도 일종의 가상현실이다. 즉, 가상현실이란 지금의 현실과 다른 어딘가라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 안에서의 인터랙션에 대한 논의, 더 몰입감을 형성하기 위해 혹은 진입 장벽을 없애기 위해 사람의 감각기관을 속이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비즈니스 차원에서의 유의미함은 있지만 본질적인 논의에서는 조금 벗어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쓸데없이 형이상학적이거나, 현학적인 논의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인터넷이 이 세상에 도입되었을 때 소수가 외친 사이버스페이스 독립선언문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책 속에 나오는 것처럼 가상현실에서는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정복하지 못한 제한요건들을 극복할 수 있다. 대다수의 다중접속 역할 수행 게임처럼 레벨 개념으로 현실의 사다리 구조를 재현할 수도 있지만, 매 번 같은 조건으로 상대와 경쟁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한정된 자원이라는 개념을 없에버릴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는 말이다.) 


그리고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그 가상현실의 통제권을 국가도 아닌 기업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인공지능의 주도권의 상당수가 기업에게 가 있듯 말이다. 사실 지금도 포켓몬 고는 가상현실과 현실을 결합시켜서(Mixed reality)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책에 나오듯, O2O 를 위한 기술 기반으로 가상현실이 사용되고 있다. 이게 왜 문제냐고? 도덕적 딜레마를 한 기업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맡길 수 없듯이, 다수의 접속한 가상현실의 룰을 기업에게만 맞기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주의 시장논리가 잘 적용되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상현실의 가짓수가 많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모습으로 볼 때 꽤나 많은 경우에 단일 플랫폼으로 어느정도 묶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왜냐면 사람이 많은 곳에서 노는게 더 재밌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 초현실적인 세계를 소유하는 개별 존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수많은 (그리고 대다수가 수준 이하의) 게임 판타지 소설(가상현실 게임이 실존하고, 꽤나 발달했다는 전제 아래에 쓰이는 판타지 소설류) 에서는 이런 미래를 그리고 있다. 매우 단편적인 예상이지만, 직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 이런 푸념도 결국 되다만 사회주의자, 반쯤 물든 빨갱이적 생각으로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닐 가능성이 더 크겠지. 기술이 거기까지 가지 않았을 가능성도 놓고. 하지만 경계는 필요하다는 생각은 끊이질 않는다. 적어도 내 머리속의 가상현실은, 조금 더 큰 개념이고 그건 드러난 부분 보다는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더 크니까.




사족.

뭔 말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더워서 아무 생각이 없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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