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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Jul 09. 2017

<넷플릭스> by 지나 키팅

Contents is the king, always.

얼마 전에 뉴스를 보았다. 넷플릭스의 가입자가 미국의 케이블 TV 가입자 수 보다도 더 많아졌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에야, 오 이제야 그런가 싶은 뉴스였다. 하지만 지나 키팅이 기록한 <넷플릭스>를 보고 있으면, 참 드디어!라는 생각도 든다. 


<넷플릭스>는 창업 초기부터 스트리밍 서비스 중심의 회사로 전환하는 시기까지의 회사 넷플릭스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단순히 용비어천가 식의 성공담은 아니다. 창업 초기 팀 사이의 갈등과, 경쟁 회사와의 치열한 전투 현장 등이 담담하게 적혀 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매체에 있어서의 파괴적 혁신(Distruptive innovation)에서 파생되는 서비스 업체들의 변화 부분이었다. 특히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넷플릭스' 보다는 '블락버스터' 가 어떻게 이 변화 시기를 겪었고,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더 재밌는 부분이었다.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에 DVD와 VHS의 관계가 들어가 있을까. 저장매체의 혁신이 저서 <혁신기업의 딜레마>에 있던 것을 상기해보면 맞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거기에 파생된 서비스업체의 경쟁 구도도 파괴적 혁신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서비스 차원에서의 경쟁은 조금은 다른 측면이 있었다. 결국은 같은 매체에 담긴 '영화'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유통하느냐의 싸움이었고, 이 경우에는 기존에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던 '블록버스터'의 장점은 매우 컸고, 책의 논조는 만약에 '블록버스터'의 이사회가 온-오프라인을 통합하고 넷플릭스를 고사할 수 있던 전략을 지속했다면 승자는 달라졌을 수도 있단 서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술한 CATV와 온디멘드 / 스트리밍 업체와의 관계도 단순히 기술의 변화에 따른 파괴적 혁신으로만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CATV는 IPTV에 아직 자기 자리를 모두 내놓지는 않고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반반 정도인가 그렇다. 망 산업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인프라 투자가 많이 필요하고, IPTV는 Telco의 Fiber 망을 통해서 퍼지는 것이니까. 그러니 미국에서는 아무래도 IPTV방식의 전환이 우리나라보다는 더 느릴 것이다. 


미국의 경우 CATV업체들은 방대해지고, PPV방식이 이미 널리 퍼져 있었으며 그 수익을 기반으로 여러 진입장벽을 쌓았으리라. 그중 하나가 바로 자체 제작을 지원하는 드라마들. 거대한 콘텐츠 업체들이 되었고,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 자체로는 이들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자명하다. 때문에 <하우스 오브 카드> 가 탄생했을 것이다. 스트리밍의 기술 우위라고 할 수 있는 부분도, 결국 기존 업체들이 어느 정도 모방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을까.


물론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 향상을 위한 여러 가지 로직, 씨네 매치 Cinematch 알고리즘 정교화의 이점이 있긴 했지만 매우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는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제작-배급사가 우호적인 집단이었다면 굳이 이런 작업이 없이 훨씬 많은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었을 테니.


때문에 장기적으로 넷플릭스의 다음 상대가 '아마존'이나 '구글' '애플'이라고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싶다. HBO나 디즈니 같은 - 미디어 왕국들이 과연 스트리밍 시대에 넷플릭스의 아성을 어떻게 무너뜨릴지, 아니면 어떻게 함께 비상할지가 관심사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금번 <옥자> 사태에서 몇몇 극장들의 보이콧이 내게는 조금 다르게 읽혔다. 일종의 우버 라이트 같은 느낌이지 않은가. 극장은 '콘텐츠' 유통의 초기 채널로의 지위는 이제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당 부분. 물론 영화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로 모두 내려놓기는 힘들겠지만, 이제는 CGV 가 다양하게 시작한 여러 가지 다른 형태의 관람들 - 4D, ScreenX - 에 집중하고 오히려 예전의 명화들을 어떻게 재현할까 라는 식의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집에서 친근한 사람과 넷플릭스를 하는 행위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은 '콘텐츠'를 뛰어넘은 차이를 주어야 한다. 사실 꽤 많은 영화들이 이미 IPTV 등에서 동시 상영이라는 이름으로 나오고 있지 않은가, 극장과 함께. 그 대다수의 시청 군은 극장을 갈 수 없는 사람으로 한정된다고 하지만 - 앞으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같은 콘텐츠를 극장에서 볼지 집에서 볼지 선택할 수 있는 시점이 오게 될 것이다. 


또한 24/7, Always on 된 기기 - 스마트폰 - 속으로 들어간 콘텐츠 유통 경험은 아마 또 다른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부분이 있다. 아마, 스트리밍 시대에 제작 형태는 달라질 것이다. 넷플릭스는 우버처럼, 그 옛날 방직기처럼 미디어 산업에 큰 파문을 던졌다. 이 변화의 시기가 끝났을 때에도 여전히 '집에서 영화 보고 갈래?'를 '넷플릭스 할래?'라고 말하고 있을지는 확언할 수 없다. 


다만 예전부터 말해오던 콘텐츠 산업의 변화의 첨병으로 '넷플릭스'는 기능하고 있고 -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콘텐츠가 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블-디즈니 연합, ABC와 협업하여 영화관보다는 집에서 혼자 - 혹은 소수와 보기 적합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고. (마블 디펜더스와 MCU는 타깃이 매우 상이하다)


그러니 만약 10년이 더 지나서 다음 버전의 <넷플릭스>를 쓰게 되면 이 점을 보게 되지 않을까. 단순히 추천하는 것이 그치지 읺고, 우리 고객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찾아내서 그 집단을 공략하는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내는 '넷플릭스'와, 그와 경쟁하는 거대한 미디어 기업들. 어쩌면 그 시점은 메이저 제작 업체들이 독자 스트림이 플랫폼을 포기하게 될 때가 아닐까, 즉 HBO Go가 사라지고. Google Play Movie 가 무릎을 꿇는다면. 그렇다면 아마 <넷플릭스>의 후속 편이 쓰여야 하는 때가 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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