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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Jul 09. 2017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 by 마쓰이 타다미쓰

매뉴얼 VS  인간

작가 이영도가 말했다.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대상은 물건을 구매하면 따라오는 매뉴얼이라고. 나는 한 때 그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을 했었다. 그 매뉴얼의 핵심은 어떻게 짧게 - 그리고 중학교 2학년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으로 핵심을 설명하는가 였다. 또한 다른 문화권에 판매가 될 경우를 대비해서 법적인 이슈나 문화적인 차이를 고려해야만 했다. 


매뉴얼은 이렇게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저자가 말한 것처럼 매뉴얼은 '성경' 이 되는 순간 가치를 절반 이상 잃는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업데이트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뼈대 자체는 매우 신중히 -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매뉴얼은 표현형에 지나지 않는다. '구조' '시스템' 이 핵심이다. 


일은 예산과 사람이 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드는 리소스는 모두 '돈'으로 치환될 수도 있다. 종래에는. 결국 그 '돈'으로 치환되는 자원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이 '구조'이고 '시스템'이다. 웹툰, 그리고 드라마 <미생>에서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님을 강조하는 대사들이 있다. 그렇다, 일은 '회사' 가 해야지 '개인' 이 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에서는. 


스타플레이어는 필요하지만, 조직은 거기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경영은 매우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행위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다.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지휘자가 모든 악기를 잘 다루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악보'라는 구조 속에서 그들을 지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미할 수 있다. 때문에 같은 '구조'에서도 '지휘자'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놓는다. 그러나 그 '구조' 가 없다면? 


모두가 '잼'을 하면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은 고수의 영역이며, 그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객을 4명, 5명이 아닌 10명 20명으로 혹은 그 보다 더 큰 숫자로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런 행동은 너무 리스키 하다. 모두가 같은 곡을 연주하다가 솔로 파트에서 애드리브로 가는 것은 좋다. 하지만 전체가 각자의 애드리브만으로 연주를 한다는 것은 -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문제는 구조는 개인을 의미 없게 만들기 일쑤라는 점이다. 개개인의 생각과 매뉴얼 사이에서의 갈등은 꽤 많이 겪을 수 있는 일반적인 경험이다.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래서 저자는 계속해서 '매뉴얼'을 업데이트하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공유된 지식은 결국 나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나' 만이 할 수 있던 것들을 '구조'에게 맡겨지면서 '내 가치'는 평가절하된다. 내 장점이 구조화가 되는 순간, 나는 꼭 필요하지는 않다. 


물론, 그 사람이 받는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실재로는 매뉴얼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일 외에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계속해서 업데이트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그게 개개인 혼자서 맞출 수 있는 영역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인사' 정책의 구조가 필요하다. 


결국 저자는 이러한 내용들을 담아서, 우리는 잘 하고 있고 너네도 잘해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매우 총론이어서,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본적으로는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롤 통해서 수년간 매뉴얼의 가치를 설파해야 할 것인데, 조직을 그렇게 움직이기는 쉽지가 않다.


또한 많은 경우에는 '스타플레이어'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곳들이 있다. R&D 조직이라거나, 영업맨들의 활약이라거나. 몇몇 내용들은 '구조화'한다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도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 '구조화'는 Bottom Line을 공고히 해주기 때문에 일종의 서비스 적인 부분에 강점이 있지만 저렇게 High performance r 가 다수의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궁금하다. 어쩌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영역으로 갈 때 그 산업 자체가 '구조화'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무인양품이 들어가는 영역들은 그렇게까지 '뉴' 한 영역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어쨌든 표준화가 되면, 파격이 필요하다. 때문에 다시 - 매뉴얼은 표현형에 불과하다. 그리고 매뉴얼은 기본을 다지는 영역이며, 구조는 그 위까지도 포함해야 한다. 때문에 파격을 일으킬 수 있는 핵심 인력을 어떻게 관리하고 그들과 다른 조직원과의 갈등을 어떻게 다룰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매뉴얼이 업데이트될 것이다, 많은 영역에서 말이다. 


매뉴얼은 또한 맨 처음 말한 것처럼 매우 쉽고,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것 자체가 '일' 이 되어서는 안 된다. 참, 조건도 많다. 과연 이런 매뉴얼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한편으로는 스타트업 조직에서는 이런 행위 자체가 제한된 리소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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