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소고
책 <빅 숏>(이하 책)의 원제에는 거짓말쟁이의 포커 게임(Liar's poker) 라거나, 종말 기계의 내부(Inside the doomsday machine) 이란 부제들이 붙어 있다.
나는 영화 <빅쇼트>를 먼저 접한 사람이었으며, 이미 영화에서 받았던 충격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그다지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보다 더 자세하게 적혀있는 묘사들이 있지만, 나는 그것을 100% 따라갔다고 자신할 순 없었다.
사실 영화부터, 책까지 추천받은 배경에는 '금융' 집단의 모순성, 사악함에 대한 지적, 월가 점령 운동(Occupy Wallstreet Movement) 등이 있었다. 특히 일부 뉴스로 접했을 때 월가 점령운동이, 내 빈약한 상상력만으로는 단순히 금융 자본가에 대한 반대 시위 정도로 생각했다가, 드라마 <뉴스룸>에서 에론 소킨이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대안 없는 행동에 불과하다는 식의 서술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렇다면 대안 이전의 현재 안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 성벽이 있던 곳. 세계 금융의 수도. 멋있는 말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황소의 이미지. 수업 시간에 배웠던 여러 '난리' 들. 특히, '대공황' 은 경제학의 연구 분야이기도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내 머리에서는 그것은 자연재해에 가까우며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경제'라는 게임에서는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풍랑 속에서도 돈을 버는 개인은 존재했다. 전쟁 소식을 가지고 돈을 벌었다던 로스차일드였는지 어디인지 하는 이야기보다는, 드라마 <존 도>에서 전지의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세계 전체의 정보를 가늠하여 '선물'과 '옵션' 거래를 하면서 큰돈을 벌어가는 것을 보며, 나도 부자가 되려면 저런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주식과 금융 관련 수업을 몇몇 들으면서 그런 생각은 순식간에 날아갔지만, 적어도 저런 말도 안 되게 어려운 것들을 다루는 사람들은 나와는 종족이 다를 정도로 지능의 수준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나, 워런 버핏이나, 앙드레 코스토라니 같은 거물들에 관련한 글들을 읽으면서 '시장'을 읽는 '사람'의 통찰에 대해서 느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책에서는 그런 모습을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주인공에 해당하는 인물들 - 부동산 폭락에 배팅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멍청해 보이기만 했다. 아니면 사악하거나. 하지만 그것은 첫인상에 불과했다.
결국 주류에 반하는 - 모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믿는 것을 끝까지 지켜낸 사람들에 관한 책이었다. <제로 투 원>에서 피터 틸이 말한 것처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본인이 보기에는 중요하다고 믿을 법한 것들을 찾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영화 <빅 쇼트>에서는 CDO, 합성 CDO 등을 각종 비유를 통해서 설명해준다. 책에서는 쉽게 캐치하지 못해던 부분을 보여주지만, 그렇게만 보고 있으면 이 사기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버겁다. '파생상품'이라고 하는 것들은 '상품' 보다 비대해졌으며, 내가 이해하는 경제 상식으로만 보면 결국 이 '버블' 들이 자본주의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상품들은 인텔의 IC 집적률처럼 그렇게 고도성장을 해 왔던가? 우리가 갑자기 그렇게 더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내었던가?
결국 가치라는 것은 사람들이 거기에 있다고 믿는 것에 있다. 때문에 금융과 경제의 많은 부분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믿게 만드는 큰 포커 판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 책의 원 버전의 표지에 있는 거짓말쟁이들의 포커판이라는 말이 확 와 닿기 시작했다. 포커란 주우진 패 (시장 환경) 속에서 판 돈(자본금)을 가지고, 치열한 확률 싸움(금융 공학?)과 그리고 심리게임(시장분석)과 블러핑(정식 용어가 있을까, 골드만삭스가 비트코인에 비관적인 리포트를 쓰고, 매수한 것 같은 것?)으로 굴러간다. 가끔은 잘못된 블러핑으로 한 순간에 무너지기도 하는 법이다.
개개인의 탐욕에 대해서 무언가 비난을 하기는 쉽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고도의 직업윤리를 기대하면 될까. 최근에 어떤 사모펀드에 다니는 사람의 직업윤리를 건너 건너 들었다. 어쨌든 고객의 이윤을 찾아가는 것. 이들을 그저 뭐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포커판'의 카르텔은 현대 자본주의 전체가 아니던가. 책, 그리고 영화 <빅 쇼트>에서 나온 것처럼 결국 이 시스템의 붕괴는 모두에게 영향을 끼쳤고, 어쩌면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큰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뭐?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시스템은 어쩌면 이러한 폭락 까지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월스트리트에 성벽은 사라졌지만,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을 견고히 지키는 벽은 여전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