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쌩날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in Aug 01. 2017

<okja> by 봉준호

<okja> (이하 영화)를 보았다. 나는 봉준호 감독의 팬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 중 <괴물>을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와 함께 보았던 기억이 났다. 그때, 놀랐던 기억이 함께 떠오른다. 와, 한국도 이제 이런 영화를 찍는구나 하면서. 사실 그때에 보았던 것은 그 안의 이야기보다는 '괴물'을 스크린 위로 가져온 것 자체였다. 그리고 그것을 보며 감탄했었고. 하지만 이제는 '괴물' 보다 생생한 '옥자'를 보아도 큰 감흥이 일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심심해했다. 영화관이 아니어서일까? 집 앞에서, 랩탑에서 보면서 몇 번을 다른 짓을 했다. 집중하지 못한 것은 감상 환경 탓이었을까, 고민했다. 아무래도 제한된 환경에서는 조금 더 집중했으리란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감상했다고 해서 그렇게 큰 감흥을 얻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동진 평론가나 듀나의 글을 읽으면서 와,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감탄했지만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영화는 어색함이 없었다. 정정한다, 봉준호 영화라는 점이 분명했기에, 어색함이 없었다. 봉준호 식으로 묘사하는 과장된 장면들은 분명 있었지만 그의 영화 세계 안에서 그 어색함은 의도된 연출임을 이제는 알기에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평론가들이 말하는 그런 '알레고리' 같은 것은 전혀 읽지 못했다. 암시, 은유 혹은 상징들. 내게는 먼 이야기이다. 내게 더 중요한 것은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로 이어진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얼마나 새로운가, 혹은 영화라는 매체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잘 표현하고 있는가에 집중하는 편이다.


최근에 본 <던 케르크>의 이야기는 특별했을까. 나는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막강한 자본력을 빌려 표현해내면서, 순식간에 몰입하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okja>와 <던 케르크>의 제작비는 크게 차이가 날 테니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두 거장이 꽤나 자본 - 투자자에게서 자유로운 상황에서 찍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또 비교해야만 할 것 같다. 나는 <던 케르크> 에게서 감명을 받았지만 <okja>에서는 지루함을 느꼈다. 


불편한 도축의 진실의 고발은 새로울 것이 없었고. 낸시 미란도가 영화 말미에 '어차피 싸면 먹어'라는 부분도 그다지 충격적이지가 않았다. 미자와 옥자의 우정은 썩 다가오지 않는 '판타지' 세계의 것이었다. 이동진 평론가가 말한 것처럼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식으로 해석하려고 해도 너무 뜬금없어 보인다. 산골소녀와 슈퍼돼지의 우정에서부터 '왜?'라는 질문이 나오는 걸 보면 나도 참 감수성 없구나 란 생각이 들긴 했다. 뭐 어쩌겠는가, 그게 사실인걸. 때문에 영화 내내 도대체 왜?라는 질문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생명윤리. 도축. 뭐 이런 것들. 물론 중요한 부분이지만 영화에서는 당연하게도 특별히 간단하게 묘사를 하고 있진 않다.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면 '돼지고기'를 못 먹을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어색했다. 사람은 최상위 포식자로 먹는 존재이며, 먹는 존재에게까지 공감을 할 수 있도록 진화된 존재이긴 하지만. 이런 영화에 돈을 붓는 것보다는 단백질 배양 고기에 투자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우리의 연대 만으로 세상이 쉽게 바뀔 것 같진 않은데, 그리고 딱히 영화도 그것을 바라고 찍은 것 같지도 않고. 


하긴 영화가 분명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을 필요도, 철학적일 필요도 없다. 영화는 분명히 담백하다. 예쁘게 담겨 나온 샐러드 같긴 하다. 하지만 왜 샐러드를 먹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게 문제. 정말로, 예쁘게 담겨 있고, 맛있긴 하지만. 오히려 불량식품을 더 갈구하게 만드는 영화였달까. 영화에서 딱히 어색한 지점도 없고, 연기도 훌륭하고 촬영, 편집, CG 다 좋지만, 서사도 - 특별할 것이 없을 뿐 좋은데. 왜 여기서 나는 그다지 감흥을 받지 못하냐면, 그냥 이게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답 밖엔 안 나올 것 같다.


취향이라는 말을 함부로 하긴 어렵다. 그래도 이건 그렇게 말하고 싶다. 내겐 <괴물>이 더 소화하기 쉬운 음식이었다. < okja>는, 글쎄 누가 봐도 멋진 음식이겠지만 내가 먹으면 꼭 탈이 나고야 말 음식 같았다. 응, 그래 내게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것 같달까. 어찌 되었건, 괜찮은 영화임에는 분명하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군함도> by 류승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