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회사는 굴러간다. 아니, 굴러 가야 한다.
착각은 자유다. 그리고 그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누구라도 착각할 수 있다. 인간의 인지능력은 우리의 예상보다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판단능력, 예측능력 등등. 우리가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는 순간에도 틀린다, 우리는.
책은 그런 내용으로 가득하다. 특히 경영 환경에서의 편견 섞인 판단이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를 여럿 제시한다. 대체로 행동경제학에서 많이 다루는 - 다시, 심리학에서 많이 다루는 내용을 보여준다.
하지만 책은 너무 많은 것을 다루고 있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바쁜 CEO에게 읽히기에는. 또,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 없이 지나가는 부분도 많다. 경영 - 조직 관련 수업에서 들었던 간단한 내용에서부터, 최신의 경영 이론이 다루는 곳까지 훑지만, 네가 틀렸을 수도 있어 이상의 인사이트를 얻기에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물론 책이 정답을 제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문제제기의 수준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성과제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 '복합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여러 실험, 사례를 가지고만 이야기한다. 이런 류의 서술이 많기에 교과서로 삼기에는 좀 부족하다.
그러나 책의 제목, 저자의 말 등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사회와 회사에 널리 퍼진 통념 중 그릇되었을 수도 있는 것을 찾아 지적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그러니 이 책은 일종의 오답노트라고 볼 수 있다. 여러 의사결정의 문제점, 그 원인일 숫 있는 사람의 인지 능력의 한계를 지적하는 책.
다시, 그러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착각으로 인한 잘못된 결정은 수십수백의 노동자들에게 폐해를 끼치기도 하며, 경영자 자신을 위태롭게 만들기도 한다. 때문에 이러한 착각들로부터 최대한 자유로운 경영을 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 나오는 여러 가지 방안들과 더불어 말이다.
임금에 관해서는 버퍼와 같은 회사의 실험을 참조해봄직하다. 아직 진행 중인 실험이니, 바로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통념을 깨는 접근에 때 해서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특히 사일로 효과를 막거나, 언성 히어로들을 대우하기 위해서.
그렇다고, S급 인재를 제대로 대우하지 말라는 것은 또 아니다. 직무 영역에 따라서, 한 개인이 수명을 압도하는 생산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에 대한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넷플릭스처럼 그냥 모두 S급 인재로 뽑는 방법? 어려운 일이다. 내부 교육의 강화(HRD)에 대한 제도를 강화해야 할까? 시스템과 직원의 핏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관료제적인 조직과 공채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경영자는 이제 이런 고민을 조금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재무, 회계, 연구개발, 영업, 마케팅의 근간에는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이 있다. 그러나 내가 여태 겪어본 회사, 들어본 회사의 경우에는 이 활동이 잘 이뤄진 일을 본 적이 별로 없다. 괜찮은, 좋은 인사 관리라는 것이 가능할까? 애초에 인사 관리라는 말부터 바꾸락 하지만, 장미를 장미라고 부르지 않은들, 향기가 사라질 것인가. 적어도 주주자본주의, 주식회사 - 회사의 주인이 노동자가 아닌 환경에서 이러한 관리는 필연적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모든 회사를 조합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쩌면 이 긴장관계 - 조직과 경영자, 노사 간의 갈등의 씨앗은 결국 회사의 지배구조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때문에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초기 임직원의 경우 회사의 지분을 일정 부분 들고 있는 것과 아닌 경우가 차이가 나고.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여러 가지 보상 정책 - 스톡옵션과도 같은 - 들의 구조는 결국 회사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을 연결시키는 것이며 - 이는 대체로 실제로 회사의 주인이 되도록(주주) 만드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하지만 모두에게 주식을 나눠줄 수도 없는 노릇. 한편으로는 100% 창업주 소유의 회사로 초과이익을 상여금 형태로 분배하는 것이 가장 깔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영자=창업주 등식에서는 이게 성립할 가능성이 있지만,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에서는? 회사가 정말로 엄청 커졌을 때에는? 밸브나 스마일게이트 같은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의 성장에 외부 자본이 개입하지 않는 경우는 드무니, 모든 회사에서 이런 처방을 쓸 수는 없음이 분명하다.
혹은 아주 과격하게 - 워크 라이프 밸런스라는 말이 무의미해지도록 하는 방식은 어떨까? 정말 무식하게 표현하면 과거 지주가 노비를 부리듯이, 삶의 모든 것 까지 책임지는 형태는?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방의 대기업의 공장 인근을 보면 그 회사 전용의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학교도 그 회사 재단의 학교. 대기업의 경우 근속연수가 오래될수록 삶까지 회사를 떼놓고 생각하기는 어렵도록 만드는 것도 이런 것의 일환이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결국, 지속적을 성장하지 않는 회사에서 개인을 통제 외의 수단으로 다루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사람의 자유의지는 통제 혹은 쾌락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본다. 회사가 성장하는 와중에는 개인도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니까. 또, 곳간이 차면 인심도 좋아지고 오는 말, 가는 말이 고와지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이때 업무상 배임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쉬운 것도 사실이긴 하니, 이런 접근도 애매한 부분 천지이긴 하다.
생각을 하다 보면, 저자가 의도적으로 처방전을 내리지 않았다기보다는, 이 문제는 너무도 다르고 - 빠르게 변해서 만능 처방전 같은 것은 없기 때문에 내리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짙어진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를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은 노력의 부족이라기보다는 양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확실한 것은 없으니까.
그러니 핵심적이고 - 기본적으로 회사라는 조직은 빠르게 변화할 수 있거나, 변화를 감내할 만큼의 체력이 있어야 오래가는 것 같다. 스타트업은 빠르게 피벗 해야 하고. 대기업은 사내벤처를 독립시키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고난의 때에 변화를 감내할 체력을 키워야 하겠지. 때문에 이런 경영활동을 위해서는 '착각하지 않는 CEO' 보다는 착각에 대한 지적을 받아들이고, 생각을 수정할 CEO가 필요하겠다. 무오류의 경영자는 때때로 조직의 성장을 막을 수밖에 없으니까. 결국, 착각도- 수정도 CEO의 것이 아니라 회사-조직의 것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결국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