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원론을 이 책으로 배웠더라면.
책의 띄지에 이렇게 적혀있다. "내용은 쉽고 말투는 순하지만 내 책 중 가장 래디컬 한 책"
물론, 각 장의 결론 부에 본인의 의견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책의 내용 전체는 '경제학 강의'라는 제목에 걸맞은 형식의 틀을 가지고 있어서 처음에는 의아해하면서 무엇이 급진적인지 궁금해했었다. 물론 그럴 만한 부분을 후반부에 찾기는 했지만, 저자의 의도와는 아마도 반대로 - '교과서' '강의' 같은 방식의 서술이야 말로 가장 급진적인 주장 전개이겠거니 싶었다. 객관성의 허울을 쓴 채로 편집된 지식의 나열은 그 자체로 매우 '편견' 투성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더욱이 그것이 매우 기초적인 사실 나열의 단계가 아닌 적어도 '고등교육' 수준의 학문을 논한다면 말이다.
어쨌든 책의 내용은 좋았다. 첫 장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은, 내가 <맨큐의 경제학> 이 아닌 이 책으로 경제학 원론 수업을 들었다면 경제학 이중 전공을 고민했을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문장은 쉬웠고, 이해하기 편했다. 물론 뒤로 갈수록 계속돼서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 속에서 나는 갈피를 잡지 못하긴 했다. 하지만 만약에 누군가의 지도편달 아래에서 이 책을 가지고 경제학을 처음 접했다면 - 혹은 이걸 가지고 중간, 기말고사를 본다면 나는 꽤 넓게 경제학을 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학 이론의 조류를 '칵테일'처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부분에서는 감탄을 했다. 모교에 노동경제학 교수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탄식을 토하는 친구 앞에서 잘은 모르지만 주류 경제학자들만 있으니까 문제야 라는 식의 촌평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다양성은 경제학과 같은 종류의 학문에서는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가능성을 여러 갈래로 펴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아 보일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효과적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렇게 자신의 학문에 확신을 가진 경제학자들도 주식 투자 등에서 떼돈을 벌었다는 케이스를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정치 경제학이라는 이름을 말하는 지점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정치경제학. 경제학이 광의로 - 혹은 몇몇 경제학자의 주장처럼 모든 것의 과학인 것처럼, 정치 역시 광의로는 사람의 삶이 들어간 대부분의 것에 영향을 미치고, 기능한다. 연애에도 권력관계가 있고, 권력관계가 있고 의사결정이 있는 곳에는 모두 정치적인 해석을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그 태생부터 함께 가야 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협의로 보아도, 정치에 핵심은 '예결산'이라고 보는 편이고, '예결산' 은 매우 경제학적인 내용이지 않은가. 반대로 경제학 역시 마찬가지이다. 경제학은 '선택'과 '비교' '예측'에 대한 내용과 거시적으로는 정부와 국가 간의 내용을 미시적으로는 개인과 기업의 선택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니 여기에서 정치가 빠진다는 것은 어쨌든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는 경제학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자의 시선을 온전히 가져올 필요는 없다. 어쨌든 세상은 복잡해졌고, 우리가 그걸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면 우리가 그 사람을 경제학자라고 부를 이유는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협의의 정치라도 필요하다고 가정하게 된다면, 그 협의의 정치에 우리가 최대한 소극적인 참여 - 선거참여를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를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일정 부분 분석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물론, 그 분석은 충분하지 않은 것이고 확실하지 않은 것이기에 김동조가 말한 것처럼 그전에 정치적인 철학이 우선되어야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