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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Nov 18. 2017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권>
by 김태권

사실은 진나라 이야기: 진시황과 이사

 현대 한국은 현대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지는 한참이 지났다. 왜냐고? 우리 주변에 있고, 주변에 없어도 영향을 끼칠 만큼 강대하고, 긴밀하게 우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물건 없이 살아보기가 예능프로그램으로 기획되어 방영된 적이 있다.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기능하던 때의 중국은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이제는 경성 권력을 충분히 획득한 후, 연성 권력을 세계에 휘두르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중국은 - 미국 같아졌다. 


 양탄일성 이후, 항모를 보유한 이후. 하드보일드 한 '새로운 마오'로 불리는 '시진핑' 이 집권한 중국은 막대한 자본을 휘두르는 사회주의 국가로 세계에 자신들의 문화적 자본을 내놓고 있다. 할리우드가 '중국 시장'의 눈치를 보기 위해서 '화이트 워싱' 논란이 예고됨에도 불구하고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에서 티베트인으로 원작에서 설정된 캐릭터를 '틸다 스위튼'으로 캐스팅한 모습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할리우드 영화의 투자사에 '알리바바 그룹' 같은 중국 이름이 들어간 지도 이제는 꽤 된 이야기이다.


 그래서 중국에 대해 배워야 할 것 같은데,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어려운 질문이다. 중국이란 무엇인가? 나라란, 정치권력을 획득한 집단(공산당)인가?  현대 국가의 국가성, 좁게는 민족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대체로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분석(반도 국가 사람들은 다혈질이다 식의~)이나 '역사'에 기반하여 그 성격들을 분석하는 편인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중국이라는 '체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멀게는 파리 코뮌부터의 공산당의 역사와, 중국에서 벌어진 여러 일들 - 대장정에서 자리 잡힌 이후 - 문혁을 거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중국 공산당의 노선을 공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공산당' 만이 중국의 전부는 아니다. 그들의 가치, 인식체계가 중국에서 가장 강대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지만 13억이 넘을 것이라 추측되는 '인민' 에게 내재된 - 그리고 그 공산당원들, 그들의 수장에게까지 내재되어 있을 전술한 '국민성' '민족성'을 배우는 것은 어쩌면 '공산당'을 배우는 것 보다도 '중국'의 특수성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희망찬 부분. 한국 사람들에게는 '삼국지' 같은 중국발 콘텐츠들이 익숙하다. 또한 같은 문화권에 살았기에 이해, 습득이 빠를 수 있다. 안 희망찬 부분. 어차피 우리는 타인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 혹은 돈이 되는 방향으로 문화 자본을 곡해하여 습득하곤 한다. '삼국지' 만 하여도 진수 삼국지부터 여러 판본이 있는데 - 한국에서도 황석영 역, 이문열 역 등 여러 판본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취사선택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데, 특히 '마니아'를 제외하면 '청소년 삼국지' 등의 판본으로 선택하게 되고 그것은 '중국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다분히 '한국적'인 이야기인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그간 쌓아온 편견에 맞서서 중국의 콘텐츠를 '새롭게' 접해야 한다. 다시 희망찬 부분. 우리의 역사가 아니기에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는 그런 의미에서의 학습을 시작하기에 나쁘지 않은 책이다. 짧은 분량에 기존의 인식을 한번 깨부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만들어준다. 책의 초기에는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과 진나라의 '진시황'의 현재 평가를 보면서 서양과 동양의 가치 차이 등을 보여주는데, 그런 대비 자체가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감명 깊었다. 


 진시황에 대해서, <영웅>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중국은 '하나 된 중국'의 가치를 기존의 '유교적 가치' 보다 높게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파했다. 그 투자 자본이 중국 공산당에서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국가적인 목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북공정'을 포함하여 '하상주 단대 공정' 등의 '역사 프로젝트' 들은 고고학-역사학에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끼여있다는 점을 '가치판단' 하지 않고 건조하게 관찰해보자면 - 중국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신들의 '국민성'을 어느 방향으로 가져가고 싶어 하는지 보이는 편이다. 


 책,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는 그림에 등장하는 복식 하나하나에 역사적 고증을 하는 만큼 저자의 주관적인 표현과 묘사에 더해서 현재 학계에서 논의되었던 이야기 - 혹은 새로운 시각을 섞은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어쩌면 중국인이 보는 모습 보다도 객관적으로 중국의 역사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사마천의 <사기>를 기본으로 하여 우리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진시황'과 그 측근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한국의 기존 중국 역사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어 있음을, 지금의 중국이 '설정' 하는 이야기들 - 중국 삼조당 같은 모습들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접근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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