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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Nov 18. 2017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by 임승수

아 쉽다, 아쉽다.

책은 쉽다.


쉽게 읽힌다. '강의'라는 구성은 난삽할 수 있었지만 잘 정리되어서 읽기 편한 편이다. 대학 교양 강의라는 콘셉트이어서 다양한 '학부 전공생'을 등장시켜서 여러 관점을 쉽게 녹여내기도 했다. 어려운 수학적 증명들을 저차원으로 끌어내려서, 수포자인 나도 읽기 쉽게 적혀 있었다. 조금 복잡하다 싶으면 잠깐 정자세로 읽으면 술술 읽힌다. 맘먹으면 하루면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 수많은 인용에도 불구하고 읽히지 않는 책. 여럿 있지만 <자본론> 도 그중에 하나가 아닐까. 나 역시 그 핵심 개념이라고 누군가가 정리한 것들만 읽어왔고, 여전히 읽을 염두를 못 내고 있다. 그러나 식자들의 인용은 결국 그 텍스트의 논리가 이 시대에 필요하거나, 혹은 이 시대를 움직이는 논리라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니 - 흔한 사람들도 읽어보면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책은 아쉽다. 


'가치' '잉여가치'와 '노동'의 상관관계라는 그 논리는 지금의 고도화된 세계에서는 투박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노동자' 들에게는 혹할 만한 논리이다. '부가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노동'! 하지만 그것만으로 해석할 수 있는 세상은 아니다. 특히, 지식노동자가 많은 사회에서는 특히. 이번에 '포괄임금제' 관련 논의도 거기에 포함될 것이고.


실제 <자본론>에서는 이 부분을 어떻게 잘 다루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하 책)에서는 그냥 쉽게 넘어간다. 이해한다. 이 책은 입문서이고, 교양서적이니까. 하지만 그 논리가 정치적인 메시지를 유발하는 것이기에, 조금은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자연스레 발생한다. 


아하! 쉽다.


사회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사실' 들은 대체로 복잡 무쌍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들이다. 논리적인 타당성과 별개로,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로 세상은 움직인다. 거시적으로는 말이다. 단순한 이분법. 이런 것들이 먹히는 것은 거기에 있다. 복잡함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었다면, 사회가 이 모양 이 꼴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과연 그런 '사실'을 만들 수 있는 책인가. <자본론> 은 그 이해의 난이도 때문에 실패했다고 치면, 이건 시대에 조금은 뒤쳐질 수 있는 내용과 함께 현실에서 조금은 괴리된 형태의 서술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결정적으로는 이 책은, 읽고자 마음먹은 이들을 위한 책이다. 자본론의 논리가 내게 이익이 되는 사람들이 - 심지어는 읽어야 하는데!라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친다.


자본론의 논리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책이 필요하다. 잠깐, 자본론의 논리가 '진리'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본론을 쓴 이들이 지향하는 바를 <공산당 선언> 등에서 짐작해 보았을 때, 노동의 종말이 근미래 보다 멀지만 더 이상 '공상'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 지금에는 '자본론' 적 논리가 '대중' 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 논리를 '설득하기' 위한, '편견' 즉 '주장'에 가득한 글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살살 꼬드겨서 우리 함께 잘 살아보세!라고 말하는 그런 글. 이 책은 그런 '목적'이 아니니 당연히 '주장' 적이 부분은 '당연하지 않니?'라는 식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서 - 다수의 '자본주의' 논리에 침식된 사람에게는 어색하고 불편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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