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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Dec 06. 2017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by 위화

어떤 목소리가 빛보다 멀리 갈까. 

'중국혼'이라는 말을 들었었다. 중국 관련 교양 강의 때였다. 대장정과 마오쩌둥의 사상, 문화대혁명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던 수업이었다. 그 한 꼭지에 '루쉰'의 이름이 나왔다. 그의 관에 '중국혼' 이라고 써졌다는 에피소드였다. 사실인지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들으면서 와, 멋있다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루쉰는 체제 비판적이고, 중국 인민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글을 쓰던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이하 책)은 10가지 단어를 가지고 저자의 중국에서의 삶과, 그것을 바탕으로 느낀 점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중 한 단어가 '루쉰'이었다. 책에서는 마오쩌둥이 루쉰를 좋아했기에, 중국에선 루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는 서술을 하였다. 아, 그런 것이었나, 하는 한탄이 조금 나왔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대중적인 시선과 별개로 그의 작품에서 가치를 나중에서야 발견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왜일까. 마오쩌둥이 없었다면, 공산당의 선전이 없었다면 루쉰는 중국 혼이라는 칭호를 받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의 작품 속의 가치는 바래지 않았을 것이고 - 그의 비판 속에 있는 사람에 대한 시선들은 위화에게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은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것' 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의 후기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었을 때, 나는 진정으로 인생이 무엇인지, 글쓰기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문장이다. 책은, 10개의 단어로 문화대혁명시기에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고, 중국의 경제가 그들의 표어처럼 '대국굴기' 하는 시절에 장년을 보낸 저자의 글이다. 때문에 그 안에는 중국의 고통이 담겨 있다. 


마치 '분서갱유'의 때처럼 책을 찾아보기 힘들던 시절을 그린 '독서' 편이나. 문화대혁명 시절의 세태를 보여준 '혁명' 편은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을 그렸지만, 묘사된 상황들은 '웃픈' 게 아니라 '슬픈' 것들이다. 우리가 광주 민주화운동의 이야기를 들을 때, 87년 항쟁을 들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들이다. 그런 글에서 위화가 느낀 '중국'의 고통은, 읽는 이에게도 전달된다.


문제는, 사람이 타인의 고통을 느끼면 피곤해진다는 것이다. 떡볶이를 먹고 싶은 이가 순대를 먹고 싶은 이의 고통을 느껴 버리면, 떡볶이를 먹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모듬살이란 감당 가능한 고통까지를 감내하며 서로를 끌어 앉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적인 세계관이 만연한 세상에서는 개인의 이득을 착취 구조를 통해서 극대화해야 하기에,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져야 한다. 을의 고통을 아는 갑은 무능한 갑이 될 뿐이다. 


하지만, 그 고통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갈 때에 우리는 더 진보하는 것은 아닐까. 중국의 아픔을 서술한 위화의 글을 보면서 나는, 중국의 격변기에서 나는 한국의 그림자를 보았다. 중국의 압축적인 경제 성장 속에서 남긴 상처들, 단일 이데올로기로 사람을 억압하는 구조에서 터진 상흔들. 규모와 형태가 다를 순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중국을 안다는 것은. 아니 어떤 다른 나라를 안다는 것은 자신의 국가가 아니라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각을 촉구하는 행위로 이어져야 한다. 도구적으로, 중국에 시장이 있으니까, 중국이 세계를 움직이게 될 것이니까 하는 식의 접근은 합리적인 행위는 맞다. 하지만 그것은 피상적인 이해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대상의 희노애락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에번 오스노스의 <야망의 시대> 가 떠오른다. 르포르타주로 훌륭한 책이었다. 에번 오스노스는 '뉴요커' 지의 특파원으로 서구권의 렌즈를 가진 사람이지만, 가능한 날 것의 '현대 중국'을 전달하기 위해 애썼었다. 그 안에서 현대 중국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들이 잘 드러났다. 이 책,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지난 30여 년간의 중국을 보여준다. 그 고통을. 그것을 받아들인 타국의 독자가 이것을 '중국'에서 벌어진 이상한 일들이란 이름으로 술자리 안주를 삼을 것인지, 아니면 함께 살아가자는 사상의 밑거름으로 삼을지는 독자의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선택의 목소리가 빛 보다 멀리 갈지는, 잠깐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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