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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Dec 16. 2017

<소중한 것은 모두 일상 속에 있다>

by 야마시타 히데코, 오노코로 신페이

일상은 무엇일까. 책을 읽고 나서 이 화두에 메여있다. 최근 내 삶을 되짚어보면, 딱히 일상이라고 할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의 삶인가? 취미생활? 무엇이 내 일상일까. 책의 제목이 말하는 바는 쉬워 보이지만, 어려웠다. 일상은 무엇이란 말인가.


저자 중 일인은 단샤리 운동의 창시자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심플 라이프. 물건을 버리고, 단출한 삶의 기반을 다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런 책을 올해 초에도 읽었고, 봄청소를 하면서 물건을 많이 버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책은 단샤리를 위한 방식을 설명하진 않는다. 그러기 위한 태도,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제시한달까. 잠언집 같은 형태로 매 장마다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두 저자는 말을 한다. 그리고 넌지시, 일상을 심플하게, 그곳의 소중한 것을 찾으라 말한다.


그런데, 일상은 심플해야 할까. 심플해야만 하는 것인가.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애정은 속박이다. 애정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집안은 채워져 간다. 사진, 선물들. 하지만 물론 소유는 또 고뇌이긴 하다. 어쨌든 우리에게 주어진 24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몸뚱이는 한 개인지라 적정선의 물건만 필요할 것이다. 이런 의미의 심플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일상은 심플해지긴 어렵다. 우리가 적어도 '커뮤니티'를 이루기 위해선 말이다. 나와 너는 너무도 다르다. 수십 년 함께 산 사람에게서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은 있다고 한다. 받아들이고 사는 것일 뿐. 직장생활을 생각하면, 심플하다는 게 뭔지 모르겠다. 물론, 심플하면 참 쉽고, 좋겠지만 가능할까? 이 책의 태도를 다 따른다면 그럴 수 있는가?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들을 모두 받아들인다고 해서 일상이 심플해지고, 소중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 혼자서의 평안을 얻을 수 있을까 내가? 부정적이다. 나는 내 주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때문에 사회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주위 지인들의 평안까지 보장되었을 때 그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달관은 커뮤니티와의 단절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한편으로, 소중한 것은 일상 속에서 발견해야 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소중한 것을 일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카도노 코우헤이의 <나이트워치 시리즈>에서 나온 대사. '재미없으면 재미있게 한다. 즐겁지 않으면 즐겁게 한다.' 이 대사는 내 인생의 대사 중 하나이다. 이런 자세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다시, 일상이란 무엇인가. 어디까지가 일상이고, 비일상인가. 나는 대체로 내 생활영역과 밖으로 그것을 구분한다. 생활영역 안에서 일어나는 다채로운 일들이 새로울지라도 난 그것을 일상적인 일로 바라보는 편이다. 반대로 뻔한 것들도 내 생활영역 밖에서는 비일상적으로 변한다. 여행을 생각하면 쉽다. 


또 다른 기준은 관계이다. 나의 일상 속의 관계들. 가족, 친구, 직장동료, 트레바리 사람들 등. 일상적인 관계는 지루할 때도 있지만 딱히 피곤하진 않다. 하지만 비일상적인 관계들은 피곤하다. 새로운 업체와의 미팅, 소개팅, 파티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 지루할 틈은 없지만 몹시 피곤하다.


그렇기에 익숙한 것들 속에 소중한 것을 집어넣어야 한다. 친숙한 것들의 고마움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저자가 말했듯, 행복을 위해서는 일상이 소중해야 한다. 때문에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도 해야 하고, 가장 친밀한 관계 속에서의 예의범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저자의 방식대로는 못살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일상을 소중하게 채워나가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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