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야기의 배경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이유는 하나였다. 어떻게하면 서사와 경제 이론을 결합하여 사람들에게 잘 알릴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도와주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골랐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선택은 그리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물론, 동화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저자의 이야기들을 종합하여 이야기가 쓰여진 당시의 경제 상황이 어떻게 이야기에 반영되었는지 잘 성명해주는 책이었지만, 이야기 자체에 '경제' 에 대한 내용이 조금 부족하였다.
내가 사실 조금 더 보고 싶은 것은 <허생전> 같은 책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학' 설명이다. 매점매석, 유통 등을 근간으로 하는 이야기. 그래서 책 속에서는 <찰리의 초콜릿공장> 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인상깊었다. <허클베리핀의 모험> 도 인상깊긴 했지만, 움파루파족의 등장으로 노동자들이 자리를 잃는 모습고, 그 움파룸파족들은 노동착취를 사실상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해석은 즐거운 편이었다.
그런 김에, 아예 다른 이야기들도 좀 이런 식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것들은 없을까, 고민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은 <스파이더맨:홈커밍> 프롤로그 장면처럼, 외계 기술이 들어와서 경제적으로 어떻게 변화를 가져오는가(새로운 기술들을) 하는 것들이나... 이건 <퍼시픽 림> 에서도 살짝 등장했던 것 같다. 아니면 <기동전사 건담 더블 오> 에서 에너지 기술의 변화로 인한 세계 정세 변화를 서술하는 모습 같은 것들. 복잡한 현실세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진 못하지만, 원래 예측을 위한 '모델' 이란 여러 가정 속에서 그리는 시나리오니까, 그렇게 감안하고 보면 재밌는 상상을 할 수가 있게 된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 속에는 결국 그 이야기의 배경이 있고, 그 배경에는 '경제' 가 주요한 장치가 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가 있었다. <운수 좋은 날> 에서는 인력거를 하는 주인공의 경제 상황과, 일제 강점기 시대에서도 '인력거'를 타는 돈 있는 계층을 볼 수 있을 것이고. <해리포터> 에서는 개인간의 능력 격차가 현대 사회처럼 평준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 영웅이 탄생할 수 있는 구조에서 계급이 생성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으니까.
한편으로는 꽤나 유물론적인 사관에 결부된 이 책 <동화경제사> 는 조금 위험한 책이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문장으로는 자기 주장을 드러내지 않는 것 같지만, 그 해석 방식이 모두 저자의 생각에 깊게 결부되어 있으며, 이론적으로 이야기 속의 경제 현상에 대해서 분석하는 글이라기 보다는 저자의 관점에서 당시의 상황에 대한 코멘터리를 한 것만 들어있는 책이어서... 이 책만 읽고 이야기와 당시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 확신을 갖는 것은 위험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흥미로운 시도의 책임은 분명했다. 한계는 분명했지만. 영화나 소설, 애니메이션 등 대중문화 속에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경제현상과 이론들에 대한 책은 다시 찾아봐야 하겠지만... 그 형태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게 만들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