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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May 27. 2018

<뉴스룸> by 아론 소킨

뉴스룸, 돈키호테 그리고 나


<뉴스룸> (작품 설명을 위한 나무위키 링크)은 끝났다. 더는 없다. 앞으로 아론 소킨이 드라마를 쓸 일도 없다.

(라고 말은 했지만 복귀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대사에 고생할 자막 제작자들도 없을 것이고, 매주 신나서 기다리던 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뉴스룸>이 전한 이야기는 계속 내 머리 속에 남아가 남은 생을 지배할 것이다.


인생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콘텐츠가 있겠는가. 다만, 그 영향이 눈에 띄는 정도의 작품이 드물 뿐이다. <뉴스룸>은 물론, 후자이고 때문에 나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 스스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에 이 글을 쓰기로 하였다. 그러니 이것은 <뉴스룸>은 나에게 무엇을 남겼는지에 대한 글이다.


스포일러 포함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xH99yW4zCM

뉴스룸 파일럿 에피소드 'we decided to' 오프닝


시즌1에서, <뉴스룸>은 문제를 아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시작이라 말하며 시리즈의 문을 열었다. '미국은 더 이상 가장 위대한 국가가 아니다' 과거에는 미국이 그러하였다는 미국인 특유의 인식 혹은 표현은 제처 두자. 뉴스룸은 '위대한 국가' 가 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당연히, 그 이름부터 '뉴스룸' 은, 미디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위대한 국가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 - 언론의 바른 역할 수행. 그리고 그것을 위해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그 답은, 이 드라마의 아주 초창기에 나온다. 그러기로 결심하면 된다.(We decided to)



물론 목적의식과 별개로 헤쳐나가야 할 문제들은 있다. 어찌해야 될까 고민하는 순간들도 있고, 어쩌면 아주 크게 실패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것을 되돌릴 수 있다고, 리스 랜싱 여사는 말한다.(Then, get it back!) 진중권 교수가 말한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짧은 글이 생각난다. '바른 자리에 앉을 것’ 리스 랜싱 여사는 한 마디를 더 붙인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바른 자리로 갈 것.


마지막으로 시즌3 에서는 그 과정 속에서 쓰러진 찰리 가 나온다. 그 길로 가면서 희생해야 하는 것이 무언인지 나온다. 닐 샘 팟은 정부기관의 내부고발자로부터 받은 정부 기밀문서를 바탕으로 미국인이 알아야만 할 정보를 획득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본인의 의욕 과잉으로 인하여 재판대에 서고, 처벌을 받게 될 위기에 처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사실 이건 내 인생을 계속 괴롭히는 질문 중 하나이다. 병신이 될 것인가, 개새끼가 될 것인가?




이영도 작, <피를 마시는 새>에서 엘시 에더리라는 작중 인물이 묻는다. 제국을 구할 수 있지만, 자신의 여자를 구하지 못하는 남자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그리고 그의 (그에 비해 매우 낮은 지위의) 부하인 틸러 달비는 답한다. “병신이죠” (하극상 문제는 잠깐 뒤로 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들은 그러기로 선택하였지만, 새로운 선택의 순간들을 맞이한다. 특히 시즌3은 희생을 강요하는 선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더 큰 뜻을 위해 스스로를 잘라낼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가. 어쩌면 괴물을 상대하는 자는 점차 괴물을 닮아 간다는 니체의 말을 생각나게 하는 순간이다.


물론 인생 전반에서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나 항상 그러한 순간이 올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와 내 주위 사람, 그리고 내가 믿는 사회, 공익 사이의 갈등. 내가 믿는 것이 좌나 우나 무엇이든 상관없다. 물론 이를 완전히 분리해서 살아갈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 이 세상에 문제가 있다고 믿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사람의 일생에는 무조건 이러한 순간이 크거나 작거나 있을 것이다. 높은 뜻 보다 당장의 배고픔이 앞설 것이고, 빛나는 이상 이상으로 생존에 관련된 본능적인 욕구는 우리의 판단력을 지배한다.


<뉴스룸>은, 그 해결책의 상당 부분을 '인물'에 의지한다. 가장 합리적인 보수주의자 윌, 누구 말처럼 싸가지 있는 진보 성향의 언론인 맥킨지. 공익을 우선하는 경제학자 & 언론인 슬로안, 열정으로 가득 찬 저널리스트 매기, 원칙주의자 짐, 합리성과 보편에 대한 이해를 가진 돈,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오래된 가치를 지켜낸 닐, 그리고 그 모두를 감싸 안은 찰리.


그러나, 시즌을 거듭하고, 에피소드를 거듭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하고 말거나, 쓰러지고 마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돈키호테처럼 말이다. 그래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돈키호테'를 찰리가 맥킨지에게 전해주는 장면. 시즌3의 장면 장면은 이 이야기를 이어주게 되는, 빠져있던 것들에 대한 묘사이다. 어쩌면 불필요한 '설명' 들이다. 그럼에도 '계속 찍고 싶을 만큼 많지는 않지만 열화와 같은 성원은 충분해서 결국 시즌3을 찍게 만든'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런 장면들이 아니었을까. 아론 소킨에게는.





 우리에게(대한민국이라는 제도적, 물리적 울타리에 사는 사람들) 티파티나, 9/11이나 모두 먼 이야기다. 하지만 미국인에게는 아니었다. 그것을 <뉴스룸>은 직접적으로 건드린 것이다. 다시 생각하면, 미국이라는 나라니까 가능하다 그런 것이, 라는 발상 자체가 굉장히 순진한 것이다. 미국 역시 사람이 사는 나라이고, 티파티도, 공화당의 대다수도 뉴스룸이 불편했으리라. 그럼에도 아론 소킨은 썼다. 그것이 옳다고 믿고, 그러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찰리가 돈키호테였다는 뉘앙스로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사실 찰리야 말로 아론 소킨의 분신이 아니었을까. 일종의 오너캐와 같은. 그렇다면 그의 죽음과 함께, 새로운 ACN에 대한 묘사만 이어진 이 드라마를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샤를리 앱도'는 테러를 당했다. 일제시대의 몇몇 기자들은 정말로! 목숨을 걸고 글을 썼을 것이다. 아니 보다 더 유명한 일화들은 독립운동가의 자손들이 현재 처한 상황과, 일제에 동조하거나, 살아남기 위해서 고개를 숙이고 스스로를 지킨 사람들과 그 자손들이 현재 사는 상황을 비교해보면 쉽다. 비겁한 비교이지만 사실이니까. 김수영 시인이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를 쓰면서 느꼈던 것은 이런 지점이 아니었을까. 나는 내 희생이 필연적인 상황에서 내가 바라는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는가? 분노를 유지하면서 내 목소리를 차분하게 내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윌 맥어보이 같이 많은 것을 아는 엘리트도 아니고, 그가 가진 네브래스카 식의 용기와 배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닐 샘 팟처럼 빛나는 누군가를 따라가며 생긴 사명감을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맥킨지처럼 선택의 상황(병신 혹은 개새끼)을 돌파하기 위한 무언가를 찾아낼 능력도 없을 것이다. 찰리처럼 그러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병신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렇지 않게 만들려고 - 그러니까 그들이 잘리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의 한계치를 넘는 스트레스를 감내할 자신도 없다. 아니, 애초에 나는 소시민이라 그런 ‘사명감’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속 편한 답은 사실 ‘연대하자’이다. 어떤 방식으로라도. 그럼 그걸 어찌해야 하는가? 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가능한가? 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돈키호테가 될 수 없는 나는 산초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문제를 회피하는 침묵으로 내 남은 삶을 뒤덮어야 할까? 이제 스무 살 후반이 된 나는, 앞으로 어떠한 인생을, 어떠한 커리어를 가지고 이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가?


그런 맥락에서 <뉴스룸> 시즌 1 마지막 에피소드 <the greater fool>을 인용해야겠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슬로안 사바스는 의욕을 잃은 윌 맥어보이에게, 미국은 더 큰 바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더 큰 바보 이론에 따르면, 이미 고평가 된 무언가를 더 가격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하는 새로운 바보가 나타난다고 가정할 수 있다면, 그 자산에 투자해도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에피소드 맥락 상, 이 용어는 이렇게 이해해야 한다.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그리고 이 에피소드의 끝엔, 파일럿 에피소드에 등장하여 윌에게 '왜 미국이 위대한 나라이 죠?'라고 질문을 던졌던 제나가 나온다. 그녀는 ACN 에 인턴 채용 면접을 온 상태. 그녀에게 다가가 윌이 다시 물어보라고 재촉한다. 왜 미국이 위대한 나라인지, 자신에게 다시 물어보라고. 마지못해 다시 질문을 한 그녀에게 윌은 대답한다. 네가 그렇게 만들어. (You Do) 그리고 뉴스룸 시즌 1이 끝났다. 



언론계에 있지 않지만, 그래도 드라마 <뉴스룸>은 내게 커리어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져 주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창업을 끝내고, 취업을 결심한 그 순간처럼. 다시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2015.01.11 초고

2018.05.27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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