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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Sep 22. 2016

권태와 고독

오랜만에 프리스타일 글쓰기


살면서 내가 싸워야 할 가장 큰 적은 '권태'와 '고독'인 것 같다.

혼자 산 시간이 이제 한 6,7년쯤 되니, 조금 더 명확해졌다.


DNA에는 목적의식이 없지만, 사람은 목적의식 없이 살기가 쉽지 않다. 생각이라는 것을 하니까. 생각을 한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고려해야 할 것들은 너무나 많다. '나'만 생각해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 어쨌든 지금 사회는 한 개인이 모두 알아차리기에는 너무 큰 덩어리가 되었으니까. 


뭐 그래서 '운칠기삼' 정도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저게 상대값 이니까, 비율이니까 절대적으로 노력도 많이 해야 한다 이거다. 뭐 물론 운이 넘쳐난다면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그런 사람이 어디 많겠나. 많다고 해도 나는 그렇진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다시 생각하면, 사실 이 정도 깜냥과 능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같이 운이 좋았던 일이기도 하고. 나태하기 짝이 없고, 연약하기 그지없는 멘탈로 서울 땅에 어쨌든 밥 벌어먹고 살 기반을 마련했으니. 


각설. 뭐 어쨌든 삶은 빡시기 때문에, 목적이 없이 움직이는 건 지치는 일이다. 근데, 사실 삶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피곤해진다. 무언가 이루려고 한다는 것이 피곤한 것이지. 그냥 그대로 두고 거기에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면 비교적 편할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나도 비교적 편한 방식으로 살아온 것 같다.


그러면 대충 살아가게 된다. 대충 살면 추후에 크게 망할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쉬울 수 있겠지. 뭐, 그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저당 잡히는 것이 꼭 좋은 전략인지는 모르겠다. 행복이라는 것의 경중을 따질 방법도 없고.


그러니 남은 건 권태와 고독이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면 권태가 찾아온다. 목적의식이 없을 때 찾아오는 것들. 혹은 고독이 찾아오기도 한다. 왜 둘이 붙어 다니는 것인지 모르겠다만, 어쨌든 같이 찾아오더라. 그리고 그 친구들이 찾아오고 나면, 참 그냥 가는 대로 사는 것도 행복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상술한 것처럼, 사람이 목적의식 없이 살게 되면 - 그대로 편한 순간도 있지만 '왜'라는 질문에 답을 못하게 되고, 삶의 엔진에 연료가 떨어지는 것 같다. 목적이 없는 삶은 충전기가 연결되지 않은 배터리인 것이지. 뭐 용량 차이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동력은 바닥나고 만다. 


그래서 가끔 누군가는 여행을 가고, 유흥을 즐기기도 하고 뭐 그런 것이겠지. 충전질. 근데, 어디 있는지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콘센트와 충전선을 찾아서 떠난 사람들을 봤다 나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꽤나 쿨해 보이기는 했다.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한 지가 수년째인 것 같은데 사실 답은 잘 모르겠다. 오늘도 권태가, 고독이 찾아왔지만 암흑 속을 더듬어 가는 삶과의 이익 교량에서 여느때처름 평형을 맞추고 있다.


뭐 어쨌든 일단 살아 있으니까, 언젠가는 더 나아지겠지. 

안되면 어쩔 수 없고 뭐.


201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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