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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Dec 11. 2018

PEACE!

요즘 힙합씬을 바라보는 옛날 가짜 리스너

2014년에 쓴 글을, 최근의 씬의 상황을 보면서 고쳐 써 보았다. 


<쇼미더머니> 가 처음 나왔을때 열광하였다. 시즌 1의 출연진은 드림팀이었다. (그렇다, 나는 여전히 AOMG 보다는 마스터 플랜이다) 화려하였고, 쉽게 찾아 보기 어려운 무대를 볼 수 있었다. '힙합'이라는 주제가 '음악' 시장에 있어 확고한 지위를 차지한 엠넷에서, 그리고 가장 핫한 오디션이라는 포맷으로 보여진다는 것에 열광하였다. 게다가 힙합이라는 음악은 '배틀'에 있어서는 특화되어 있지 않은가.


소위 힙덕후도 아니고, 힙갤러도 아니고 힙합플레이야나 다른 커뮤니티 활동도 하지 않고 스스로의 호불호만 가진 나홀로 매니아지만 -(힙합 동아리 오디션 탈락 경험 이후 이게 더 심해졌다. 도농간 문화격차를 체감했달까.) - 힙합이라는 음악에 대한 애정은 충분히 크다고 자부한다.


생각해보면 힙합- 혹은 랩이라는 장르에 심취한 것은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막혀 이후 디제이디오씨의 5집 디오씨 블루스를 접한 이후였다. (참, 이거 19세 미만 청취 불가인데 중학교때 어지저찌 구해 들었었다)


중학교라는 단어에서 이미 연상되지 않은가. 중2병에 심취한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나에겐, 사회를 비판한 그 가사 가사 하나가 싸대기 때리듯 귀에 꽂혔다. 그리고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부른 mc 스나이퍼가 있었고, <lesson 1>을 에픽하이가 (타블로가) 가르쳐주었다. 다이나믹 듀오가 흥이란 무엇인지 알게 해 주었고, 가리온 1집으로, 마스터 플랜을 통하여 언더그라운드를 알게 하였다. 리쌍과 프리스타일이 사랑 타령을 흥얼거리게 하였고, 아웃사이더가 빠르다는 게 뭔지 알려 주었다. 그 전에, 타이거 jk가 <너네가 힙합을 아느냐>라고 물었고, 


반면 부족한 영어 실력 탓에 '본토' 음악은 듣지 못하였다. 에미넴의 <lose yoursefl> 야< 8마일> 영화를 보며 하악하악 대며 연습하여 어영부영 노래방에서 부르게는 되었지만, 뭔 말인지도 모르는 음악을 듣고 싶진 않았다. 팝송도 안듣는 것은 바로 이런 연유였다. 


그리고 아이돌이 있었다. 직설적인 가사들로 멀리 했던 그들은 어느 순간 알수 없는 가사들을 들고 현란한 사운드로 시장을 독식하기 시작했다. 무슨 말이야 대체? 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다수가 흥겹게 듣기에, 그러려니 하였다. 야자시간이 끝나며 음악을 듣는 시간도 줄었고, 다른 놀거리 볼거리를 찾아 나는 떠났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힙합이 부상하였다. 리쌍과 다듀가, 슈프림팀이 또 에픽하이가 보다 쉽게 대중에게 다가섰고, 아이돌 음악의 감초역할을 랩이 수행하기 시작했다. 프라이머리 스쿨을 듣고 야 좋다. 라고 했는데 어느새 프라이머리가 메이져 음악계에 등장해서 차트를 휩쓸었다. 나는 그야말로 깜놀하였다.


소울 컴퍼니가, 오버클래스가, 다양한 레이블이 언더를 발판삼아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랩스킬은 현란해졌다.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 빨라진 것은 '아웃사이더'가 최초였던가. 그러나 이야기는 사라지고  swag 이, 간지가 넘쳐났다. 박치기 가사처럼 나는 잘 알지도 못하고 하지도 못하는 것으로 힙합은 흥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도끼가, 지드래곤이 어린 나이에 힙합을 하는 모습으로 귀여웠던 시절이 끝났고 둘 모두 외제차를 타는 지금에 나는 힙합에 대해서 이제 모르겠다는 대답을 하게 되었다. 비트는 분명 좋은데, 라임도 플로우도 예전 같지 않은데. 


버벌진트 부터 산이까지 한국어로 힙합을 이렇게 맛깔나게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지금에와서야 빈지노와 - 일리네어 음악을 들으며, 트랩 비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해나가고 있는데. 그래도 뭐가 힙합인가?


그리고 umc/uw 를 알게 되었다. 팻두를 통하여 스토리 텔링 힙합이라는 것을 접하였고, 에픽하이가 서사적인 높음을 가르키고 mc스나이퍼가 시적 라임을 뱉어 내면서 길들여진 나는 장기하가 <싸구려 커피>에서 읊조리는 랩에서 아- 를 외치다 umc 를 알게 되었다.


랩스킬, 라임과 플로우? 잘 모르겠다. 그거 외치는 것 처럼 다 '좆' 같다. 다만 그의 이야기가, 그 서서는 내 귓가에 계속 남아 불편함이 가득한 노래지만 찾아 듣게 되었다. 기억하게 되었다. 그래, 중2병 스레 처음 힙합을 듣게 된 것은 '욕'을 가득 담아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디제이디오씨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쇼미더머니> 시즌1의 가사들 중에서도 45rpm 의 , 일통의 박치기가 와닿았다. <8마일> 마지막 에미넴이 '나 이렇게 못산다'고 외치는 모습과 겹쳐 보였다. 그들은 못남을 이야기했지만 가장 빛나 보였다. 


시즌2는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매드 클라운과 스윙스 모두 간지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사실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었다. 그러나 '지조'가 있었다. 한국 힙합 씬의 대사들을 조합해 넣은 마지막 무대는 정말 멋있엇다. 이야기는 남아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시즌3가 되었다. 산이와 스윙스, 일리네어, 타블로 마스터우, ydg.  넓어진 스펙트럼, 아이돌 출신의 참가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쉽게 낙관하고 기대하였다. 사실 일리네어 음악도 이 때 처음 들었다.


 빈지노가 여자들의 인기를 끈다고 하여 들었었을때, 느낀 감정. 멋있다. 가 나왔다. 이제 갓 20이 되고, 고등학생인 이들의 플로우, 라임, 랩스킬은 좋았다. 하지만, 뭘 말하고 싶은지 잘 모르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대다수가 그냥 나 잘났어 너 랩 못해, 그만해 나 돈많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자기 자랑도 할 수 있고, 그게 힙합이다. 본토에서는 이빨에 다이아몬드도 박아버리는데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 자뻑은, 아티스트에게는 많이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 밖에 없으면 곤란하지 않을까.


 물론 티비 속 그들이 가진 이야기가 이것 밖에 없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쇼미더머니> 라는 프로그램의 양식은, 오디션이라는 방식은 그들의 자뻑을, 랩스킬 자랑만이 남게 한다. 논란이 되는 바스코의 락 논란도 유사하다. 그 조차도 충분히 '힙합'일 수 있지만, 심사위원 없이 100프로 관객 평가라는 방식은 결국 드러나는 외양으로, 사운드로 평가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는가, 걱정한다.


어쩌면, 주류로 넘어가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거쳐야할 과정일 수 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힙합이라는 것에서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특히나, 다른 음악에서는 은유적으로 표현될 것들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그 힘. 그것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힙덕후도 아니지만, 힙합을 사랑하니까 든 생각이다. <삐걱삐걱>, <포조리> 모두 지금 기준으로 보면 가사도 뭔가 부족하고 사운드고 부족하고. 유치할 수 있지만, 살아있는 이야기는 있었다. 제도권이 뭐라 하든 저지르고 보는 패기가 있었다. 작금의 스웨거들 중 이것을 할 수 있는 자가 누가 있을까.


유엠씨 가사처럼,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힙합을 하지 않을 사람들만 남은 것은, 아니 남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든다. 라임, 플로우. 한국적 힙합 랩스킬에 대한 논의는 이미 증명되었다고 생각된다. 할 수 있다. 얼머든지. 드렁큰타이거나 가나다라마바사 하고, 가리온이 경상도 사투리로 랩을 하면서, 버벌진트라 혀를 꼬면서까지. 국어 사전을 씹어 먹으며 연구된 라임은 꽃을 피웠다. 


할 수 있다. 장은 마련되었다. 일리네어가 말한 <연결고리>. 과거와 지금을 잇는 방법론은 완성되었다. 아니 완성에 근접하였고, 계속 발전시켜야겠지. 하지만 그 안에 무엇을 담을지 이제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사랑 노래도 좋고, 자기 잘난 이야기도 좋다. 다만, 그 이야기의 다양성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다양성이 나름 꽃피운 <쇼미더머니 777> 이 끝났다. 랩스킬, 비트, 랩 스타일, 가사 스타일 면에서의 다양성은 이제 엄청나다.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용도? 위트가 있으며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원재'의 스토리텔링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감성팔이'를 하던 습관을 이엇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자기 이야기'가 이야깃거리로 소비되지 않고 작품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래퍼는 이 시대의 락스타가 되었다. 힙합을 싫어한다고 한들, 힙합 아이돌을 표방한 BTS 가 빌보드를 점령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 만의 일은 아니지만) 음악사적으로는 멜로디에서 가사 쪽으로 비중이 완전하게 옮겨지는 형태의 발전이었다고 말하는 것도 들었던 것 같다. 물론, 반대로 멜로디 랩? 같은 형태도 다시 나오고 있지만. 각설, 래퍼는 더이상 마이너가 아니다. 메인스트림, 인싸의 영역이다. 


노래방에서 랩을 하면 이상한 눈으로 처다보던 시대가 사라진지 10년이 더 지나서, 이제는 인싸의 문화로 떠오른 힙합씬. 이제는 자기의 이야기를 넘어서 사회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담아 내기 시작한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형태로. 블랙넛이 상징적인 사건이 된다. 씬 내에서의 디스전은 씬 밖으로도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와의 '연결고리' 가 만들어진다. 힙합 바닥에서만 싸우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유엠씨와 디제디오씨, 박삿갓 같은 이들이 사회에 대해서 노래하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고 생각한다. 민중 가요의 성격에 가깝거나, 풍자극 성격 같았던 그들의 노래와는 다르게 분명한 '청자'를 설정한 '사회' 에 대한 이야기들이 랩 가사로 풀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힙합씬이 메인스트림으로 발전하면서 더 다양한 '래퍼' 들이 나오기도 하였고. 제리케이 같은 케이스도 그렇지만 여성 래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사회가 아주 조금이나마 여성의 권익을 주장해주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장의 파이가 충분히 크기에 어떻게든 들어갈 자리가 생겨난 것이지. 기존의 래퍼들도 바뀌고 있고. 


어찌보면 스윙스의 '컨트롤' 때 부터였다. 사람들은 래퍼의 디스에 관심을 가졌으며, 유튜브의 인기는 메이저 미디어의 도움 없이도 이들이 '마케팅' 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자연히 '과격한' 소재들은 음악적 완성도를 떠나서 '시장성' 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다루지 않았던 것을 다루는 것. 시원하게 다루는 것을 사람들은 대체로 원하니까. 


그 절정이 작금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래퍼들은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돈이 되니까. 그리고 그 이야기는 유튜브라는 툴을 통해서 메이저 미디어 - 엘리트 들의 게이트 키핑에 포함되지 않는 영역에서 소비된다. 검열을 비판하던 디제이 디오씨는 좋아해야 할까? 그들은 같은 뜻을 품고 정권을 비판하자고 생각하고 무대에 올랐다가 많은 욕을 먹었다. 그리고 비슷한 케이스를 겪었던 산이는 지금. 


모두가 자기 미디어를 가지고,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실력을 가진 래퍼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어떤 것들일지 궁금하다. 비와이처럼 찬양을 하건, 기존의 스웩을 하건. 그런 것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이념' 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나갈 지 궁금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 상황에서 그 권력이 누군가를 상처주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이 무엇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마크 주커버그가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나서고, 혐오가 전파되지 않도록 페이스북 안에서 단도리를 하는 것 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사실은 '래퍼'에만 해당되진 않는다. 엘리트 들이, 엘리트들이 만든 게임의 룰 안에서 싸우던 바닥이 끝나가는 시대. 그 엘리트들의 룰을 따르는 것이 검열이라고 비판하던 나 스스로도, 게이트 키핑의 종말 시대에 메시지는, 미디어는 어떤 폭력을 낳고, 전파할지 모르겠어서 몹시 두렵다. )





초고. 2014년 8월 16일 

탈고. 2018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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