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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스푼

글쓰기란 무엇인가

글쓰기에 관한 소고

by Jamin

현대 사회에서는 모두에게 매스미디어의 활용 권리가 제공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소통의 비용이 비약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서, 집중화될 수밖에 없었던 소통의 방식이 크게 변하게 되었다. 빅마우스는 더 이상 자본, 권력 혹은 그것에서 파생되는 유명인이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피니언 리더는 더 이상 신문 지면을 찾지 않아도 된다. 꼭, 정당에서 한 자리를 해야만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그리고 미디어의 발달은 커뮤니케이션에 포함하는 정보량을 극단적으로 증가시켰다. 전보 시대에서처럼, 신문 지면에서처럼 우리는 글자 수를 제약할 필요가 없다. 글자 수뿐만이 아니다. 충분한 시간과 능력이 있다면 오디오 더 나아가 비디오. 아니면 그 보다 복합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권리가 개인에게 부여되었다. 개인은 이제 2~30년 전의 방송국 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물론 그렇다고 집중화된 커뮤니케이션 권력이 완전히 해체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구세대 미디어의 권력을 쥐었던 이들은 힘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힘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권력에 기생하는 길을 택하게 된다. 자본, 그리고 정치. 이런 권력과 공생하는 관계가 되어야지만이 커뮤니케이션이 마이크로 해지고, 개인화되어 가는 시대를 견딜 수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의 메시지를 듣게 된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필터 버블' 이 이슈화되긴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지난 미디어에서도 존재하던 일들이다. 우리는 우리가 믿고 싶은 것들을 믿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디어에 권력을 주고, 엘리트들이 권력과 자본을 얻어서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문제점을 찾아서 이야기해주길 기다렸을 뿐. 그렇지만 그것이 그렇게까지 효과적이었을까. 우리는 중등교육까지의 기간에서 형성된 가치관, 그리고 고등교육 이후로 나 자신의 먹고사니즘을 넘어서 사회에 대한 입장을 변경한 적이 있기나 할까. 이것은 구 시대에서도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변화는 시작되었다. 어떻게? 더 많은 메신저들을 통해 이야기를 들으면서가 아니다. 내가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부터 변화가 시작되었다. 과도기인 지금은, 오피니언 리더가 신문이 아닌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의존하는 구조이다. 이것이 해체될 수 있는 지점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여기에 댓글을 쓰는 때부터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을 의견으로 개진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갈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이 바뀔 가능성이 예전 시대보다는 더 커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과거에 통제되던, 지금은 레거시에 묶여서 표현되지 않던 것들이 표현될 것이다. 거기에 대한 비판과 비평.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돌아다닐 것이다. 어떤 이들은 반동적인 글을 쓸 것이다. 구 체제를 옹호하는 메시지도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쓰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메시지에 대해서 반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글을 쓰는 이는 듣는 이를 생각해야만 한다. 편협하게 표현하자면, 논리에서 이기기 위해서, 감성에서 이기기 위해서. 사람의 본성은 자신의 의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상대방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이 현재는 전달자와 수용자가 1:99에서 10:90 수준인 사회인 것이고. 앞으로 인터넷과 유튜브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회가 되어가면 갈수록 비율의 무의미해지고, 복잡한 의견이 돌아다니는 사회가 될 것이다.


때문에 현대 사회의 글쓰기는, 만민의 필수적인 교양이 되어야만 한다. 더 많이 이야기를 하도록 장려되어야 한다. 왜냐면 아직까지 발견된 많은 의사 표현 수단 중에서 가장 배우기 쉽고, 빠른 도구이기 때문이다. 영상, 음성이 가진 정보량은 많지만 그만큼이나 표현의 방식이 한계가 있는 지점이 있다. 글쓰기는 그 제약만큼이나 자유로우며 - 싸고 빠른 소통의 도구가 될 것이다. 모두가, 글쓰기가 어렵다는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만 있다면.


글쓰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첫 때로는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는 점과, 엘리트들의 전유물에서 시작된 전통으로 내려오는 여러 가지 규칙들 때문이다. 물론 비문, 맞춤법 실수 등은 소통을 방해하는 것이기에 교정되어야 할 필요는 있다. 그런 점은 앞으로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면 남는 것은 - 잘 써야 한다는 압박, 더 나아가 틀려서는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 남는다.


틀려도 된다. 미래 사회는 집중화되지 않은 권력. 그리고 무한한 상호 비판과 비평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기존에 접하지 못한 수많은 문제들을 논의해야 할 것이고, 대다수는 딜레마적인 부분이어서 단순한 다수결로 혹은 대의민주주의 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 것이다. 모두가 의사소통의 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 드디어 공론장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글쓰기를 편하게 해야만 한다.


2019.02.10 초고

언젠가 탈고할 것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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