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제임스 건
The name's Rocket. Rocket Raccoon.
로켓,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로켓을 왜 좋아할까요. 쿠팡의 로켓배송 때문일까, 아니면 샌드버그가 들었던 로켓에 타라! 에 가까워서일지. 스페이스 X의 팔콘이 착륙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아서일지. <우주형제>를 보면서 느낀 감정 때문일지. 미지로의 탐사라는 우주 개척 시대에 관한 환상은 인류가 가진 어떤 감정을 건드리는 것일지. 그래도 꼭, 일단 타라!라고 하면 타디스를 더 타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로켓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정이 긍정적인 것을 부정할 순 없겠어요.
하지만 여기서는 ‘로켓 라쿤’이라 불리는, 그렇지만 어쨌든 이름이 ‘로켓’인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3부작에 계속 나온 멤버이고, 뛰어난 공학자이면서 동시에 총잡이이기도 하고요. 욕설과 DV(domestic violence: 가정폭력)에 해당할 행위도 저지르는 게 아닌가 싶은 친구입니다. 근데 축 늘어진 모습을 보면 또 측은하고 그렇답니다.
제임스 건 감독의 마블에서의 아마도 마지막 작품이 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영화 타이틀이 오르는 장면 중에서 여전히 수위에 꼽힐 만한 시작을 보여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1> (이하 볼륨 1이라고 할게요, 연작들도 그냥 볼륨 2, 3로..), 그리고 등장 자체로 캐릭터를 설명함으로 수많은 새로운 캐릭터가 새로이 등장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의 중심을 잡아 준 피터 퀼, a.k.a. 스타로드의 이야기도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이야기 묶음인 인피니티 사가에서도 꽤나 이질적인 집단이 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인데, 피터 퀼이 지구 출신이긴 하지만 이야기는 지구와 동떨어진 곳에서 다 일어나고, 다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의 관계 맺음이 약한. 그렇지만 인피니티 사가의 메인 빌런을 다루기 위해서는 꼭 필요했던 집단,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러 캐릭터를 데뷔시켜야 하는 임무를 맡았던 제임스 건 감독은 그 세대교체와 마무리까지 훌륭하게 보여주었어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의 시작은 라디오 헤드의 <creep>으로 시작하죠. 한국에서 꽤나 많은 사람이 들어봤을 법한 짙은 루저 감성의 곡. 두 캐릭터가 교차됩니다. 노래를 들으며 걷는 로켓과 실의에 빠져 있는 스타로드.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되고, 로켓은 영화 전반부, 아니 클라이맥스 이전 까지는 그냥 리타이어 된 상태로 이야기가 돼요.
로켓을 구하기 위해 다시 모험으로 뛰어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그들이 맞이하는 새로운 빌런은 “하이 에볼루셔너리”입니다. 진화 뭐시기~ 뭐라고 번역해야 할까요. 종으로의 진화와 완전성을 추구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입니다. 마블 영화의 주된 문제인 ‘빌런’의 공기화가 여기서도 아주 약간 보이긴 했지만, 그러나 주제의식을 드러내기에는 아주, 아주 좋은 빌런 선택이었다고 봐요.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DNA 조작과 같은 기술을 통하여 ‘완전성’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영화 중후반에 그 중간 단계인 ‘카운터 어스’가 등장하죠. 지구를 본땄으나 지구에서 관측된 여러 문제를 생명체 개개인에게서 본질적으로 제거한 상태로 디자인된 세상.
Someday, I'm going to make great machines that fly, And me and my friends are going to go flying together into the forver and beautiful sky. Lylla and Teefs and Floor and me. 'Rocket'.
영화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플래시백을 통해,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것도 로켓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급격한 진화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생명체가 가지는 공격성을 제거하기 위한 공식을 로켓이 다다다닥~ 생각해 냈다는 방식인데. 여하튼. 이 플래시백에서는 로켓의 예전 친구들에 관한 서사. 그리고 로켓이 스스로의 이름을 짓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케이지에서 나와 잠깐식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실험에 동참하면서 관측한 외부 세계 하늘에서 무한하게 올라가듯 보이는 로켓. 로켓은 거기서 이름을 땄네요. 소년은 원래 기계와 하늘을 동경하는 법일까요.
이야기의 초점을 아주 잠깐만 스타로드로 옮겨올까요. 스타로드는 인피니티 사가로 인해서 가모라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분노로 인피니티 사가의 마지막 편을 이끌어내죠. 그러니까 타노스의 고향 행성에서 아이언맨과 공동전선을 펼쳐 거의 인피니티 건틀렛을 뺏었던 그 순간 감정적으로… 작전을 망칩니다. 여러모로 많은 팬들에게 까이고,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연출이었는데, 여하튼.
그리고 인피니티 사가의 마지막 작품 <엔드게임>에 이르러서는 시간 강탈작전으로 인하여 2개의 평행우주가 섞인 와중에 다시 맞이한 ‘가모라2’와 마주하였으나 또, 당연하게도 그녀와 이어질 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이때의 가모라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도 아니고, 피터 퀼도 만나지 않은 과거의 존재이고. 그 존재의 입장에서 보면 갑자기 다른 세계로 유리된 채로, 너를 알고 있고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는 존재야… 뭐 스토커와 다를 바 없잖겠어요?
따라서 영화 초반에 <creep>의 상태로 술을 퍼마시는 그는, 이해 가능한 상태이긴 합니다. 사실,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 <홀리데이 스페셜>에서는 이 때문에 다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지구에서 <풋루즈>의 주인공을 납치해 오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여하튼. 여러모로 망가진 그는, 그가 실의에 빠진 와중에 당한 공격으로 로켓을 또 잃을 위기가 되자 바로 여행을 떠나고 그리고 하이에볼루셔너리를 만나고, 만나는 와중에 결국 로켓을 구하고 그러는데.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잖아요? 완전을 추구하기 위해, 과학자답게 많은 실험을 했고.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그러하듯 많은 실패를 겪었는데. 이 빌런이 추구하는 과학이 ‘진화’이다 보니까,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근거지에는 그가 ‘실패작’으로 규정지은 많은 생명체들이 있단 말이죠. 로켓도 그와 같은 케이스였었구요.
꽤나 재미있는 방식인데, 외계이고, 이러한 빌런 설정을 통해서 감독은 온갖 기괴한 생명체들을 전시합니다. 그래요, <creep>입니다. 가사가 어떠했더라, 이런 식이죠. 나는 찌질이고, 병신이야. 난 여기에 어울리지 않아. 완벽해지고 싶어. 존재가 완결성의 단계로 규정된다면 우리 모두 이런 상태일 텐데 말이죠. 모르겠어요, 어쩌면 많은 ‘인간’ 들은 영화를 보면서 이를 어떻게 느꼈을지. 기괴하게 생긴 ‘실패하였음’을 일부러 과장되게 표현한 CG들.
이영도 작가가 어느 포럼에서 “판타지와 비인간들” 이런 식의 제목의 글을 발표하였는데. 대충 이런 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타자화. 도구로 기능하게 만드는 경우들. 인간이 아닌 존재를 설정함으로 어떤 예술성이 형성되는가? 음.. 제 생각이 틀렸을 수 있으니 기본적으로는 원래 글을 참조하시고. 그러니까 비인간을 등장시킬 때 안타고니스트, 적대자, 사냥감으로 소비하는 게 맞는가?라는 이야기를 했고, 인간의 거울은 인간일 뿐이다라는 식의 서술을 했는데.
꼭 거울로 되돌아보게 만드는 캐릭터로의 인간은 있겠지만, 여하튼. 비인간이라고 불릴 수 있는 존재가 등장하고 그것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존재의 긍정을 통해서 인간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의 확장성 역시 증대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정제되지 않은 말로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비인간적 문장이 계속 확대 재생산되는 것 같으니, 차근차근 볼게요.
동물권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표현한 서사의 대표 격으로 저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떠오릅니다. 옥자는 슈퍼 돼지이고 약간의 기괴함이 있지만 여하튼 꽤 귀여운 존재로 나오는 느낌입니다. 왜냐면 주인공과의 관계가 또 그래서… 그러나 저는 만약 동물권,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을 위해서는 이 작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와 같은 다양성과 가능성의 최대한의 전시를 통한 접근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우리는 못생긴 강아지를 단종시키고, 귀여움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으로 혈통관리를 한 - 그러니까 본질적으로 ‘하이 에볼루셔너리’와 다를 바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옥자는 꽤 좋은 영화였어요, 물론)
그리고 그 존재들이 비인간으로, 언어와 사고를 가지고 욕망할 수 있는 존재로 기능할 수 있는 세계에서는 더더욱이나 존재의 다양성에 대한 사고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오답노트를 보고 성장하는 게 가장 빠르다는 측면에서 사람의 이야기로의 예술성이 보다 더 좋은 길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이런 존재도 가능하지 않을까?” “긍정하고 싶지 않니”라는 방식이 유머러스하게 보인다면 그것도 좋지,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제임스 건 감독은 이 영화에서 마지막에 로켓을 중심으로 그런 순간들을 감동적이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었다고 생각했어요. 빌런은 종이장처럼 날아갔지만 - 사실 이게 맞죠. 개개인은 생각보다 무너질 것입니다. 하지만 체제가 붕괴하고,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쌓은 것들이 무너지면서 기존의 실험체들이 버려질 위험에 쳐하게 됩니다. 병상에서 일어난 로켓은 빌런을 무찌르고, 또 이들을 구하자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이끕니다.
왜 그럴 수 있었을까요? 존재의 긍정을 예전 케이지의 친구들을 통하여, 병상에서의 플래시백을 통하여 “이건 언제나 너의 이야기야”라는 확신을 얻었고. 존재의 불확실성에 관한 고민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합류하고, 그들과 가족이 되면서 얻었으니까요. 그러니까 로켓의 입장에서 <Creep> 은 과거형일 것입니다. 그러니 더 들을 수 있을 거예요. (미국 대중 영화의 가족 서사야 뭐… 반복적이라서 지겨울 순 있겠지만)
최종적으로 이 과정에서 희생을 감내하고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스타로드이긴 합니다. 그는 리더이고, 또 왕이란 눈물을 마시는 새고 희생양이죠. 하지만 대체로 마블 영화는 그렇게 영화를 끝내진 않으니까, 여기서 또 영화에서 기괴하게 등장한 ‘아담 워록’ 이 그를 구해냅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패러디하면서. 이 ‘아담 워록’이라는 존재도 웃긴데, 완전성을 위한 디자인 베이비였지만,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필요에 의해 예상된 기간보다 빠르게 ‘태어나야 했고’. 따라서 미성숙하고 힘은 강한 가능성의 존재이고. 사실 최초에 로켓이 다친 것도 얘 때문인데. 어쩌면 아담 워록이 그를 구해야지라고 마음먹고 나가는 과정 자체가 이야기의 완성의 큰 마일스톤이란 생각도 들긴 하네요.
뭐랄까요. 진화... 적자생존이 진실이라면 함께하기 위해 우리는 진화 보다는 성장을 보다 택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담 워록은 많은 것을 잃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성장했습니다. 로켓은 어울리지 않게 고슴도치처럼 살다가 리더로 성장했죠. 네뷸라는 꼭두각시처럼 인정욕구 속에서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는 자신의 의지로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움직입니다. 그래요, 춤은 바보 같다고 말하던 드랙스는 아이들이 울지 않고 웃게 만들기 위해 춤을 춥니다. 종족의 한계를 넘은 것 같네요? 드랙스의 종족은 그러지 않은 종족인데요.
<눈물을 마시는 새>의 어느 장면이 떠오릅니다. 각자의 종족의 한계를 다른 종족 친구를 위해 뛰어넘는 순간. 그때를 목도한 작중 인물은 표할 수 있는 최고의 경의를 그에게 표합니다. 이게 진화일까요 성장일까요? 완전성이란 개인이 독자로 오롯한 무엇일까요? (정의할 수 있다면 말 입니다만)
The story has been yours all along. You just didn't know it.
그래서 어쩌면 라일라의 ‘이건 처음부터 너의 이야기였어’가 감독이 로켓에게, 아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게 하는 말일지도요. 어쩌면 본인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네요. 트위터의 쫌 쎈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감독과 로켓의 말버릇은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연출에서 보이는 유쾌함과 잔혹함의 가운데의 무언가가 로켓의 성향과 비슷해 보이기도 해요. 그러나 그 안에서 결국 의미를 찾고, 성장한 것도요. 사실 지금은 케빈 파이기의 마블보다는 제임스 건의 DC 가 더 기대되거든요. 아 참, 당신이 성인이라면 제임스 건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도 괜찮습니다. 꽤나 진짜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같은 느낌이 난다니까요?
영웅 서사는 어때야 한다는 문학 관련 수업을 한 번씩 들은 사람은 다 알 겁니다. 비범한 탄생, 버려짐, 여행, 극복 뭐 이런 구조가 있고. 사실 로켓의 여정도 크게 보면 여기서 벗어나진 않을 거예요. 여기서 보통 서구권 영웅서사의 요소 중 멘토가 있는데. 무협 소설로 보면 기연으로 만나는 은거고수 같은 존재일 텐데. 이게 로켓에게 누구였을까요. 어쩌면 욘두 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서는 정말로 ‘희생됨’으로 기능한 그의 존재와 로켓이 꽤나 겹쳐 보입니다.
사실, 특별출연처럼 이번에도 욘두 아저씨는 나오긴 하죠. 그래서 그의 말을 빌면서 글을 마쳐볼까 합니다. Vol2에서는 스타로드에게 Vol3에서는 크레블린에게 말합니다.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그래요. 성장은 마음을 먹는 것에서 시작이겠습니다.
Use your heart, 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