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실용 도서들의 경쟁상대는 유튜브이다. 이렇게 하는 법 저렇게 하는 법을 시청각자료로 보여주는 상대방과 싸우는 것은 참 어려울 텐데, 그래도 텍스트가 가진 가치는 있으니까, 남아있겠지. 보다 빠르게 소화할 수 있다던가.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 자체가 가진 습득 방식의 차이도 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론 같은 텍스트이지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블로그, 아티클 그리고 위키피디아와 같은 것들과의 경쟁도 있다. 딱히 시장분석의 결과는 아니고 내 입장에서는 어떤 정보를 얻을 때 책을 선택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대체제가 너무나 많은 상황에서 굳이 책을 선택할 일은 드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유튜브를 전전하다, 어떤 아티클을 읽게 되었고 - 최종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서 구매하고 읽게 되었다. 어쩌면 이렇게 상호보완적으로 콘텐츠를 전달하는 게 뉴-스탠더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 광고를 유튜브로 꽤 많이 하지 않는가.
각설. 그렇게 나를 이끈 주제가 무엇이냐고 하면, 우리 팀, 우리 조직이 더 잘되길 원한다,라는 것과 그중 하나의 소주제로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것이었다. 꽤 자주 볼 수 있었던 단어인데, 그 어감만으로도 이것이 조직에 필요하다, 조직에 창의력을 가져오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무언가 더 자세히 알고 싶어블로그 아티클이 추천한 이 책을 들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저자는 심리적 안정감이 구성원의 ‘참여’를 늘린다고 본다. 또한 진화해야 하는 조직일수록 의도된, 창조적인 실패가 필요한데 - 즉 도전하는 자세를 잃지 않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새로움을 내는 것에 두려움은 최소한 없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QnA와 같이 이야기해 주는 부분에서, 심리적 안정감이 성공의 충분조건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 책 전반에 걸쳐서 이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이게 없으면 이렇다는데? 를 보여주는 전개가 좋았다. 성공하는 조직은 행복한 가정처럼 많인 요소가 있어야 하고, 실패하는 조직은 또 불행한 가정처럼 하나면 결여되어도 그렇겠지.
인상 깊은 Quote
팀워크가 좋은 팀이 그렇지 않은 팀에 비해
오히려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편향 같은 일일지도 모르고, 보고누락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또 한편으로는 시도 - 타석에 더 많이 오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타율이 9할이 넘어도 타석에 10번 올라갔다면 안타가 9개고, 타율이 3할이지만 타석에 100번 올라가면 30번인 것처럼, (이 비유가 지겨운데 계속 쓰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 야구가 지금보다도 덜 대중적이라면 어떨지 걱정이다)
심리적 안정감이 잘 동작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역할과 목표, 신뢰할 수 있는 동료, 자신의 업무가 중요하다는 믿음 그리고 그 업무가 팀에도 중요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 줄리아 로조브스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책을 더 읽어야 했다. 일단 예전에 <Start with Why>로 감명을 줬던 작가 사이먼 시넥의 <인피니트 게임>을 읽고 있기는 하다. 브런치 방문객도 쏠쏠하게 올려준 사이먼 아저씨의 글을 아직 다 읽진 못했지만, 시도를 해봄직한 내용의 글이었다.
각설, 심리적 안정감에 대해서 여러 가지 층위가 있을 텐데 저자는 “인간관계의 위험으로부터 근무 환경이 안전하다고 믿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부분이었고, 내가 고민하는 부분이었다. 스타트업으로 직장의 불확실성을 부정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거리이지만. 그럼에도 인간관계상에서의 안정감은 가져갈 수 있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직무 안정성이 낮은 조직일수록 이런 심리적인 안정감을 추구해야 한다는 믿음이 이 정의를 통해서 떠올랐다.
방법론으로 여러 가지가 나오는데, 리더가 솔직하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문제 제기가 필요한 상황에 확실한 긍정적인 피드백,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던가. 실수 대신에 실패라는 단어를 쓰거나.
우리는 의도된 실패를 할 것인데, 실패를 부추기는 게 아니라 실패를 통한 학습을 한다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진짜 실패는 뭔가 해보고 효과가 없는 것을 아는데도 계속하는 것일 테니까. 결국 참혹한 실패가 창의적인 성공을 이끄는 유일한 수단과 방법이다. 그것은 도전으로 비롯되고 -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감이 필요하다.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하나 실려 있었는데 심리적 안정감이 낮은 조직일수록 회의에서의 논쟁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왜일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기 논리가 생겨나고 자기 논리는 충돌할 것이고 그러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일까? 더 고민해 볼 만한 주제이다.
중간에 나온 하나의 quote 역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상대방이 얼마나 똑똑한지는 대답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얼마나 현명한지는 질문을 보면 된다. - 나기브 마푸즈 naguib mahfouz
이러한 이야기들 속에서도 심리적 안정감을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선 약간은 모호한 것은 사실이다. 저자는 리더가 불확실성, 상호의존성, 문제의 핵심을 구성원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불확실성이란 일이란 어차피 어렵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상호의존성이란 일이란 더 연결되어 있고, 문제의 핵심이란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에 대해서. 예컨대 병원이라면 우리는 사람의 목숨을 다룬다!라는 것이거나.
도쿄발전의 동일본 대지진 대응 건에서는 투명한 소통에 대한 비유가 나왔다. 요즘 같은 시기에 마냥 오오 하면서 보긴 어려웠지만 그래도 화이트보드에 그려나가면서 문제를 해결한 그 모습을 생각하니 그런 사람이 영웅으로 불리는 것은 뭐 괜찮지 않은가. 또 한편으로는 영웅이라는 존재가 필요했던 그 시절은 얼마나 냉혹하고 엄정했는가 생각도 든다.
나는 직원들에게 얼마나 자주, 그리고 분명하게 업무의 목적을 강조하고 있는가
이건 계속 되뇌어야 할 만트라 같이 다가왔다.
“자신감” 과 “겸손” 은 서로 반대되는 말이 아니라는 말도 좋았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사실 학습이 아니라 방법 학습에 가까울 것이다,. 방법 학습으로 사실도 (꽤 높게) 따라올 것이니까.
따라서 방법에 대해서 강조하기 위해서는 결과와 관계없이 ‘ 과정에 대한 칭찬’ 이 필요하다. 일단 고맙게 여기고, 결과는 그다음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실패를 숨기지 않고 수면 위로 드러내야 하고, (질책의 문제가 아니라) 같이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인 심리적 안정감이 친절함, 상냥함은 아니라는 것이다. 평온함이나 안락함도 아니다. 연결관계가 생성될 수는 있어도 필연적이진 않다. 거칠고 쓴 피드백이 날아다닐 수 있게 하는 게 심리적 안정감이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고 조직 차원의 학습과 리더의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리더의 중요한 역할은 심리적 안정감을 만들고, 목표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점. 그 안에서 계속 다듬고 수정해야겠지만 또 하나의 비유로는 의미가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행동과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다. 어떠한 리더라도. 분위기를 만들어서 유도해야지.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유명한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논쟁에서 이기려고 하지 마라. 내가 틀린 상황은 매우 가치 있는 경험이다. 한 가지라도 배우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는데 이 부분도 만트라로 삼을만한 것이었다.
책을 정리하지 않고 하이라이트 기준으로 우선 글을 쓰다 보니 옮겨 적기 수준의 글 밖에 되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다듬고 내 생각을 더해야겠지.
그렇지만 재미있었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