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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Aug 08. 2024

<신경 끄기의 기술> by 마크 맨슨

상황은 주어지는 것이고, 모든 것이 나의 선택, 나의 책임이라는 자각.

<신경 끄기의 기술> 은 술술 읽히면서도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고, 하나의 줄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표현이 거칠지만 그것이 오히려 책의 재미 요소로 작용했는데, 이는 누군가에게는 거슬릴 수 있지만 저는 텍스트로 접하는 거친 표현이 꽤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대면했을 때는 별로일 수 있는 사람도, 글로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삶이 피폐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 한 번 볼만한 책이었습니다. 약간, 지금 힘듦이 당연하다고 괜찮다고 인정해 주는 것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잘못 생각하면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소리일 수도 있겠습니다. 고통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라니. 그걸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알고 있지만 한 번씩 다시 보는 것들이 꽤 있는 책이었습니다. "삶이 너를 속일지라도 그대 원망하지 마라"라는 식의 그런 진정제 같은 효과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아름다운 문장보다는 좀 친한 동네 형이 "아이 젠장, 원래 세상은 그래, 하지만 넌 이겨낼 수 있지 않아?"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런 것이 필요할 때가 있죠. 



신경 쓸 것과 아닌 것의 구분  


  책의 핵심 메시지는 통제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신경 쓰지 말자는 것이죠. 세상이 엉망진창이어도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면 세상은 여태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신경을 쓸 것과 아닌 것. 통제 가능한 것과 아닌 것이라는 것을 나누는 것이죠.  결국,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지 말자이고. 그중 중요한 것은 내 통제가 벗어난 것에 대한 생각입니다.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현재를 살라는 경구랑도 비슷하겠습니다. 손댈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신경을 안 쓰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가 가능한 것에 집중하고, 그 레버를 당기는 데 힘을 쏟는 게 필요하겠지요.


 감정 역시 생각보다 신경의 대상이 아닐 수 있나 봅니다. "감정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행위가 도움이 안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감정은 늘 변하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이 감정의 변덕스러움을 설명합니다. 우리는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기준으로 살아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인간의 두뇌는 효율적인 기계가 아니다"는 문장은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더 나은 판단을 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합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경구와 비슷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결국 외부 자극은 상수이고, 변수는 나의 반응이니까요.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은 반응뿐입니다. 그로 인해서 결과가 바뀌게 되겠지요, 기분 역시도. 신경을 쓰고 싶은 기분도 자연스럽게, 자동 반응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걸 루틴 화해서 이럴 때 저러자는 원칙을 세워둔다면 괜찮을 수도 있겠죠. 그러기 위해 삶의 원칙과,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다시, 중요한 질문은 "무엇에 신경 쓸 것인가"입니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이 아닌, 중요하지 않은 모든 것을 향해 '꺼져'라고 말한다"는 문장이 이를 잘 요약합니다. 진짜로 중요한 것에 신경을 쓰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에 신경을 끄는 것이 필요합니다. 책에 도입부에 나온 부코스키의 "애쓰지 마"라는 조언처럼, 노력의 방향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이게 잘 안된다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인터넷에 이미 돌던 다른 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책이 나온 지도 꽤 되었고요. 다만 반복적으로 강한 표현과 거친 이야기들로 메운 문장들이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통, 행복, 관계.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다"는 문장이 매우 인상 깊었긴 했습니다.  행복으로 가는 길에는 똥 덩어리와 치욕이 널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통과 실패를 피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한 문제를 해결하면 곧 다른 문제가 잇따르지"라는 문장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문제없는 삶을 꿈꾸기보다는 좋은 문제로 가득한 삶을 꿈꾸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행복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요한 것은 문제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는 것임을 상기시킵니다. "해결 못 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도 역시 불행해진다"는 문장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입니다. 제프 베조스가 어느 강연에서 사람들이 스트레스받는 이유는 일을 하지 않고 쌓기 때문이라는 식의 말을 했는데 비슷할까 싶네요. 


실패에 대한 마음가짐이 중요하죠.  지금 당장 행복하다!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인생에서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 순간들을 늘리는 노력을 할 순 있겠지만, 늘 그럴 수는 없겠죠. <멋진 신세계>의 소마와 같은 느낌입니다. 그 이상적인 상태가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요>  <행복의 근원>에서 이영도가 풀어낸 행복의 원인은 불행이다라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그걸 지금 불행하고 힘든 사람에게 어떻게 설파할 것인가?라는 것으로 오면 다시, 이건 참 어려운 문제이네요. 


책에서는 건강한 관계와 책임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당신의 문제를 다른 사람이 대신 해결해 줄 수는 없다"는 문장은 자립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건전한 관계의 특징은 두 사람이 상대에게 만족감을 주기 위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것"도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사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바뀔 수 있다고 믿는 편인데. 사실 변화의 주체는 각 개인이지 남이 아니죠. 따라서 남은 어찌 보면 내가 통제 불가능한 대상입니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결국은 마인드풀니스와 같을 수도 있겠습니다. 결국은 이 마음가짐을 어떻게 빌드업할 것이냐의 문제죠. 깨달음이 열반처럼, 유레카처럼 다가오는 것일까요? 다시, 이 책이 전해주는 지혜가 낯설진 않습니다. 비교의식을 가지지 말자라거나, 통제 불가능한 것에 대한 여러 경구들을 읽은 지는 10년은 넘은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을 남에게도 이야기하는 편인데. 그런데 정작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가? 어려운 질문입니다. 모르겠습니다. 




한계


그래서 방향성에 공감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가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읽으면 해결이 될까?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마음을 먹는 것이 중요하겠죠. 일체유심조. 하지만 마음은 어떻게 먹는 것인가? 이 답을 아는 것이 어쩌면 어른이 되는 길 중 하나일까? 나이가 들 수록 불혹이 되고 지천명이 된다는 게 이런 의미이지 않을까? 마음 가는 대로 사는 것이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 삶으로 간다는 것은. 결국은 경험을 더 쌓는 수밖에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것도 통제 불가능한 것에 신경을 쓰는 나쁜 행위일까요. 


<도둑맞은 집중력>이나 <유리 감옥>과 같은 책에서처럼, 우리는 이미 자극에 중독되어 있고. 그것을 뛰어넘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도해 볼 순 있겠으나 참으로 어려운 일이죠.. 이제는 40대에도 유튜브 쇼츠에 홀릴 수밖에 없으니까. 사실 사람이라는 종의 한계일 수도 있고. 그것을 시스템으로 해결하는 게 특별히 가능해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박수를 칠 순 있겠지만... 저 스스로에게는 그렇게 기대가 많이 되지는 않네요. 




마치며


이 책을 읽으며 처음에는 엄청 리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스스로 모르는 내용이라고 느끼진 않았기 때문이겠죠. 다른 사람에게도 내용 자체가 특수하진 않을 것이라고 보기도 했고요. 또 삶의 어떤 맥락을 지나느냐에 따라서, 어떤 지식과 지혜를 쌓아왔느냐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행동 강령으로 훌륭하나, 액션 플랜을 짜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연습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리뷰를 해야 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또 쓰다 보니 괜찮은 내용이고, 공감한 내용도 많더군요. 하지만, 아쉬움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래서 어쩌라고. 를 해결하는 책이 원래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책에게 특별히 비판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삼백페이지가 넘는 활자들 속에 숨겨진 문장들이, 랜덤 하게 누군가에게는 작용하고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겠죠. 제 경우에는 뽑기 실패인 것이죠. 


그래도 신경 쓰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삶의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 힘듦이 당연하다고 인정해 주는 책으로서, 그리고 불필요한 신경을 끄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으로서,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어쨌든 나도 신경 쓰지 말아야 할 것들에게 엿을 먹이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은, 또 하게 되긴 했습니다. (원제가 don't give a shit이었던가. not giving a fuck 네요.) 무시하는 연습을 어떻게 할까. 아까랑 배치되지만 책을 다시 한번 더 정독을 해야 할까. 음, 그것도 왠지 쓸데없이 무언가에 신경을 쓰는 것 같네요. 


사실 그동안 글을 계속 안 쓰는 이유가 여럿 있었는데. 제가 잘 못쓴다는 생각과 함께. 읽는 사람도 없는데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이 생각이 특별하지도 의미 있지도 않은데 라는 감정이 섞여 있었고요. 시간이 없고, 에너지가 없기도 하고. 특히, 내가 틀렸고 의미 없는 글을  쓰고 있고, 이. 모든 게 데이터 낭비라는 생각도 컸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힘겹게 써봤자 일차원적으로 단돈 백 원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게다가  나 스스로에게도 그렇지만, 이걸 혹시나 읽을 누군가에게 도움도 안 될 글을 적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크고요. 하지만 일단 오늘은 그 생각에게, 신경을 안 써보기로 하고 글을 마쳐 봅니다. 


글에는 쓰이지 않은 인상 깊은 문장들


"우리는 항상 ‘경험’을 책임지며 살아간다. 그것이 ‘내 잘못’으로 생긴 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래, 당신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당신 책임이다."
"솔직함은 인간의 본능이다. 우리가 솔직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한 방법은 서로 ‘아니요’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하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마이클 조던은 '난 살아오면서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그게 내가 성공한 이유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한테 일어나는 일을 우리가 전부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그리고 거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언제나 우리 마음에 달려 있다."  



사족. 


이 글의 작성하며 GPT 4-o와 Claude 3.5 sonnet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는 아직 크게 도움이 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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