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안정감과 팀워크
팀장이 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꽤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팀장의 탄생>, <두려움 없는 조직>, <최강의 조직> 같은 책들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책도 읽게 되었습니다. 아마 사이먼 시넥의 강연에서 미 해군 네이비씰이 사람을 뽑을 때 능력 이상으로 팀워크와 팀스피릿을 강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칭 하다가 찾게 된 것 같습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팀 운영의 중요한 가치로 삼은 것은 1년 가까이 된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예전부터 심리적 안정감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수줍은 성격이었기 때문에 이 가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고, '서비스 디자인' 수업에서 IDEO의 사례를 배우며 어렴풋이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그 수업의 첫 과제 발표일, 제가 느끼기에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 자리는 성적을 위한 경쟁의 장이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경쟁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업 게시판에 '칭찬도 좀 하자'는 글을 남겼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경험을 떠올려보면, 심리적 안정감은 단순히 책을 읽다가 발견한 개념이 아닙니다. 저 스스로도 안정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말을 하지 못했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 팀장이 된 저는 반대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조직의 문제들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사람들도 나가고 들어오기도 하니, 변수가 많은 조직에서 안정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이런 류의 좋은 책들을 읽다 보면 느끼는 문제는,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유명한 말처럼, '그냥 하면 된다'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각자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 모인 조직에서 무언가를 실행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아마도 저 자신이 아직 충분히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취약점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날 조직 내에서 심리적 안정감은 성공적인 팀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팀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갈등을 해결하며, 헌신하는 것은 팀워크의 유의미한 가치입니다. 최고의 팀은 개개인의 역량을 뛰어넘어, 팀플레이어로서 함께 나아갑니다. 이를 위해서는 팀원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고통과 성공을 함께 나누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 깊이 공감합니다. 우리는 모두 올림픽에서 세계 1등의 개인을 찾고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개인으로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풀스택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함께하는 문화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냥 1+1 이 2가 아닌 그 이상이 되도록 하는 게 포커의 룰이죠. 1과 9를 뽑는 것보다는 1과 1을 뽑는 게 낫단 이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취약성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취약성을 드러내는 ‘퍼스트 펭귄’이 필요합니다. 보통은 리더가 그 역할을 해야 하지만, 저 스스로도 이 부분에서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취약성을 공유하며 소속감을 형성하기 시작하면,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안전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 팀 성과의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저는 규칙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환경을 만들어보려 했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미션과 비전을 세우는 일은 항상 쉽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회사 미션과 비전에 진정으로 동의하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요?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심리적 안정감만으로 삶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이 온전한지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자신감 있게 '우리는 최고의 팀이고, 넌 거기에 속해있으며, 네가 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비씰과 같이 죽음이라는 비가역적 결과가 가능한 전장으로 뛰어드는 군인들에게는 더욱 필요할 것 같기도 하네요.
결국, 뒤마의 <삼총사> 문구처럼 "All for one, one for all"이 조직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 아닐까요? 모두가 하나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집단이 개인보다 크다는 것이 전제될 때, 모두를 위해 희생하고 나아갈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소속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도전과 고통, 실패를 함께 경험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가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일본 공장에서 감명을 받은 단일성과 소속감의 강조가 미국 문화와 잘 맞아떨어졌듯이, 이러한 접근이 한국에서는 다소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는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있으며, 외국 기자가 지적한 유교문화와 자본주의의 결합으로 한국이 점점 더 우울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떠오릅니다. 사회와 조직 관리도 변화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 책들에서 말하는 동질성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이 문화적, 사상적 동질성이 아니라 소속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학연, 지연, 혈연이라는 말이 잘 들리지 않지만, 여전히 중요한 부분으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며,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소속감을 공유하는 행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그로 인해 배타성을 가지거나 위계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다양성을 품은 동질성이 필요합니다. 벤 호로위츠의 <최강의 조직>에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문화가 강조됩니다. 이러한 문화는 규칙과 원칙을 공유함으로써 형성됩니다. 칭기즈칸의 제국이 그러했다고 하더군요. 마치 신앙 공동체가 경전을 기반으로 삶의 가치를 맞추듯이, 팀원들이 공유하는 미션과 비전, 그리고 목표는 조직 내에서 강력한 결속력을 만들어냅니다.
확실히 동일한 믿음과 가치를 가진 집단은 강합니다. 종교나 팬클럽이 그런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그런 종류의 조직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회사에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을 뽑는 것이 우선일까요? 그러나 그것은 저의 기본적인 생각과는 배치됩니다. 저는 조직과 문화가 바뀌면 사람도 바뀔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을 읽을 때마다 지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것저것 시도해 보지만 잘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나아가고 있는 걸까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와 팀은 어떤가요? 우리는 미션과 비전을 공유하고 있나요? 탑다운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가요? 팀의 성장을 위해서는 중간 관리자인 저부터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기도 했었는데, 흠, 잘하고 있는지 갑자기 의문이 듭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책 말미에 팀 진단 설문이 있으니, 그것부터 해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게 또 '일을 위한 일'이 될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가짜 노동>이라는 책을 읽었기 때문인지, 그런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