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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Oct 06. 2024

<리모트: 사무실 따위 필요 없어>를 읽고.

(다시) 매일 글쓰기 (014/100)

<리모트: 사무실 따위 필요 없어>를 읽고나서 든 재택근무 시대에 어떻게 일해야 하나에 대한 소고. 


코로나를 거치면서 원격근무라는 변화가 사무실을 휩쓸었다.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발전했다. 여전히 사무실은 존재했지만, 다양한 원격근무, 하이브리드, 거점 업무 사무실 등등의 시도가 있었다. 어떤 회사는 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아닌 곳도 있었다. 출퇴근시간이라는 고통, 그리고 비효율과 높은 부동산 비용에 대한 고려와 함께, 원격근무가 어느 정도 대세가 되었었다. 결과적으로 밸리 지역의 사무 부동산은 아직도 회복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2023.08.23)


한편으로는 애플이 자사 건물을 지을 때도 그렇고, ‘세렌디피티’라는 말, 스몰톡이라는 것이 기억난다. 코로나 이전의 사무실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IDEO와 같은 곳이나, 애플 캠퍼스가 대표적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물론 문짝으로 책상 만든 아마존과 같은 기업도 있지만...) 다양성이 부딪히는 환경을 만들라! 


다양성이 부딪히는 환경. 그것은 리모트에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정말로. 리모트로 근무하면 사람이 아니라 로봇처럼 일하기 쉽다. 공감은 아직은 평평한 화면 너머로 웹캠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달성하기는 어려운 일이란 느낌도 든다. 때문에 다양한 기업들이 VR, AR 시장에서 협업 도구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더 가까이, 생생함이라는 것이 우리의 ‘거울신경’을 자극하고 더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닐까.


반면, 그런 기술에 투입되는 자본량이 늘었다는 것은 결국 우리는 리모트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최소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점임을 의미한다. 문제는, 리모트가 필요한 상황이 있지만 여전히 원격근무에 딸려오는 문제를 기술 만으로는 완벽히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백, 수천 년을 ‘모여 삶’을 체득한 인류에게 떨어져 살면서 소통하게 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특히 복잡한 문제를 풀어야만 하는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는. 


전화나 화상통화가 친구나 가족에게 가져오는 의미는 크지만 그것은 필요로 인한 소통이 아니라 감정, 공감이 전제로 되는 소통이다. 일, labor라는 어원 자체가 고통과 연관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긴 한데. 마냥 동의하진 않지만 어쨌든 그 행위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참으로 어렵다. 하기 싫은 건데, 불편하기도 하고. 


때문에 소통을 하면서 Don’t Assume motive, assume positive intention이라는 격언은 의미가 있다. 어쨌든 이게 기본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문제를 풀고 있고,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일한다는 비전과 더불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야만 한다. (이 내용을 슬랙 블로그에서 본 것은... 역시 그들이 이런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이겠지). 화상 회의 화면 너머의 저 사람이 지금 차갑게 느껴지도라도 그것은 그냥 기술의 한계이다,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문화적으로도, 기본적으로 좋은 분위기를 가져가고 악성 말투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나와 협업하는 저 사람'도'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게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조직 차원에서 그런 것을 고민해야겠지만, 개인 차원에서의 노력은 필요하다. 악플은 가끔은 의도와 별개로 생성되기도 한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필요하다. 그냥 이러면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을까? 하는 과정보다는, ‘이 정보/피드백은 상대방에게 필요한가’ ‘이 정보/피드백은 지금 필요한가’ ‘.... 하는 고민. 데이 C 셰퍼드의 글, 말하기 전에 그것은 참인가, 그것은 필요한 말인가 그리고 마지막. 그것은 친절한 말인가!


다른 여러 가지 스킬도 적용해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ASAP 룰. 무조건 나에게 맞춰서 빠르게 가 아니라, 즉답은 없고, 다만 확인하는 즉시 필요한 경우 바로 ‘언제까지 한다’ 정도의 규칙을 가지는 것. 물론 꼭 이게 모든 조직에 어울리는 답은 아니다. 다만 조직 내 합의된 규칙이 있어야 한다.


덧붙여서 당연하게도 리모트로 일한다고 해도 일하는 시간의 중첩은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 자유로의 의사교환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따로 마련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냥 어떤 때에는 모두가 혹은 삼삼오오 컨퍼런스콜 방을 여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그냥 얕은 생각이지만, 괜히 밥 먹을 때도 허들 챗을 열어두는 것도 의미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사람인지라 결국 서로의 발언의 의도를 생각하거나, 저 사람은 나보다 덜 일한다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때문에 투명성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서로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판옵티콘을 만들기 위함은 아니라는 걸 명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매니저가 여기서 빠져야 할 수도 있다. 업무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 꼭 마이크로매니징과는 다를 수 있고, 있어야 함을 명심하자. 


당연히 여기에는 다양한 의사결정 권한의 위임과 정보의 가능한 공유함을 전제가 필요하다. 위험한 정보야 통제가 되어야겠지만 우리가 푸는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지, 개인의 것 혹은 특정 팀의 것이 아니어야 한다. 막혀 있는 조직은 리모트 상황에서 사일로화되기 더욱 쉬울 것이다. 그래도 팀 간에서의 소통은 잘 되지만 회사 차원에서 소통은 어려운 경우가 이런 케이스에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리모트를 하면서 회의를 하는 것도 고민이 필요한데, 공유를 위한 회의는 줄이고 협업을 위한 시간을 늘려야 한다. 생각해 보면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오픈소스는 규율도 없이 규칙 만으로 전 세계에서 수백 수천 명이 협업할 수 있다. 먼저 내재적인 동기 부여가 잘되고, 모든 것이 공개되고 - 또 필요할 경우 가끔 만나서 공유하고 있긴 하니까. 그러니 이것이 100% 모든 조직에 적용되진 않더라도 참고하고 이정표 삼을 만하지 않을까.


우리의 회의가 그냥 정보의 공유나 업데이트를 위한 것은 아닌지, 보고를 위한 회의는 아닌지 고민하자. 리모트 상황에서 모두가 모이는 것은 비용이 높은 행위이고, 이것이 생산적이려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와 프로세스를 고민해야 한다. 때로는 이것이 생산성을 낮추는 것은 아닐까 고민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정은 참여하는 자에 의해서 내려져야 하고(웨스트윙) 그리고 그 참여가 동기부여와 동료의식 고취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많은 경우에 리모트의 경우 글쓰기 능력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리모트 상황에서는 처음 말한 것처럼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전제되어야 한다. 턴제 게임에 비유할 수 있겠다. 따라서 나의 턴에는 상대방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해줘야 한다. 구조화가 중요할 것이다. 누구님, 언제까지,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중요한 왜! 해주실 수 있는지 말하는 방식.


반대로 받는 측에서 이해를 못 했을 경우, 명확화를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턴 베이스, 비동기 일 때 명확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이 비효율을 강하게 만들어내는 것은 필연적일 것이다. 때문에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over-communication을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이미 알고 있으리라 짐작하는 것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충분한 전문가 사이의 대화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라포, 혹은 서로 간의 경험이 많이 쌓인다면 어느 정도는 간략화해도 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대화가 1:1 이 아닐 수이다는 점, 대화의 기록이 남는다는 것이 장점이기에, 누구라도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러한 글쓰기를 통하여 많은 회사가 문제를 겪고 있는 ‘문서화’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사람의 사고는 글쓰기를 통해 정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글이 전달되면서 정리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것이 마냥 비효율적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문서를 핑퐁 하면서 완성하는 방식이 제일 좋을 것이다. 지금 생각에는 계속된 첨삭을 통해서 발전하는 글 같은 느낌이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니 이걸 다 잘해도 리모트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상상이 들긴 한다. 여전히 나도 옛날 사람이고, 팀원에게는 리모트 하세요! 하면서 나는 회사로 나온다. 제일 큰 것은, 개인(나 스스로)의 동기부여와 자기 관리에 대한 불확실성, 불확신이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집중하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아직 어렵다. 아직은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다.


사실 이 부분은 결국, 우리가 적합한 인재를 뽑고 그들에게 동기부여를 충분히 하는가! 와, 또 한편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고 다음 할 일이 충분히 쌓여 있는 상황을 가정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아직은 회색영역. 언젠가 해결하면 나 스스로도 재택근무를 잘할 수 있겠지.


초고: 2023.08.23

탈고: 2024.10.03


사족. 

꽤 많은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폐지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여러 분석이 있었지만, 굳이 여기서는 다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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