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매일 글쓰기 (10/100)
수련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협 소설의 폐관 수련이 생각난다. 패배-봉문-폐관수련이라는 단어가 연이어서. 실패를 발돋움 삼는 와신상담의 문화가 중국에서부터 한국의 무협 소설까지 이어진 걸까. 각설, 그로 인한 복수극과 주변 서사들이 있는 소설을 여럿 읽었다. 굳이 따지자면 몽테크리스토 백작도 경우에 따라선 폐관수련을 한 셈인 것 같기도 하고.
복수라는 단어를 듣는다면 나는 <폴라리스 랩소디>를 떠올리게 된다. 타자는 이 작품에서 복수란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묘사한다. 거울치료, 미러링 같은 의미. ‘내가 당한 그대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이겠지. 왜 복수는 그런 것일까, 나를 이해해 주길 바라는 것은 또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것이 내 기억에는 함무라비 법전에 묘사된 것인데, 이게 또 들으면 <월야환담> 이 생각난다. 아마도 맞을 것이다. 저것을 눈을 잃게 하였으면 눈만큼만 앗아가야지 그 이상을 - 예컨대 목숨을 앗아가면 안 된다. 목숨은 소중하다, 왜냐면 그 모든 목숨이 노동력이니까. 따라서 법이라는 규율을 가지고 사람의 복수라는 동력을 제한하는 사례였다는 인상 깊은 이야기가, <월야환담> 속에 있었는데.
또 규율과 법이라고 하니까, <피를 마시는 새>가 떠오른다. 타자는 이 소설에서는 우르술라 사르마크를 빌어서 (어슐러 르 귄의 오마주라는 설이 유력하다)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빛나거나 쪼그라들거나 날거나 이런 것들은 제외하고. 그리고 남들의 간섭을 배제할 수만 있다면 이런 식으로. 규율이란 제약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막는 것이며 - 결국 살인자의 후손일 확률이 높은 우리가 서로를 죽이는 행위기 비효율적이다는 것을 - 감정이나 욕심이나 무엇이든 타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최소 일만년이 넘게 걸린다는 식으로 묘사하던.
그런 면에서 <오버 더 호라이즌>에서 ‘호라이즌’ 은 규율은 선 아래의 것이고, 우리가 뛰어넘어 도달해야 할 곳에는 그건 의미가 없다고 하는데. 예컨대 우리가 진정 많은 제약을 벗어던진다면 결혼 제도가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고 - 유럽의 경우만 보더라도 - 그런 것 아닌가 싶은데.
각설하고 수련으로 돌아가서. 수련이라 하면 또 떠오르는 것은 <원펀맨>. 매일 같이 스쾃, 팔 굽혀 펴기 등등 100개씩 하다 보니 언젠가 개인의 Limit을 뛰어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결국 꾸준함, 스스로의 한계에 계속해서 부딪혀서 넓혀 나가야 한다는 <데미안> 같은 이야기인가 싶지만.
폐관 수련의 전형이야 ‘단군신화’ 아닌가. 마늘과 쑥만 먹고 100일을 동굴 안에서 버티면 사람이 된다니. 애초에 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걸까. 곰과 호랑이를 숭배하는 애니미즘의 토대는 무엇이었을까. 이길 수 없는 것, 불가해를 숭배하고 마는 것이 지성의 생존의 법칙이었을까, 생각하면서 또.
수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일이 많고, 결혼 이후에 고민해야만 하는 여러 가지 짐들. 팀장이 되면서 또 스타트업의 나름의 중역이 되면서 이고 가야만 하는 것들과 함께 서른 중반을 넘어가는 몸에는 고지혈증이 생겼고. 집중력 장애라는 의심과 함께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집중력은 중요하니까. 무언가 결국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은 투입이지, 결과는 아니니까. 10KG 감량 이런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폐관 수련. 며칠간 하겠다, 그리고 무엇을 하겠다가 중요할 것.
지금은 한계를 부서야 하는 것 같다. 또 습관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때문에 1. 운동을 매일 30분 이상을 해야겠는데, 이게 하려면 결국 일찍 일어나서 아침에 하는 수밖에 없어서 고민이다. 아침의 의지력은 0에 수렴하는데.
또 하나가 이 글쓰기. 웹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매일 5,000자를 써야만 한다고 한다. 그래서 비축분이 없으면 인생이 고달파지는 종족이라고 하는데. 각설, 내가 언젠가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없어진 것은 아니니까. (글수저의 꿈) (대신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다는 꿈은 사실상 사라졌지만) 그 정도가 될 수 있도록 우선은 1,000자라도 매일 쓰는 훈련을 해야지.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아무 말이더라도 완결된 문장을 쓸 수 있도록)
마지막은 공부인데, 매일 같이 책을 읽자!라고 하면 읽을까? 오늘도 결국 안 읽었다. 하지만 읽어야지. 웹 문서도 좋지만 결국은 그리고 아직은 책이다. 지속성만 보고, 하루에 한 페이지…는 좀 너무하니 하나의 ‘quote’을 얻어 낸다는 마음가짐으로만 읽어봐야지.
필요하면 habit tracker를 만들어 쓸 수는 있을 텐데. 필요할지 아직은 고민이다. 일단은 to do에 포함시키면 되지 않을까 싶긴 하다. 뭐 아직은 잘 모르겠다.
여하튼 수련이다. 사람이 20대에는 타고난 머리로, 30대에는 공부해 온 것들로 40대에는 체력으로 산다는데 일단 타고난 머리는 글렀으니 지금이라도 배우고, 체력을 키워야만 하겠지. 휴. 로또가 3번쯤 되면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사실상 0이니 수련을 하는 수밖에.
초고: 2023.08.19
탈고: 2024.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