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in Jul 25. 2017

작가, 작가주의 그리고 기획자

흔한 직장인, 어떤 기획자 이야기 #1



작가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글을 쓰는 사람을 떠올린다. 하지만 위키피디아에선, 작가(作家)는 예술과 취미의 분야에서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즉, 굳이 문학 작품의 저술활동을 업으로 영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작가라는 말을 사용한다. 작가란, 작품(作品)을 만드는 이를 칭한다.

때문에 작가주의라는 말이 있다. 정확한 정의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작가주의 영화'라고 미디어에서 부르는 것들을 관람하고 나면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진다. '자신의 시야'로 세상과 마주하여 '작품'을 만드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는 작가라는 말이 너무 멀게 느껴질 수 있다. 일상의 고단함에 치여, 하루하루 뉴스 보기도 힘든 이들에게, 특별한 예술이란 다른 세상의 것으로 느껴진다. 대중적인 매체에 쉽게 빠져드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작품'을 보고 관심을 쏟을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자는, 일반적인 정의에 있어서 '작가'로 보기에는 어렵다. 영리 활동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는 '대중적' 이어야만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품은, 소수에게 팔아 크게 이득을 취할 수 있지만 제품은 그렇게 하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은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큰 도전을 받고 있다. 그 유명한 스티브 잡스에서부터, 사람들은 제품에 본인의 예술혼을 쏟는 '작가'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물론, 현대의 제품 / 서비스는 매우 복잡하고 개인이 만들어내기 어렵기에 '작가'의 지위에 있는 것은 이제 '브랜드'가 되었다.

 애플스러움, 구글스러움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IT 에 적당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느낌이 온다. 처음 듣는 제품이라도, 이 시계는 '애플 와치' 야라고 하면, 그 시계 안에 '애플'이라는 브랜드의 '작가주의'가 녹아들어 있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시대에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이는, 단순히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단편적으로 받아들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는 안 되게 되었다. 이 이면에는 기술의 발전이 기업들 간의 제품과 서비스의 상호 모방이 굉장히 쉬워졌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브랜드 전략'이라는 것이 나왔고 '디자인 사고' 같은 영역까지 영리 회사들은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누군가 따라 할 수 없는 나만의 '작가주의'를 만들기 위해서.

 회사는 그렇게 되었다. 그렇다면 한 개인의 기획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특히, 대중에 많이 노출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IT 분야에서 갈수록 그 입지가 좁아지는 '기획자'들이 나아가야 할 길이 바로 이 '작가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 점선을 잇고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가장 편리한 서비스이고 제품이어서 사람들이 구매하는가? 물론 그것이 '구매'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 '기능적' 부분이 모두 유사해지는 특이점에 도달하면 남는 것은 바로 이 '작가' 스러움이다. 


 이 제품과 서비스에 녹아들어 있는 철학은 무엇인가? 사이넥이 말한 'Golden Circle'에 부합하는 부분이다. 예술품의 철학을 멀리하지만 대중은 제품과 서비스의 철학에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면서 따른다. 물론 여기에는 매스미디어와 뉴미디어가 만들어내는 기표들의 집합이 역할을 한 것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실 사용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그 속의 '철학'은 이해하거나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손끝에서 느껴지는 무엇인가로 변하는 까닭도 분명 존재한다.

 다시, 이 시대의 기획자는 도전을 받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방법론이 정립되고, 표준화될수록, 그것을 기획하는 능력은 최초의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 외에 기획자로의 전문성을 구축하기 힘들어졌다. 때문에 작금의 기획자는 - 그리고 나는 같은 기능을 하는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그 안의 철학을 고민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 기획의 '브랜드'를 만들어야만 하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그것은 힘들지만, 전문가로의 기획자란 직종을 탄생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초고: 2016년 1월 20일

탈고: 2017년 5월 27일

매거진의 이전글 어디에나 있지만, 우리에겐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