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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Nov 02. 2016

<닥터 스트레인지> by 스콧 데릭슨

MCU에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MCU의 Phase 구분


아이언맨에서 시빌 워까지,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아마도 인피니티 워까지.


MCU의 이번 Phase는 분명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부터였다. 공식적으로는. 하지만 아무리 봐도 시빌 워는 '끝'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영화였다. 에이전트 오브 쉴드 시즌3 도 그거에 맞춰서 끝났다. (물론 그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긴 했다만) 이제는 포함시키기 애매한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선을 긋고, 아이언맨 1에서 토니 스타크가 가면을 벗어던지면서 지구 19999(마블의 멀티버스 중 MCU의 넘버링. 멀티버스라는 전가의 보도 아래, MCU가 패망의 길로 접어들면 리붓도 시도하겠지...)는 '히어로 패치'를 단행했고, 그 이후 우리의 지구와는 사뭇 다르게 변했다.


사실 그런데 알고 보면, MCU는 아이언맨 이전에도 히어로들이 여기저기서 활동하고 있었다. 오딘(토르 아버지)은 선사시대에 지구에서 전쟁을 한 것 같고, 아스가르드 인 중 몇은 지구에 남아 있기도 했고. 인휴먼즈는 계속 있어 왔고. 그걸 단적으로 보여준 게 Phase 2의 마지막 영화인 엔트맨은, 2대 엔트맨인 헹크 핌 이전에 1대 엔트맨이 2차 세계대전 때부터 활약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시작'인 이유는, 너네가 모르던 히어로가 있었어! 를 자연스럽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애초에 너무나 먼 세상 이야기라서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에인션트 워, a.k.a 소서러 슈프림이 도르마무를 비롯한 짱쎈 존재로부터 지구를 계속 계속해서 지켜오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MCU는 이번 페이즈를 통해서 익숙하지 않던 히어로들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토르'를 제외하면 '초자연적' 히어로라고 볼 만한 존재가 드물었다. 빌런도 마찬가지. 아이언맨이 포문을 연 '히어로' 패치는 다분히 놀란의 배트맨 트릴로지의 영향을 일부 받은 느낌이었다. 아니면 지금 세대들이 조금 더 공감하기 쉬운 방식이 그랬을 수도 있고. '과학' '기술' 즉 초자연이 아닌 로스트 테크놀로지 같은 것에 의존했달까. 슈퍼 솔저 혈청(캡틴 아메리카 이 약쟁이!), 감마선(헐크), 로봇 슈트(아이언맨)... 그나마 초자연적 존재인 '토르'의 경우에는 '우주인' 설정으로 그 부분을 많이 희석시켰었다.


로키의 마법도 '머나먼 우주'라는 설정으로, 인휴먼즈도 외계 유전자를 통한 인간의 유전자 조작으로 나온 '초능력' 개념이었고. 이러니 닥터 스트레인지가 '시작'이라고 말할 수밖에. '초자연'은 있었다! 마법은 있다! 가자 호그와트로! 


나....나도 마법 갈켜줘!


CG보다 눈길이 가던 오이와 '닥터'라는 이름


셜록(BBC 드라마)을 통해 만난 배우 배네딕트 컴버비치. 적기도,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름을 가진 배우를 만난 건 스티븐 모팻 a.k.a. 개O끼 덕분이었다. 닥터 후(BBC 드라마)의 팬으로 모팻 후(스티븐 모팻이 집필한 스토리로 흘러가는 닥터 후의 시즌들)의 큰 팬으로, 그가 집필한 다른 드라마도 자연히 보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한 명의 소시오패스를 마주치고 반해 버렸다. 아니 맙소사! 저런 똑똑한 미친놈이라니! 그를 보면서 계속해서 들었던 생각은 맷 스미스 다음으로 닥터후의 주연을 맡으면 딱이겠구나! 란 거였다. 같은 작가가 그려낸 캐릭터니 오죽하겠냐만은..


하지만 내 바람은 거기까지. 피터 카팔디라는 걸출한 배우가 다음 닥터후의 주연을 맡게 되었고, 그 사이 베니는 <이미테이션 게임>(엘런 튜링 역, <호빗>(스마우그 역, 목소리 및 모션 캡처), <스타트렉:다크니스>(칸 역) 등등 굵직굵직한 배역을 따내며 승승장구하는 것이 아닌가. 후비안(닥터 후의 팬덤)이 월드와이드 강력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냥저냥 수준인데, 그래서 셜록도 그냥저냥일 줄 알았더니 한국에서의 팬덤이 생기고 월드 와이드로 계속해서 나가는 모습....


<닥터후>를 모르신다고요? 저런...


참 보기 좋은 일이지만, 바랬던 배역으로 가기에는 너무 멀리 갔기 때문에(BBC는 예산이 적다!) 이제 다시 <닥터 후>에서 '닥터' 역할로 베니를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시무룩하고 있던 즈음, 2년 전 지금쯤 베니가 <닥터 스트레인지>의 주연을 맡는다는 소식이 들려왔었다! 기대가 넘쳐나고 있었었다. 


그리고 실제로 본 그의 닥터. 스티븐. 스트레인지 연기는 매우 훌륭했고, 그래서 더 눈물이 났다. <닥터 후>에서 보고 싶었던 모습이 바로 저거였어.. 분명 괴팍하고, 싸가지 없어 보이는 천재 캐릭터지만 내면에 가지고 있는 '선함'.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이 일은 못해먹겠어!라고 징징거리는 모습까지 완벽했다.


뭐, 마블이 어디까지 써먹을진 모르지만, 한 2~3편은 더 찍을 거니까. Mr. 나 마스터 - MMA(Master of Magic Arts) - 가 아닌 Dr. Strage 로의 베니의 행보를 응원한다. (그래, 박사 땄는데 자꾸 석사라 그러면 화나지...) 어쨌든 후니버스(Whoniverse) 안이 아니더라도 닥터의 이름으로 멋지구리한 행동만 하면 팬으로는 그저 감지덕지일 뿐. 


소서러 슈프림과 파워 인플레이션


MCU의 한낱 미천한 팬으로 걱정되는 것은 (그러나 잘 하리라 믿는 것은) 2가지. 고질적인 빌런이 약해 빠졌다는 것과 (이번 경우에는 뭐 템빨로 이긴 거니 그렇다고 합시다) 파워 인플레이션. 넷플릭스에서 하는 디펜더스 가 뉴욕만 지키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그러니까 설 라무네... (사족. 그러고 보니 닥터 스트레인지가 열어젖힌 신비의 세계 이후 아이언 피스트가 나오는 게 자연스럽긴 하다. ABC 드라마는 찬밥 취급하더구먼, 넷플릭스는 챙기는 건가...) 


소서러 슈프림의 힘을 그림 한 장에 담은걸 찾아보았습니다. 어쩐지 쎄더라, 에이션트 원..


어쨌든 '닥스(닥터 스트레인지의 준말, 슬슬 타자가 귀찮아서)'는 소서러 슈프림(마법사 중 젤 센 사람. 해리포터 월드라면 볼드모트나 덤블도어 같은 사람)이고, 영화에서 본모습만으로는 볼드모트에게 그만 징징대고 압구정 가서 성형수술이나 하라며 슬링 링을 사용할 것 같은 사람이 곧 될 것 같다. (영화 말미 쿠키 영상으로 보면) 애초에 시빌 워 만화책에서는, 내가 나서면 게임 끝나지만 저건 답 없는 문제니까 안 끼어들래 라며 단식이나 쳐하시던 분이니 뭐라 말하겠냐만은...


물론 '토르' 가 너프 된 것도 어마어마했지만, '닥스' 도 비슷한 형태로 너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 마법적인 부분에서의 강함과 대비되는 물리적 영역에서의 약함을 보여주는 형태로 되지 않을까. 그런데 또 빌빌대는 모습을 어벤저스에서 보면 싫을 것 같고.. 참 양가적인 감정이다. 

(+) 그러고 보니 인피니티 건틀릿  이 완성되려면 아가모토의 눈도 뺏겨야 한다. 적은 리빙 트리뷰널의 지팡이도 가지고 있는데. 


디즈니의 승리와 '그래픽 노블' 문화


신난 덕후의 주절거림 들이었다. 그것 말고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마블은 디즈니가 샀다. 참 괜찮은 인수였다. 둘 모두에게. 신나게 만들고 싶었던 것 만들고, 디즈니는 User base 넓히고, monetization도 더 하고. (신난 덕후의 지갑은 꺼내 가라고 열려 있는 것이죠) 더불어 디즈니는 루카스아츠(스타워즈 제작사) 도 샀다. 이번 엔딩 크레딧에 보면 루카스아츠의 CG팀이 크게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생각해보니 마블 사고 빅 히어로 애니메이션도 만들었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산 걸까 디즈니는?!)


이것이야 말로 반다이-남코 같은 좋은 사례이지 않은가! 마블의 스토리텔링과 스타워즈의 기술력!(사족 1. 물론 스타워즈 에피 1,2,3 때 조지 할아버지 참견이 있었단 풍문도 있지만)(사족 2. 물론 반다이남코 초반에는 욕을 좀 많이 먹었..) 디즈니는 이제 아예 18세 쪽만 잡으면 된다! 응? 아 데드풀이 있었다. 하지만 그 영역은 오히려 '어린' 영화에 가깝긴 하다. 내가 말하고픈 건 '다크 나이트' 같은 혹은 그 이상의 '진중함'을 말하는 것.. 


디즈니는 '크게' 성공했지만 '작가'를 통제하고 MCU, 지구-19999라는 큰 틀 안에서 모든 내용을 녹여내야 하다 보니 주제의식이라는 것이 많이 옅어지는 영화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시빌 워 정도를 제외하면, 그래픽 노블에서 담겨있던 좋은 이야깃거리를 제대로 재현한 사례가 별로 없고.(시빌 워도 부족했고) 


힘내요 에플랙.....


물론 DC가 잘하고 있냐고 하면... 잭 슈나이더 감독이 참 영화를 더럽게 지루하게 만드는 재주는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계속 이야기의 주제를 놓치지 않는 재능과, 수려한 영상을 뽑아내는 재주도 가지고 있는지라. <슈퍼맨 대 배트맨> 안에서도 '자경단원'과 '견제받을 수 없는 초인'에 대한 딜레마를 제법 준수하게 풀어나갔었다. (반면 CW드라마 류 - <애로우>, <플래시>는 그딴 거 없고 마블 보다 더 경쾌하게 달리고 있지만) 


현재 디즈니-마블이 이러한 영역을 보여주고 있는 곳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이다. <제시카 존스> <데어 데빌> <루크 케이지> 그리고 곧 나올 <아이언 피스트> 도 이럴 것 같다. 그러니 여러모로 디즈니는 덕후를 위한 강력한 왕국을 구축하고 있다. 


그래픽 노블, 이라고 흔히 말한다. 미국에서 생겨나서 나온 '히어로'에 대한 서사들. 어쩌면 토착민을 말살하고 생겨난 혼종의 사회에서 새로이 만들어낸 '집단의 상상' 체제이다. 가볍게 볼 것도 있지만 그 안에는 미국의 사회상이 담겨 있다. 만화책에서는 '화이트 워싱'을 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캐릭터들을 리붓시키고 모슬렘, 흑인(다행히 블랙팬서가 나온다! MCU에도! 만세!) 아시아계 등을 등판시키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이 헐크가 되기도 한다!(한국계가 무슨 소용이야, 그냥 미국인이지 민족주의자 새끼 라며 타이핑을 하며 헛소리를 지껄였습니다.) 


그리고 그 문화는 영상화가 되어 세계 곳곳에 퍼져 나가고 있다. 그게 의미하는 건 뭘까란 생각이 들었다. 뭐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한편으로는 마블이 중국에서의 상업적 성공을 위해 에인션트 원의 '티베트인' 설정을 '켈트인' 설정으로 화이트 워싱을 했다는 루머도 있었으니, 뭐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미국 문화 제국주의의 첨병으로 마블이 활동한다는 음모론은 쉽게 지울 수 있을 것이다. 대신, 가장 큰 자본을 가진 집단이 가장 정교하고 화려하게 만든 서사가 '공통의 상상' 이 되는 시간이 멀지 않았음은, 또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뭐 나도 어릴 때 디즈니 만호 동산 보고 자랐는걸 뭘 이라며 애써 무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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